▲ 장형갑고성미래신문지면평가위원

남산에 빨간 동백꽃 피었다가 모가지가 뎅겅뎅겅 잘려나갔다. 이어 교만스러운 세속인의 무관심을 돌리려는 그 많은 서러움이 목에까지 차오른 벚꽃과 매화꽃이 그렇게 예쁜 변명으로 바람에 날리더니, 어느 틈엔가 하얀 목련 꽃마저 덜컹덜컹 떨어진다. 이것이 정녕 새봄의 기쁨을 노래할 일인가? 화사하게 떨어져 앉은 잔인한 4월인가? 그러나 훈훈한 봄기운으로 노란 산수유 꽃이 돋아 남산은 생기가 요동치고 고성은 희망이 넘친다. ?
국회의원 선거를 탁월한 조력(助力)으로 조용히 끝낸 우리 지역과 달리 타 지역에서는 출마자들의 희비로 아우성이다. 이번 선거는 각 당 후보자 공천 과정에 잡음이 많았다. 그리하여 중국 한(漢)나라 원제(元帝) 때의 최고 미인(궁녀) 왕소군(王昭君)이 북방 흉노에 끌려가 있는 심경을 헤아리며, 당대(唐代) 시인 동방규가 ‘오랑캐 땅인들 화초가 없으랴만, 봄이 왔는데도 봄 같지가 않구나.’라고 표현한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으로 여·야의 유명 정치인이 자신의 심경을 대변했다. ?
최 군수도 땅에 떨어진 청렴도 때문에 출발부터 군민들에게 머리 숙여 ‘청렴 고성’을 천명했다. 그러나 3선 군수 후반기부터 터지기 시작한 공무원들의 비위행위가 그치지 않아 혁신을 하려는 군수와 관행에 젖어 잘못을 잘못인 줄 모르는 공직사회의 저항이 만만찮아 보인다. 취임 6개월째 아직도 본인의 의중(意中)을 헤아리지 못하는 공무원의 일탈행위를 징벌해야 하는 최 군수의 심경 또한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일 것이다. ?
군수가 일벌백계(一罰百戒) 하는 것은 대다수 착한 공무원들이 일할 맛 나는 신상필벌(信賞必罰)의 공직사회가 도래함을 알린 것이다. 일부 군민들이나 공무원들은 ‘군수가 너무 단호하다. 골치 아픈 민원을 너무 많이 받아들여 예산이 모자랄 정도다. 군수실이 무슨 민원실 같다.’고 하지만, 최 군수의 취임사를 보면 소신(所信)을 쉽게 알 수 있다. ?
“행정의 불신을 없애는 것이 잔여임기 2년 8개월 군수의 몫이라?생각하고, 군민에게 신뢰받지 못하는 불투명하고 어두운 그림자를?떨쳐내겠습니다. 타성에 젖은 13년을?극복하기 위해서는 군민 여러분들의 끊임없는?성원이 필요합니다. 저는 말단 공무원에서?부군수를 거쳐 이 자리까지, 한시라도 ‘군민 중심 행정’이라는?생각을 잊어본 적이 없습니다! 행정이 군민에게 신뢰받지 못하면?군청의 존재가치가 없습니다. 행정에서 군민에게 희망을 줄 때만이 행복한 고성,?살맛나는 고성이 되는 것입니다!”라고 했다.?
공직(公職)은 성직(聖職)이다. 공직이 성직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순간 일탈행위는 또 터지기 마련이다. 여기서 중요한 사실은, 필자 같은 필부가 도둑질이나 나쁜 짓을 하면 일개 잡범(雜犯)에 불과하지만, 공직자가 범법 행위나 윤리강령을 위반하면 공공(公共)의 적(敵)으로 간주한다는 것이다.
이 고성 땅에 언제부턴지 공익 행정에 신뢰도 능력도 없는 자들이, 유리창 론이나 용감한 실패 론의 논거로, 선출직 및 권력에 아부하며 부당한 이익을 챙겨준 자들이 중책을 차지한 개인과 세력은, 아무나 닦을 수 없는 고층 유리창을 닦다가 실패를 해도 버릴 줄 아는 지혜와 공무수행이라는 유려한 단어로 포장하며, 아무런 제재도 보복도 두려워하지 않았다. ?
