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의 요청에 따라 본 고장에서 출생한 목월 시인에 대한 정종암 문학평론가의 평론을 3회에 걸쳐 게재키로 한다.
그는 인용 및 참고문헌은 본문에 표했을 뿐, 별도의 주석을 달지 않았다. 이 평론을 기화로 기존의 목월 시 연구 서적이나 자료에서 중구난방인 목월의 출생년도, 출생지, 조모, 사랑 이야기, 가계도 등을 바로 잡고자 한다.
본 작품을 인용 시는 e,mail; jja-news@nate.com으로 동의나 허락을 구해야 한다" 고 밝혔다. 또한 그는 신춘문예 등으로 등단한 문학계 3관왕 작가답게 "남산공원의 '나그네' 시비를 보고 목월 시인의 궤적을 밟으면서 이에 대한 문학평론을 쓰게 되었다"고 덧붙였다. <편집자 주>

당신

옷깃에 스치는 것만으로

우리는 새 사람이 되어

저희 믿음으로

저를 구원하게 한

이 영원한 원리 속에서

더욱 상쾌한 새 날을 맞게 된다.

<네 믿음이>부분

위에서 보듯 세계를 바라보는 목월의 시야는 긍정적이고 신에 대한 절대 믿음을 전제로 한 것이다. 이승훈은 이와 같은 믿음의 상태를 화자의 대상, 즉 신앙인과 하나님과의 절대적 화해의 상태라고 한다(그의 책.박목월의 시세계.민족문화사.1983.98~100쪽). 반면 오세영은 다른 관점에서 긍정적 세계관을 탐색하고 있다. 즉 <난, 기타> 이후에서 드러나는 목월의 자연인식은 자연과 생활의 합일 또는 인생의 의미로서의 자연에 대한 인식이며, 이 자연이야말로 기독교적 의미로써 생의 엄숙함과 존재 초월을 가르쳐주고 있다는 것이다(그의 책.자연의 발현과 그 종교적 지향.한국문학.1978,5.209~210쪽). 목월의 신앙시가 지니는 긍정적인 세계관에 대한 탐구가 다소 다른 각도에서 조명되어 방법상의 차이가 나지만 동일한 결론에 도달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5. 모성애적 기독교 사상과 구원의식

목월의 모성애적 상징은 신앙적으로의 모범과 생에 있어 스승이자 지향점이었던 어머니의 신앙을 이어받아 신의 세계를 엿볼 수 있었다. 이처럼 목월의 시에서 신성(神聖)상징은 목월 자신의 정신적 기반인 기독교 신앙과 맺어져 있다(황종수.박목월 시의 기독교 상징성에 대한 연구.대구대 석사.2009). 기독교는 목월의 신앙이면서 시에서 주요 형질을 구성하고 있다. 따라서 종교적 절대자를 상징하거나 그 절대자의 사랑과 구원을 의미하는 소재들이 많이 쓰이고 있다. 더우기 그의 유고시집 <크고 부드러운 손>에서 기독교 사상이 더욱더 많이 나타나고 있다. 물론 여기서 크고 부드러운 손은 어머니의 어머니이자 하나님이다.

크고 부드러운 손이

내게로 뻗쳐온다.

다섯 손가락을 활짝 펴고

그득한 바다가

내게로 밀려온다.

-중략-

손가락 마디 마디 마다

그것은 보석

그것은 눈빛의 신호

그것은 부활의 조짐

하얗게 삭은 뼈들이 살아나서

바람과 빛 속에서

풀잎처럼 수런거린다.

-하략-

<크고 부드러운 손>부분

 위 시에서의 '크고 부드러운 손' 은 하나님의 손이다. "크고 부드러운 손이/ 내게로 뻗쳐 온다" 에서 엄청난 축복의 도래를 의미하고 있다. 인간의 종말이 충만함을 암시하는 이 시가 자유와 영원에로 목월을 인도해주는 구원의 손길이다. 여기에서 마침내 자유와 영원이라는 인생과 예술의 궁극적 목표와 이념에 도달한다(김재홍.한국현대시인연구.1986.288쪽). 유고 신앙시의 대표적인 이 시는 생명감으로 가득찬 바다의 공간에서 하나님 나라의 도래와도 같은 계시적인 모습이다. 말년에 있어 그의 신앙이 부활을 실감하는 경지에 도달했음을 보여준다. 이 시는 전지전능하며 인간을 향한 지극한 사랑이 넘치는 신의 구원의 손길을 말해주고 있다. 그 신의 손에서 뻗쳐오는 사랑과 구원의 가득한 충만 가운데 허무를 극복하고 하얗게 삭은 뼈들이 살아나 바람과 빛 속에서 풀잎처럼 수런거리는 것을 목월은 확인한다. 그 구원의 손길은 체험한 자만이 할 수 있는 고백이다. 목월 자신이 갈구한 구원의 손길은 스스로 체험했기에 일반적인 두려움보다 끝내 하나님 곁으로 다가갈 수 있었던 것이다. 이러한 빛의 상징적 의미는 아래의 시에서도 볼 수 있다.

