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명수재단법인 성균관 전 부관장

가정에 예절이 있는 까닭으로 어른과 아이의 분별이 있고, 부녀자의 거처하는 곳에 예절이 있는 까닭으로 삼족(三族)이 화목하고, 조정에 예절이 있는  까닭으로 관직과 품계의 차례가 있고, 사냥에 예절이 있는 까닭으로 사냥하는 일이 순조롭고, 군단에 예절이 있는 까닭으로 싸움의 공정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군자는 용맹이 있으면서 예절이 없으면 세상을 어지럽게만 만들고 소인이 용맹이 있으면서 예절이 없으면 도둑이 되는 것이다. 조정에는 벼슬보다 좋은 것이 없고 각 지역에는 덕망보다 나은 것이 없고, 나라 일을 잘 보살피고 백성을 잘 살게 만드는 데는 예절과 높은 덕망보다 나은 것이 없다.
늙은이, 젊은이, 어른 어린아이의 관계는 타고난 분수의 예절의 질서인데 그 이치를 어기고 그 도리를 상하여서는 안된다. 문밖을 나설 때에는 큰 손님을 보는 것 같이 조심하고 집안에 들어 올 때에는 안에 사람이 있는 것 같이 조심 할 것이다. 만약 남이 나를 중하게 여기기를 요망하면 내가 남을 중하게 여기는데 힘쓸 것이다.
아버지는 아들의 좋은 점을 말하지 아니하고 자식은 아버지의 잘못을 말하지 않을 것이다. 남을 이롭게 하는 말은 따뜻하기가 뱃솜과 같고, 남을 해롭게 하는 말은 날카롭기가 가시와 같은 것이다. 한마디의 짧은 말이라도 중하기가 천금의 값어치에 해당하는 것이요, 한마디의 말로 남을 해롭게 함은 아프기가 칼로 베는 것과 같을 것이다. 말이 이치에 맞지 않으면 말하지 않는 것만 같지 못하다. 한번 말하여서 맞지 않으면 천 번을 말하여도 소용이 없다.
옳은 일 하기를 좋아하고 옳지 않은 일 하기를 싫어하는 것은 동서양을 불문하고 사람의 도리일 것이다. 사람으로서 행하여야 할 착한 행실로서 좋아한다는 것은 착한 일을 한 사람에게는 상을 주고 나쁜 일을 한 사람에게는 벌을 주는 것을 뜻하니 이 글에 뜻하는 것은 좋은 일에 상주고 나쁜 일에 벌주는 행동에 앞서 사람들이 어질고 착한 행실을 하기를 좋아하고 어질지 못하고 옳지 못한 일을 미워하고 싫어하면 법령이 없어도 세상이 무사하리라는 것이다.
옛날 나라를 잘 다스리는 임금이 좋아하는 것은 어질고 의롭고 예의 바르고 지혜롭고 미더운 행실의 소유자이며, 싫어하는 것은 어질지 못하고 의롭지 못하고 예의 바르지 못하고 지혜롭지 못하고 미덥지 못한 행실이었다.
예절바르고 착한 사람과 함께 살면 향기로운 난초와 지초가 있는 방에 들어간 것과 같아서 오래도록 그 향기를 맡지 않더라도 곧 그 향기와 함께 동화되듯 착한 사람이 된다. 반면 착하지 못한 사람과 같이 다니면 생선 가게에 들어간 것과 같아서 오래도록 그 비린 냄새를 맡지 않더라도 역시 그 비린 냄새와 함께 동화되듯 착하지 못하게 된다. 붉은 것을 지니고 있으면 붉어지고, 옻을 지니고 있으면 검어지는 법이다. 그러므로 학문에 능숙한 군자나 선비는 반드시 그와 함께 거처하고 생활하는 것을 삼가고 조심 할 것이다.
예절이 있는 사람과 같이 다니면 벼, 이삭과 같아서 백성의 양식이 되는 것이요, 예절이 없는 사람과 같이 다니면 벼논에 잡초와 같아서 농민의 수고만 끼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