오히려 온갖 합리화의 이론과 정당화의 괴이한 논리와 슬로건을 앞세워, 부끄럼 없이 승진하고 똥배를 채울 수 있는 내적 근거와 내적 정신을 마련하여, 고성의 정신사회를 어지럽히고, 백방 노력해도 승진은 별 따기만큼이나 버거운 착한 공무원들의 권익을 좀먹는 행위가 버젓이 자행되고 있었다. 또 그들을 받쳐 주는 힘 있는 자들은 누구이었는가? 공익 행정보다 정치를 잘하는 공무원이 좋은 직책을 갖는다? 슬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와 같은 모든 일이 될 수 있으면 밝혀지지 않거나, 밝혀져도 제도적 개혁을 할 생각을 아니하거나, 그런 비리에 분노를 느낀 군민이 탄핵이나 내부 고발을 안 하는 것이 조직의 의리나 팀워크가 좋다고 생각하거나, 더 큰 고성의 그림을 그린다는 괴이한 포석으로 직위를 앞세워 지시하고 위장하여, 뒤꽁무니에서 알 빼먹을 궁리만 하는 자들은 없었는가? ‘이제껏 내 덕 많이 보았으니 나도 조금 해 먹자?’ ?
그러나 최 군수의 고성은 분명히 달라야 할 것이다. 3선 민주독재 관행·행정(慣行·行政)에서 살찐 어두운 그림자를 떨쳐내는 것이 급선무다. 군민들이 최 군수를 선택한 것은 보수 안정을 바라서가 아니다. 군민이 주인 대접받지 못하는 정치적 관행으로 굳어진, ‘잘못 불감증과 싸우고 때리고 부수며 장렬히 전사하는 혁신 장수’의 모습을 원하는 것이다. 병들어 있는 노란 싹수는 새봄에 속아내야 하는 것이다. ?
최 군수에게 내일은 없다. 오늘 하루가 중요하다. 혹여 고름을 짜내니 아프다고 공직 혁신을 중단하거나, 교태(嬌態) 한 사고방식의 가치관이나 개똥 정치철학을 가져서는 아니 된다. 주위를 의식하여 혁신을 뒤로하는 것은 오뚝이를 거꾸로 세워놓고 그것이 쓰러지지 않도록 무슨 짓을 해서라도 떠받쳐보려는 노력과 같다. 오뚝이는 그 자체로 쓰러지지 않을 뿐만 아니라 반석같이 안정된 상태로 앉을 수 있는 ‘내적 근거’와 법칙을 스스로 지니고 있다. 그 ‘내적 근거와 법칙’의 구체화(눈으로 안 보이는 합리성이 눈으로 볼 수 있는 형태로 나타나는 것)가 우리가 놓고 보는 오뚝이라는 것이다. ???
군정에서 고성이 살아갈 수 있도록 행해지는 질서·안정·희망·혁신도 오뚝이와 같다. 고성을 구성하는 모든 분야와 고성군의 활동 관계에서, 보다 많은 사람들이 부당하다고 생각하는 요인과 권위주의적 현상을 제거하면 할수록, 이 고성은 한참 동안 비틀거리다가 딱 버티어 앉는 오뚝이처럼 제자리를 찾고 안정되는 것이다. ?
자신의 정치적 이익보다 안정된 고성 재도약을 위하는 군수라면, 지자체 생존의 유기적 원리를 갖춘 권력의 작용이 적을수록 건강한 지도자이다. 어려운 이론 필요 없이 사람도 밥상에 반찬이 그득해야 건강이 유지되는 것이 아니다. 백만 오합지졸보다 정규군이나 특공대 양성이 효과적이다. 우리 군민들은 텃밭 초식으로도 거뜬히 건강은 유지되는 것을 경험으로 알고 있다. 무슨 박사가 아니더라도 자기 고향의 행정은 경험으로 알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