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형갑 고성미래신문 지면평가위원

한계에 부딪혀 폐기 수준에 와있는 신자유주의는 사회적 시스템이 오작동 되고 있다. 능력주의란 개인의 노력과 능력에 비례해 보상을 해주는 사회 시스템으로 능력만 쌓는다면 누구든 성공할 수 있다는 원칙이다. 탕평책이었던 조선 영·정조시대의 과거(科擧)나 요즘 논란에 쌓인 사법고시도 능력주의 원칙이었다.
그런데 지금 능력주의는 잘못되어 있다. 개인의 능력보다 비능력적인 요인이 훨씬 중요한 능력으로 자리 잡았다. 능력주의의 허구를 논한 ‘스티븐 J 맥나미와 로버트 K 밀러 주니어’는 부모의 배경이나 학교 교육, 특권이나 부의 상속, 차별적 특혜와 사회적·문화적 자본 등이 사회 구조를 변화시켜 불평등한 삶을 대물림하며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의 잔혹한 요인을 꼬집었다.
비능력적 요인이 능력을 수월하게 추월하는 세상, 경제적 불평등이 심할수록 개인의 능력만으로 계층을 상승시키기는 불가능하다. 능력과 무관한 기준이 보다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비능력적인 사회적 요소는 학교, 직장, 비즈니스, 등에서 기회에 접근하는 데 도움이 되는 ‘개인적인 인맥과 가족의 인맥’이다. 쉽게 말해서 자신이 알고 있는 누군가의 가치를 뜻하는 것이다. 나를 위해서 혹은 나를 대신해서 권력이나 영향력을 행사해줄 수 있는 사람, 취업이나 승진 등에서 다른 사람과 동등하게 경쟁하지 않아도 되게끔 나를 보호해주는 사람이 나의 든든한 사회적 자본이다.
무엇을 아느냐보다 더 중요한 것은 누구를 아느냐며, 누구를 아느냐보다 더 중요한 것은 어떤 위치에 있는 누구를 아느냐이다. 이러한 사회적 자본에 접근할 수 있는 수준도 계층마다 다르다. 가장 많은 특권을 누리는 계층이 가장 가치 있는 사회적 자본을 갖는다. 이러한 부모 밑에서 태어난 자녀는 자신에게 도움이 되는 풍부한 사회적 자본을 갖게 되지만 이는 자신의 능력으로 개척한 것이 아니다. 반면 낮은 사회 계층에 있는 사람은 질이 떨어지는 자원에 접근한다.
 타고난 재능이나 근면 성실, 올바른 태도의 도덕성 관점에서도 재능과 능력은 누군가에 의해서 발견이 되어야하고, 발견이 되지 않으면 자신에게 재능이 있다는 사실도 모르고 살아간다. 즉 재능과 능력을 타고 났다고 해서 원하는 삶의 결과가 저절로 찾아오는 것은 아니다. 성공을 거두려면 능력과 기회 그리고 최선의 노력이 적절히 더해져야 한다는 것이다.
최적의 자격을 갖춘 사람이나 최고의 인재가 채용되어야 한다는 것은 능력주의의 원칙이다. 그러나 승진이나 여타의 채용 사례를 들어보면 누가 최고의 인재인지 가려내기가 불가능한 때가 많다고 한다. 또한 가장 자격 있고 능력 있는 인재가 최종적으로 선발되는 것도 아니다. 채용이나 승진에서 비능력적인 요인 때문에 막판에 반전드라마가 발생한다.
능력을 가졌다고 모두가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아무리 능력이 뛰어나도 어찌 해볼 도리가 없는 불가항력적 요인이 있다. 때문에 가장 능력 있는 사람이 승진되는 것도 아니고, 타고난 능력과 재능만으론 안 되는 것이 지극히 정상적인 시스템으로 안착했다.
중앙이나 지자체에서 불거지는 인사행정도 다를 바 없고, 대통령이나 여타의 단체장도 인사는 비판이 따른다. 그런데 가만히 있어도 이등병이 일등병 되고 봉급도 더 많이 주는 연공서열 중심 인사는 아무나 할 수 있다. 그러나 행정가 출신이 직렬 안배 등을 고려한 결단을 못하면 정치인임이 드러나 욕을 듣는 것이다.
우리 고성은 직전 군수부터 지금까지 농업 직렬에 편애했다. 농업직은 대략 56명에 8명이 5급이라 7명당 1명이 사무관이다. 그야말로 능력보다 비능력적인 요인의 작동이라 할 수 있다. 제 아무리 농업 군이라 변명해도 인사행정 및 사회적 시스템 오작동 사례를 적나라케 보여준 것이다. 농업 직렬은 윗사람에 충성하는 사고가 많아 그렇다 하더라도 타 직렬에서 벤치마킹할까 두렵다.
그러나 이제껏 고성군청 승진자중 ‘이번 인사는 능력 있는 동료 후배를 제쳐두고 그저 그런 저를 승진시킨 잘못이 있다’는 고해성사나 내부고발은 없었다. 이것은 공무원들의 큰 잘못이며 업보다. 내가하면 로맨스 남이하면 불륜과 다를 바 없다. 인사권자를 향해 구호를 외치고 변화를 요구해야 다른 세상을 만드는 것이다. 그저 내 칼에는 피 묻히기 싫고 욕하는 언론이나 남이 해주길 바라서야 되겠는가.
도내 평균 6.9% 비율을 보이고 있는 여성 사무관이나, 참담한 계열로 인사정체 현상을 격고 있는 보건, 복지 등 소외된 직렬을 비능력적인 요인의 부족으로 바라보니, 보건·복지사회 어쩌고 하는 헛소리가 처량하다.
인사행정 비판의 소리를 최소화할 수 있는 것은 발탁인사와 직렬안배를 고려한 인사권자의 강력한 인사정책 변화와 마음 비운 고독한 결단에서 나오는 소신이라는 것을 누구보다 최 군수는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부디 개별적인 차이와 인정(人情)을 넘어, 직원들의 사기와 사회에 대한 공통의 상황, 공통의 과제, 공통의 도전, 공통의 생각을 정의한 인사정책에 주목하기 바란다.
이미 비능력도 능력이라고 인정하는 공무원들은 차이를 차이로서 인정하는 바탕 위에서, 자신에게 필요한 바를 조금 느긋이 생각할 때 비로소 상호간의 참된 우호와 이해의 주춧돌을 세울 수 있을 것이다. 농업직이나 고독한 군수에게 미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