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들이 ‘연애·결혼·출산’을 포기했다고 해서 붙여진 ‘3포세대’가 언젠가부터 ‘주택·인간관계’가 더해져 ‘5포세대’로 되더니, 이제는 ‘꿈과 희망’마저 포기한 ‘7포세대’에까지 이르렀다.
2030 청년들과 10대 청소년들이 살아가는데 있어 겪는 사회적·경제적 문제가 갈수록 심해지자 결국 또 다른 것을 포기하며 살아가야하는 ‘N포세대’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됐다.
이런 ‘N포세대’에서 최근 유행하는 것이 바로 ‘수저계급’이다.
부모의 재력에 따라 금수저-은수저-동수저-흙수저 등의 순으로 구분되는 수저계급은 인터넷 커뮤니티와 SNS를 통해 10대부터 30대 사이에서 널리 퍼진 이 시대의 신분제도로, 흔히 부유층을 일컫는 ‘금수저를 물고 태어났다’에서 파생된 표현들이다.
▲금수저는 자산 20억원 또는 가구 연 수입 2억원 ▲은수저는 자산 10억원 또는 가구 연 수입 8,000만원 ▲동수저는 자산 5억원 또는 가구 연수입 5,500만원 ▲흙수저는 자산 5,000만원 미만 또는 가구 연 수입 2,000만원 미만으로 구분하고 있으며, 이에 더해 재벌가나 유력정치인의 집안은 ‘플래티넘 또는 다이아몬드 수저’, 빚이 있거나 하루하루 힘들게 살아가는 집안은 아예 수저조차 없는 ‘맨손’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이 같은 수저계급이 퍼지자 본인이 흙수저인지 아닌지 테스트 해보는 ‘흙수저 빙고게임’도 등장해 인기를 끌었으며, 저마다 “나는 흙수저 집안이네”, “다행이 흙수저는 면했네”하는 이야기가 서슴없이 오가고고 있다.
우스겟 소리나 재미삼아, 농담삼아 하는 표현이라 할 수 있지만 여기에는 빈부의 양극화와 기회의 불평등, 불투명한 미래를 안고 있는 청년세대의 사회에 대한 반감을 드러내는 메시지이다.
이런 청년세대의 문제 해결에 기성세대가 도와주기는커녕 청년들에게 ‘노력’이 부족하다며 노력만을 강요하거나 훈계하는 것을 비꼬은 ‘노오력’이라는 말과 ‘헬(지옥)’과 ‘조선’의 합성어인 ‘헬조선’이라는 말도 어느새 청년과 청소년들 사이에 자리 잡았다.
‘헬조선’은 ‘지옥과도 같은 한국’을 뜻하는 말로, 앞서 언급한 N포세대, 흙수저, 노오력 등에 내포된 문제점에 대해 청년들이 내린 결론과도 같다.
10대 때부터 주입식 교육과 사교육을 통해 입시 전쟁을 치른 이들이 20대가 되어서도 스펙을 쌓고 취업과 성공을 위한 끝없는 전쟁을 펼치지만 노력하는 만큼, 능력만큼 기회가 주어지지 않으며 인정을 받을 수 없는 현실을 비판하는 것이다.
물론 사회에 대한 불만을 담은 표현을 통해 모든 문제를 부모 탓, 남 탓, 사회 탓, 나라 탓으로 돌리는 것이 옳은 일은 아니다.
이처럼 사회에 대한 불만 분위기가 형성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으나, 희망을 잃은 청년세대의 현실을 그대로 담고 있다는 점에서 이 같은 현상을 가볍게 보아서는 안 되며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기성세대들이 미래를 이끌어가야 할 청년과 청소년들에게 탈출구를 제시해 길을 열어줄 수 있을까?
위선과 모순이 가득한 우리 사회가 가진 사회·경제적 제도와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는데 모두가 그 역량을 집중해야 할 시기가 아닐까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