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명수재단법인 성균관 전 부관장

어린아이가 나를 꾸짖어도 내 마음에는 오히려 기쁨을 느끼게 되고, 아버지 어머니가 나를 꾸짖고 성을 내면 내 마음에는 도리어 달갑게 여겨지지 않는 것이다. 이와 같이 하나는 기쁘고 하나는 달갑지 않으니 아이를 대하는 마음과 어버이를 대하는 마음이 어찌 다른가?
그대에게 권하니 오늘 어버이의 꾸지람을 받거던 꼭 자기의 어린 자식에게 꾸지람을 듣는 것 같이 생각하라.
어린 자식들은 여러 가지 말을 하여도 그대는 늘 싫어하지 않고 들어주고 아버지 어머니가 한번 입을 열면 곧 잔소리가 많다고 말한다. 이는 부질없이 잘못될까 근심이 되어 그러는 것이요, 늙어 머리가 희도록 온갖 것을 알아서 깨우쳐 주는 것이다. 그대에게 권하노니 늙은이의 말을 공경하여 받들고 어린아이의 입으로 하여금 좋다 나쁘다를 논쟁하게 하지 말라
어린 아이의 오줌 똥 같은 더러운 것도 그대는 마음속으로 싫어하거나 꺼려함이 없으나 늙은 어버이의 눈물이나 침 같은 것이 떨어지는 것은 도리어 미워하고 싫어하는 뜻을 가지는 것이다. 여섯 자나 되는 몸이 어디에서 생겨났는가? 아버지의 정기와 어머니의 피로 너의 몸이 이루어졌다. 그대에게 권하니 늙어가는 이를 공경하여 닳도록 애쓴 것이다.
그대가 새벽에 들어가서 떡을 사고 또 흰 설탕을 사는데 부모님을 받들기 위해 산다는 말은 적고 아이들을 먹이겠다는 말이 많은 것 같다. 어버이는 아직 씹지도 못하는데 아이들이 먼저 배불리 먹으니 자식을 위하는 마음은 어버이의 마음을 좋아하는 것에 견주지 못하리라.
그대에게 권하니 떡을 살 돈을 많이 내어 오래 살지 못하실 늙은 어버이를 잘 섬기여라.
시장에 있는 약과는 가게에는 아이들을 살찌게 하는 약은 있어도 어버이를 건강하게 하는 약은 없으니 무슨 까닭으로 이 두 가지 현상을 보게 되는가. 아이도 병들고 어버이 또한 병들었을 때 아이의 병을 고치는 것은 어버이의 병을 고치는 것에 견주지 못할 것이다. 다리의 살을 베어 어버이의 병을 고치더라도 이는 곧 어버이에게서 받은 살을 드리는 셈이다. 그대에게 권하니 어버이 살아계실 때 그대의 목숨을 잘 보존하여 불효의 죄를 저지르지 않게 하라.
옛날에 효자들은 어버이 병이 낫지 않을까 염려해서 자기 넙적 다리의 살코기를 베어 먹여 병이 낫도록 원기를 북돋는 일이 있었다. 어버이를 봉양하는데 형제끼리 서로 다투어 미루고, 아이를 기르는 몇 명의 자식이라도 모두 혼자서 맡아 기른다. 아이가 건강한지 항상 물어보지만 아버지 어머니의 불편하고 추워하는 것은 마음속에 명심하여 두지 않는다. 그대에게 권하니 어버이를 봉양하는데 모름지기 정성과 힘을 다하라. 어버이는 애당초에 그대들에게 입을 옷과 먹을 것을 다 빼앗긴 것이다.
어버이는 충분한 사랑이 있더라도 그대는 그 은혜를 생각하지 아니하고 아이는 조그만 효도가 있더라도 그대는 그 이름을 들어내려고 한다. 어버이를 대접하는 데는 어둡고, 아이들 먹이는 데는 밝으니 그 누가 어버이가 자식을 기르는 마음을 알겠는가? 그대에게 권하니 아이들의 어버이이도 되고 어버이의 자식도 됨을 알아야 하리라.
조선조 오백년에는 충과 효를 국가지표로 삼아 부모에게 불효를 하는 자는 동네에서 따돌림을 당하여 그 마을에서 생활을 하지 못하게 하였고, 군주인 임금이 불효하게 되면 그 막중한 임금 자리에서 물러나게 하였다. 연산주 광해군이 바로 그들이다. 연산주는 그 할머니에게 불순한 행동을 하였고 광해군은 그 계모인 인목대비 김씨에게 불효하였다.
지극한 효자, 효부, 효녀에게는 임금으로부터 정려(旌閭)가 내려 대문 앞에 정문(旌門)을 세우게 하였다. 이렇게 되면 대대손손 그 가문이 빛나고 그 마을의 영광이라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