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명주재단법인 성균관 전 부관장

무용지용(無用之用)이란 말이 있다. 아무데도 쓸모없는 물건을 말한다. 그 무용지물이 때로는 유용지물(有用之物)이 되는 경우가 있다. 이와 마찬가지로 아무 쓸모없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 실상보다 쓸모 있게 되는 것이 무용지용(無用之用)이다.
세속 사람들이 생각하고 있는 그 반대쪽에 항상 진리가 있다고 주장하는 도가(道家)의 생각에 나온 말이다.
장자의 인간세편(人間世篇)에 이런 말이 쓰여 있다.
산의 나무는 제 스스로를 해치고 있다. 기름불의 기름은 제 스스로 태우고 있다. 계피는 먹을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사람들이 칼로 쪼갠다.
‘사람은 모두 쓸모 있는 것의 쓸모만을 알고 쓸모없는 것의 쓸모를 알지 못한다(人皆知 有用之用 而莫知 無用之用也)’ 이것은 공자가 초나라에 갔을 때 초나라의 선비 강접려가 공자가 묵고 있는 집 문 앞에서 한 말로 마지막 부분이다.
즉 산의 나무는 그것의 사람에게 소용이 닿기 때문에 결국 사람의 손에 의해 베이게 되고, 등잔불의 기름으로 쓰이는 기름은 그것이 불을 켜면 환하게 밝아지는 기능 때문에 자신이 뜨거운 불에 타게 된다. 계피는 맛이 좋기 때문에 가지를 찢기고 살을 찢기게 된다. 사람은 모두 이렇게 쓸모 있는 것의 용도만을 알고 있을 뿐 없는 것의 용도란 것을 모르고 있다는 것이다.
외물편(外物篇)에는 또 이런 이야기가 실려 있다. 혜자(惠子)가 장자에게 말했다. “당신이 하는 말은 아무래도 소용이 닿지 않는 것뿐이다.” 장자는 다시 말했다. “쓸모가 없는 것을 아는 사람이라야 무엇이 참으로 쓸모가 있는 것인가를 말할 수 있다. 땅이 넓지만 사람이 서는 곳은 발을 둘 곳만 있으면 된다. 하지만 발을 둘 곳만을 남기고 그 주위를 깊숙이 파버린다면 사람이 서 있을 수 있겠는가? 서 있을 수 없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그렇다면 쓸모없는 것이 쓸모 있는 것이 되는 것도 또한 알 수 있지 않은가? (然則無用之爲用也亦明矣)”
끝으로 산목편(算木篇)에는 이런 이야기가 적혀 있다. 바라보고 있노라니 그 옆에 나무꾼이 있는데도 베려하지 않는다. 장자가 그 까닭을 물으니 ‘아무 짝에도 소용이 없기 때문에’ 라고 대답했다. 그러자 장자는 말했다.
“이 나무는 좋지 못하기 때문에 그 타고난 수명을 다하게 된다(不材得其天年)”
장자가 산에서 나와 친구의 집을 찾았다. 친구는 그를 반겨 맞으며 아이를 불러 기러기를 잡도록 시켰다. 그러자 아이가 말했다. “한 놈은 잘 울고 한 놈은 잘 울지 못하는데 어느 놈을 잡을까요”, “울지 못하는 놈을 잡아야지” 이튿날 제자 한 명이 장자에게 물었다. “어제 산속에 있는 나무는 좋지 못한 까닭에 제수명대로 살 수 있었는데 이집 기러기는 울지 못하는 것 때문에 죽었습니다. 선생님은 어느 쪽을 택하시겠습니까”
그러자 장자는 거북한 웃으며 지으며 대답했다. “글쎄 그 중간쯤을 택한다고나 할까. 중간에 있는 것은 그럴 듯 한 것 같지만 실상은 그것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역시 속세의 누를 면하지 못하는 것이다. ”
공자는 이 이야기에 계속해서 무위자연(無爲自然)의 도에 살아야 한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잘나고 못나고, 쓸모가 있고 없고 하는 것을 초월해야만 하늘과 땅의 자연(自然)을 온전히 알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므로 용은 유용에 사로잡힌 세속 사람들에 대한 훈계의 말인 동시에 무위자연을 설명하기 위한 한 단계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