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준현 취재부장

『아버지는 사업가가 되었다. 전에 행정가였던 아버지는 사업에 뛰어 들면서 크고 많은 사업을 벌이고 있다. 엄마는 걱정이 태산이다. 우리 집은 그전 많은 돈을 벌지 못했다. 많은 사업을 할 만큼 돈이 없다. 엄마에게 줄 생활비나 우리에게 줄 교육비도 모자란다. 우리도 불안하다. 그렇지만 엄마나 우리는 아버지에게 감히 이야기하지 못한다.』

고성군은 지난 17일, 고성군의회 임시회에서 제1차 추가경정예산안을 보고했다. 기획감사실장의 총괄보고 전 최평호 고성군수의 제안 설명이 있었다.
추경안 편성 반영 목적 및 우선 반영의 이유, 추가경정예산안 규모를 설명하고 국도비 확보 공모사업 발굴, 체납세 제로화 등 세입확충에 대해 다짐을 밝혔다. 아울러 대화와 소통, 엑스포의 성공을 위한 노력에 대해 이야기 했다.
여기까지는 별 특이한 점이 없었다. 다만 주민숙원사업, 군민불편사업 등 현안사업에 추경을 반영하겠다는 군수의 제안 설명 다음 부분에서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고성·자란만을 ‘해양관광진흥지구’로 조성하기 위한 개발구상과 전지훈련 기반구축 차원의 ‘야구장 조성’ 등 지역 발전을 염두에 둔 용역 사업비 등을 반영하였습니다.”
군수가 제안 설명을 하며 그 수많은 사업들 중 콕 집어 두 가지 사업에 대해 언급하는 것이 보통의 제안 설명과 다르다는 느낌을 받았다. 군수가 이 두 사업은 꼭 해야 한다는 의지 표명인지, 의회에서 의견이 분분한 사업이라 특별히 언급한 것인지 의중은 파악하기 힘들다.
고성·자란만 해양관광진흥지구, 야구장 조성이 과연 강조할 만한 숙원사업, 현안사업인지 궁금하다. 고성·자란만 해양관광진흥지구 조성은 사업비가 300억 원 정도로 토지보상비 100억 원, 시설비 지방비 100억 원 등이다. 고성군 야구장 조성계획도 지방비가 95억 원이다.
기사를 쓴 후 야구인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기자는 고성·자란만을 해양관광진흥지구, 야구장 건립에 대해 반대하는 입장이 아니다. 특히 야구장은 야구인들의 숙원사업임을 알고 있다. 이 두 사업과 더불어 군이 추진하고 있는 청소년수련관, 사회·노인·복지·예술단체 공간에 대해 원천적으로 있어야 한다는데 동의한다. 하지만 이렇게 한꺼번에 추진해도 되는지, 그게 가능한지가 궁금하다.
하지 말자는 것이 아니다. 다만 고성군의 재정에 맞게 연차적으로 계획하고 큰 그림을 그려야 한다. 임기 말 사업이 흐지부지 되 듯 선거 후 취임을 하면 유독 사업이 많아진다.
이런 우려는 누구나 다 아는 고성군의 지자체 재정자립도 수치나 공무원 인건비를 충당하지 못하는 재정에 대해 더 이상 논하지 않겠다. 1970년 세계를 놀라게 한 경제성장과 88올림픽으로 최고조를 찍고도 계속된 미친 듯한 경제성장에도 불구하고 1997년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IMF로 수많은 국민들의 고통을 겪었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당시는 몰랐지만 작은 틈 하나가 그런 결과를 가져 왔다는 것을.
최 군수는 선거 중 공약에서 “2년 8개월 짧은 기간 중 새로운 사업을 할 수 있는 여유가 없다. 전 군수의 공약을 이어가며 행정에 부담이 없도록 하겠다”고 했다. 과연 그 약속이 지켜지고 있는지 묻고 싶다.
가정에서는 아버지가 가정을 이끌듯 지자체장은 지자체의 아버지다. 과연 한꺼번에 그 많은 사업을 할 수 있는지, 군민을 위한 정말 실효성 있는 사업인지 아버지는 돌아보길 바란다. 돈 들여 용역만 하고 우리의 기억 속에 사라진 그 많은 사업이 되지 않을까. 가정에서 아이들이 불안하면 안 돼 듯 화려한 큰 사업보다는 진짜 군민을 위하는 신중한 아버지가 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