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태웅고성미래신문취재기자

1969년 박한상 신민당 의원 이후 무려 47년 만에 국회에서 필리버스터가 열리고 있다.
지난 2월 23일, 김광진 의원을 시작으로 야당 의원들이 ‘테러방지법’을 저지하기 위해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를 의미하는 ‘필리버스터’를 진행하고 있다.
금주 최대 이슈가 되고 있는 이 필리버스터에 대해서 간단히 알아보자.
‘필리버스터(filibuster)’란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을 뜻하는 의회 운영 절차의 한 형태로서, 입법부나 여타 입법 기관에서 구성원 한 사람이 어떤 안건에 대하여 장시간 발언하여 토론을 포기하고 진행되는 표결을 지연하거나 완전히 막고자 하는 행위이다.
1851년에 처음으로 쓰인 필리버스터라는 단어는 에스파냐어 ‘필리부스테로(filibustero)’에서 나온 말로, ‘해적’ 또는 ‘도적’을 뜻한다.
당시 필리버스터란 표현은 미국에서 보통 미국 중앙 정부를 전복하고자 하던 남부 주의 모험가들을 이르는 말이었으나, 토론을 전횡하는 방식이 이와 같다고 여겨져 의사 진행 방해자를 이르는 말이 됐다.
의회 내에서 긴 연설이나 발언을 통해 의사진행을 방해하는 것은 고대 로마 시절 원로원에서부터 전해져 내려온다.
마르쿠스 포르키우스 카토는 정부의 법안 통과를 저지하기 위해, 밤까지 긴 연설을 이어가는 방법을 자주 이용했다.
당시 로마 원로원은 해질녘까지 모든 임무가 끝나야 한다는 규정을 두고 있었기 때문에, 이러한 전술은 표결을 막는 효과적인 방법이었다. 카토는 이렇게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권한 강화 시도를 막곤 했다고 전해진다.
다수당의 독주를 막기 위해 합법적으로 보장된 소수당의 의사진행 방해는 장시간 연설, 의사진행발언 남발, 형식적 절차의 철저한 이행 등의 방법을 통해 무제한 토론 방식으로 진행되는데, 발언 범위는 국가마다 다르다.
미국의 경우는 의제와 상관없는 내용도 가능하기 때문에 발언자가 성경이나 소설책을 읽기도 가능한데, 대한민국은 안건 내용에 관련된 발언만 하도록 제한하고 있다.
과거 대한민국 국회법에는 필리버스터가 명시적으로 규정돼 있진 않았으나, 제헌 국회 때부터 ‘의원의 질의, 토론, 기타 발언에 대하여는 국회의 결의가 있는 때 외에는 시간을 제한할 수 없다’고 돼 있어, 필리버스터로 활용할 수 있었다.
이후 박정희 정권 때인 1973년 ‘시간 제한’ 조항이 만들어져 이 같은 무제한 토론이 불가능해졌으나, 2012년 이른바 ‘국회선진화법’을 만들 때 ‘재적의원 3분의 1 이상이 요구하면 본회의에 부의된 안건에 대해 시간제한을 받지 않는 토론을 실시한다’는 조항(제106조의 2 ‘무제한 토론의 실시 등’)으로 39년 만에 필리버스터가 부활했다.
의원 1인당 1회씩 토론할 수 있고, 의원 스스로 토론을 멈추거나 재적의원 5분의 3 이상의 찬성으로 종결을 가결하지 않는 한 회기 동안 계속 진행할 수 있다.
무제한 토론이 끝나면 해당 안건을 지체 없이 표결해야 한다.
대한민국에서는 1964년 당시 김대중 의원이 동료인 김준연 의원의 구속동의안 통과를 막기 위해 5시간 19분 동안 본회의장에서 의사진행발언을 해 안건 처리를 무산시킨 바 있다.
1969년에는 박한상 신민당 의원이 법제사법위원회 회의에서 3선 개헌안을 저지하려고 10시간 15분 동안 반대토론을 했으나 개헌을 막지는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