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명수 재단법인 성균관 전 부관장

중구난방은 많은 사람들이 마구 떠드는 소리를 감당할 수 없다는 뜻이다.
그러나 현대사회에서는 이 말을 정사가 아닌 부사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즉 여러 사람들이 질서도 없고 자기 위신도 생각하지 않고 마구 떠들어댈 때 중구난방으로 이렇게 마구 떠들 것이 아니라 우리 차근차근 순서에 따라 이야기 합시다. 하는 경우를 예를 들 수 있다. 이 경우 중구난방은 제멋대로 라는 뜻이 된다. 말하자면 명사가 부사로 바뀐 것 뿐 본래의 언어의 뜻에 별 차이는 없다.
이 말을 직접 사용하게 된 것은 아득한 옛날 춘추전국시대 송나라 사마<司馬> 벼슬자리에 있던 화원<崋元>이란 사람이다. 그가 성(城) 쌓는 일에 감독관으로써 독려하기 위해 현장에 나와 있을 때 노동하는 군중들이 그가 적국인 정나라 포로가 되었다가 탈출해 돌아온 것을 비웃어 노래를 불렀다.
그러나 마음이 너그럽고 심성이 착한 그는 노동하는 인부들을 꾸짖는 일이 없이 ‘뭇입은 막기 어렵다(衆口難防)’ 라고 하고 어디론가 가버리고 나타나지 않았다. 그의 그러한 수치심 많은 태도가 많은 대중들에게 칭찬과 좋은 반영을 일으켜 그는 국민들의 존경을 받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문맥은 그가 처음 쓴 말이 아니고 옛날부터 있었던 말을 짤막하게 중구난방이라고 표현한 것이라 볼 수 있다. 十八사략이란 역사에 보면 소공(召公)이란 신하(臣下)가 주나라 왕인 주려왕(周厲王)이 언론탄압 정책으로 백성을 다스리고 있기에 소공은 이렇게 말하였다.
백성의 입을 막는 것은 강의 물을 막는 것보다 더 심한 것이 있습니다(坊民之口 甚於防川) 강물이 막혔다가 터지면 사람을 많이 죽이게 됩니다. 백성들도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므로 강을 다스리는 사람은 물이 흘러내리도록 하고 백성을 다스리는 군왕은 백성들의 생각하는 데로 말을 하게 합니다.
그러나 주려왕은 소공의 말을 듣지 않고 함구령(緘口令)을 계속 밀고 나갔다. 그로인해 폭동을 만나 주려왕은 산중으로 도망쳐 그곳에서 평생을 갇혀 사는 결과를 가져왔고 그가 갇혀 있는 동안 대신들의 합의에 의해 정치의 명칭을 공화(共和)라 불렀다.
이것이 공황정치의 가장 오랜 역사라 볼 수 있다. 우리나라도 민주공화국이라 한 말은 여기에서 유래된 오랜 역사성이 있다.
또 정(鄭)나라 재상 자산(子産)의 말에 의하면 백성(국민)의 입을 막는 것은 폭우가 쏟아 질때 냇물을 막는 것보다 더 심하고 힘든 것이라고 해서 중구난방이니 심어방천 이란 말에서 나온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