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형갑 고성미래신문 지면평가위원

정치인들은 걸핏하면 ‘국민’을 들먹인다. ‘국민’이라는 명분으로 끝내 사법적 심판에 의해서 정치적인 죽음이 가까이 다가왔음에도 지속적으로 ‘국민’을 떠들어대면서 자신의 생명을 연장해나가는 뻔뻔하고 별스러운 존재들이다. 
신문사 홈페이지 자료실에서 30년 전 신문의 정치면을 펼쳐보았다. 아주 흥미롭게도, 신문에서 거명되는 정치인의 이름과 날짜만 바꿔놓으면, 중앙이나 지방 구분 없이 오늘과 아주 흡사하다. 경제는 세계적인 수준인데도 정치만은 여전히 수십 년 전과 다를 바 없다. 
그들이 희한한 짓거리를 해대는 그곳 역시 오늘날의 그것이나 30년 전의 그것이나 크게 다를 리 없다. 조금 세부적으로 들어가 보자. 요즘도 심심찮게 정치판에 등장하는 게 무슨 고급 술집(룸살롱)이다. 사실은 이 룸살롱이라는 단 하나의 키워드만 가지고도 정치인들의 형태를 낱낱이 알 수 있다.  
룸살롱에는 고급 양주가 있고 밀실이 있으며 여자가 있다. 고급 룸살롱은 고위급 정치인이 아니면 예약을 하지 않는 이상 들어갈 수조차 없으며 그 가격은 상상을 초월한다. 룸살롱은 우리 정치판의 상징이다. 음모가 있고 음란이 있으며 밀약이 휭휭한다. 그들은 접대부의 ‘가슴’을 만지며 술을 마시고, 그녀들의 허리를 감싸며 정치를 논한다. 이러한 사실이 신문에 나오고 문제가 되자 그들이 했던 말이 가관이다. 
“술 좀 마신 것 가지고 신문에서 그런 것을 쓰고 그러나.”, “술 한 잔 한 것 가지고 뭘 그래 쌌는지...” 
괴이한 일이다. 수십 년 전 정치인이나 요즘 정치인이나, 무슨 접대 사건을 바라보는 시각은 별반 다를 바 없다. 세상은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는데 그들의 도덕이나 윤리적 사고는 정체되어 있는 듯하다. 
중앙이나 지방이나 그 나물에 그 밥인지라, 기초의회 무용론은 지방선거 때마다 불거지는 논란이다. 그러나 ‘국민’보다 국회의원 자신들의 편리를 위해서 폐지하지는 못할 것이다. 어쩜 그들은 또 ‘국민’의 행복을 위한다며 기초의회 존재를 들먹일 것이 뻔하다. 
그러나 정치는 인적 시스템이다. 정치는 사람이 한다. 따라서 사람이 바뀌지 않으면 정치도 바뀌지 않는다. 아무리 당의 이름을 바꾸고 표방하는 이념이 바뀌어도 그 사람이 바뀌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호박에 줄긋는다고 수박이 되지 않는다. 걸레는 빨아도 걸레다. 
그러나 중앙이나 지방이나 안타깝게도 일부 몰지각한 정치인들이 퇴출되지 않고 굳건히도 정치판에 기생하고 있다. 사리사욕을 채우며 부패한 권력을 갖고, 모든 공무원들이 자신에게 굽실거렸으면 하는, 질 낮은 명예의식을 얻고 싶은 마음으로. 하긴 두어 달 얼굴 철판 깔고 굽실거리면, 4년 동안 굽실거림을 받을 것이니 해볼 만한 직업이다.  
정치는 그렇더라도 우리 고성의 당면한 문제도 예삿일이 아니다. 국가도 대통령 혼자서 바꿀 수 있는 게 아니듯이, 수십 년간 특정인에 길들려 진 고성 지차체도 군수 혼자서 바꿀 수는 없다. 군수는 집행부 시스템 조직에 있는 꼭짓점일 뿐이다.
 
그 꼭짓점과 하부조직들은 상호 영향을 미치며 서로의 힘겨루기를 할 수 있다. 안타까운 것은 군수는 혼자이고, 그 하부조직을 이루고 있었던 고성의 기득권 세력들이나 공무원들이 전체 틀을 좌지우지하고 있는 것이다. 과연 누가 이기겠는가. 사무관을 비롯한 하부조직이 개판 치면 꼭짓점은 그에 따라 흔들릴 뿐이다. 더욱이 전임 군수 총선 출마 여론조사는 군민들의 안목과 판단을 헷갈리게 하는 등 그다지 곱지 않다.  
아귀다툼 같은 고성 정치판을 보고 있노라면 홀연히 관직을 버리고 고향으로 돌아오면서 지었다는 도연명의 귀거래혜사의 한 구절을 생각한다.
「돌아왔도다! 전원이 장차 거칠어지니 어찌 돌아가지 않으리. 이미 스스로 마음이 몸의 부림을 당했으니 어찌 한탄하고 슬프지 않으리... 중략... 부귀는 나의 소원이 아니며 신선의 땅을 기약할 수 없도다. 좋은 날씨 바라며 홀로 나아가 지팡이 세워둔 채 김을 매리라.」
 끊임없는 관직에의 유혹을 떨치고 홀연히 촌로로 돌아간 도연명. 부귀영화가 약속되어 있는 그 자리를 당당하게 떨쳐버리고 돌아섰던 도연명. 근데 어찌하여 지금 시대의 정치인들은 모든 국민·군민들이 고향으로 돌아가라고 해도 끝끝내 돌아가지 않고 저 지랄을 떨고 있을꼬.
시절이 하수상하여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을 뒤적거려 본다. 군주는 자비롭고 신의가 있고 인정이 있으며 공정하게 보여야 하는데 이러한 자질을 다 갖출 필요는 없다. 하지만 그것들을 모두 지닌 것처럼 보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감히 말하건대 이를 갖추고 계속 실천하면 해가 되지만, 가진 것처럼 보이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특히 최근에 나라를 세운 군주라면 사람들이 선이라고 여기는 것들을 모두 행할 수는 없으며, 종종 자신의 나라를 지키기 위해 인정·자비·믿음에 반대되는 행동도 해야만 한다.  
따라서 군주는 운명의 바람이 변함에 따라 쉽게 자신을 바꿀 수 있는 융통성을 가져야 한다. 그러나 가능한 선에서 벗어나지 말고 필요에 따라 악에 의지하는 법도 배워야 한다. 
사람은 과거의 일보다 현재의 일에 관심이 더 많다. 현재의 행복을 찾으면 그것을 즐기면서 다른 것을 찾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반대세력들의 극복이라는 명분으로 가장 가까운 곳에 귀를 멀리한다면, 방어할 수 없는 공개적인 적이 생겨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