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명수재단법인 성균관 전 부관장

무릇 집에 있으면서 할 일은 마땅히 예법과 질서를 지켜서 처자 및 집안 식구들을 거느리며 직분 즉 책임감을 나눠 맡기고 일할 것을 주어 그 성공을 재촉하고 재물을 아껴 쓰도록 마련하며, 들어오는 수입을 헤아려서 나가는 지출을 하도록 하고 집안에 재산이 있고 없는 형편에 알맞게 사치스럽고 호화스러운 것을 금지하고 항상 남는 것이 있도록 해서 뜻밖의 쓸 일에 대비할 것이다.
관례와 혼례의 제도는 마땅히 예절과 법도에 따라서 하도록 하고 구차하게 속된 풍습을 따르지 말아야 할 것이다. 형과 아우는 함께 아버지 어머니의 주신 몸을 받아서 나와 한 몸 같으니 마땅히 저와 나 사이가 없고 음식과 의복의 있는 것 없는 것을 다 함께 먹고 입을 것이다. 설사 형은 굶주리는데 아우는 배부르고, 아우는 추위에 떠는데 형은 따뜻하게 산다면 이것은 한 몸 가운데서 팔다리와 몸뚱이가 혹은 병들고 혹은 튼튼한 것이니 몸과 마음이 어찌 한결같이 편할 수 있으랴
지금 형제가 서로 사랑하지 않는 사람은 내 부모를 사랑하지 않고 존경하지 않는 까닭이다. 만약 부모를 존경하는 마음이 가졌다면 어찌 한 부모의 자식이 사랑하지 않으랴? 형제로서 착하지 않은 행실이 있다면 마땅히 정성을 다하여 참되게 좋은 충고를 하되 차츰 그 이치를 알아듣도록 설명하고 느끼고 깨닿게 할 것이지 노여운 빛을 가하거나 거슬리는 말을하여 그 화목을 깨뜨려서는 안 될 것이다.
지금 학자들은 밖으로는 학자의 긍지를 말하면서도 안으로는 착실한 점이 적다. 부부사이에 이부자리 안에만 들면 정욕이 지나쳐서 그 위상과 예의를 잃어버리게 되는 까닭으로 부부가 서로 가깝게 어울리지 않고서 능히 서로 공경하는 사람이 매우 적다. 남편은 화목하면서 의리로 아내를 거느리고 아내는 유순하면서 정당한 도리로써 남편을 받들며 부부사이에 예의와 공경을 잃어버리지 않아야 한다. 그런 다음에야 집안 일이 잘 다스려 질 것이다.
그런데 만약 종정대로 서로 좋아하기만 하다가 하루아침에 갑자기 서로 종경하려고 하면 그 형편이 뜻대로 되기가 어려우니 모름지기 아내와 서로 경계하여 반드시 먼저의 습관을 버리고서 차츰 예의바른 길로 들어가는 것이 좋을 것이다.
자식을 낳아서 자식이 사물을 알 때부터는 마땅히 착한 행실로서 인도 할 것이다. 대체로 한 집안의 예법을 잘 행하게 만들고 책, 종이, 붓, 먹 이외의 다른 잡기를 하지 않게 되면 자제들도 역시 학문을 내버리고 밖으로 달려 나가는 근심거리는 없을 것이다.
형제의 아들은 내 아들과 같으니 그도 사랑하고 가르치기를 마땅히 똑같게 하여 가볍고, 중하고, 후하고 박한 차별이 없도록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