주여

태어나기 전의

이 혼돈과 어둠의 세계에서

새로운 탄생의

빛을 보게 하시고

진실로 혼매한 심령에

눈동자를 베풀어 주십시오.

<부활절 아침의 기도>부분

이처럼 빛의 갈망은 어떤 도덕성과 구원의 회복이다. 목월은 도덕적으로 타락해 가는 현실에서 종교의 힘으로 끝없이 초월적인 존재를 갈망하고 있다. 그 초월적인 존재는 바로 하나님이다. 목월의 간절한 기도는 절대적인 신앙을 말하며 하나의 소임을 달라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하나님의 말씀에 의지하면서 올바른 삶을 원하기에 그러한 고뇌와 갈등이 그의 시에서 자주 등장한다. 그리고 목월은 어머니를 통해 안식과 평안을 얻고 고통스러운 현실을 타개할 수 있는 힘을 얻는다. 어머니라는 존재는 평안과 안식의 원천이 아니겠는가. 목월의 시에서의 모성적 상징들은 하나님으로의 회귀나 구원의 세계로 인도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아름다운 일을 생각하자

술향기로 익어오는 햇빛과

이마가 환한 정오를

깨끗하게 손을 씻고

오늘 하루만이라도

아름다운 일만 생각하자.

인생이 항상 환할 수 없지만

가볍게 열리는 문과

촉촉하게 젖는 땅과

물오르는 가지를 생각하자.

<모일>부분

담담한

하루를 보낸다.

여한없는 공백을.

조용히 개이는

나의 심령의 새하늘.

침묵으로 평생한, 나의 세계를

모래로 흘러내리는

생명의 율감

<삼월 모일>부분

기독교의 구원관은 현세적 삶보다는 내세적인 삶에 중점을 두지만은 않는다. 그렇다고 현실을 부인하거나 초월하는 것도 아니다. 부활도 육신의 죽음이 있었기에 가능하듯이 내세도 현실이 있어서 가능하기 때문이다. 바람직한 구원과 그 완성은 이러한 양면성을 공유한 것이어야 한다. 기독교 신앙시는 현세적 삶과 내세적 삶이 일거에 분리되지 않고 지상과 천상이 비약되지 않는 상승력을 문학적 상상력으로 보여줄 때 진정한 구원의 의미를 획득할 수 있다(김윤환.앞의 책.131쪽).

목월은 <모일>에서 육체적인 소멸, 즉 죽음과 부활을 신(神)과 만나는 황홀한 순간으로 묘사하고 있다. 목월 스스로 읊었듯이 '충만한 종말' 을 경험하고 있는 것이다. 시적 화자가 이승의 근심에서 벗어나 저승으로 향하는 '아름다운 일' 만을 바란다. 자신의 생의 종말에 이르러 어떠한 새로운 세계의 갈망과 경건한 자세를 견지하고 있음을 엿볼 수 있다. 또한 목월은 <삼월 모일>에서 보듯이, 여한없는 공백이란 공간을 메우면서 이승의 시공(時空)을 비우며 심령의 새하늘로 충만하고자 한다.

목월의 시중에서 특히 그의 유고시집인 <크고 부드러운 손>에서 신앙의식과 기독교적 구원의 세계관이 묻어난다. 목월의 시는 동심의 세계에서 출발하여 끝내는 기독교적인 세계관이 보편적이고 추상적인 것에서 벗어나 구체화되고 개별화되면서 어머니의 신앙을 모태로 영원한 구원의 세계에 도달한 기독교적 영성을 나타내고 있다.

향토색, 초록빛, 생명, 삶의 성찰, 어머니를 비롯한 신앙의 세계까지 통괄하고 있는 목월 시의 본질이 사랑과 구원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목월의 시에서는 일제의 암울한 시대를 거치면서도 일제를 찬양하는 친일의 싯귀가 보이지 않는 조국애가 물씬 풍기는 면을 엿볼 수 있다. 이러한 우리말과 정서를 함양하는데 뚜렷한 족적을 남긴 점을 높이 평가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면서 목월 자신의 삶에 있어 스승이나 마찬가지였던 어머니를 통해 유토피아를 보고 신의 세계를 볼 수 있었던 것이다.

향토색 짙은 시상, 진한 사랑, 가족애, 나아가 기독교적 영성은 경건하고 겸손하면서 절대적 믿음의 바탕 위에서 긍정적 세계관을 가진 신앙시인이자 순수 서정시인인 목월의 시세계이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