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명수 재단법인 성균관 전 부관장

어잔 사람에게 일을 맡겼으면 사회의 공격이나 누가 무슨 소리를 하던 끝까지 믿고 밀고 나가는 것이 임현물이(任賢勿貳) 이다.
물이(勿貳) 라는 말은 도중에 변경하지 말고 그만 중지하지 말라는 뜻이다.
서경(書經) 대우모편(大虞謨篇)에 있는 익(益)의 말이다. 익은 우(虞) 임금이 자기의 뒤를 이어 천자가 되기를 기대했을 정도로 위대하고 숭고(崇古)한 인물이었다. 그 익이 말하기를
“어질고 착한 사람을 정치권을 맡긴 다음 두 가지 생각을 하지 말고 <任賢勿貳> 간사하고 말 잘하는 사람을 버리기를 주저하지 말며, 의심스런 꾀나 술수를 행하지 말라(疑謨勿成)고 했다. 그러나 실상 문제는 지혜와 과단성에 있는 것이다. 그가 참으로 어진 줄을 안다면 행하는 도중에 누가 말한다고 해서 다른 생각을 할 리가 없다. 어진 사람으로 알고 있었던 것이 어질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에 잡음에 귀를 귀울이게 되는 것이다.
춘추시대 오패(五覇)로 첫손 꼽히는 제환공(齊桓公)과 관중(管仲)과의 대화에도 같은 내용의 말이 나온다. 제환공이 관중을 보고 물었다.
‘과인은 불행하게도 사냥을 좋아하고 또 예쁜 여자를 좋아하는데 패(覇)에 해가 되지 않을지’ 하고 관중에게 물었다.
관중은 대답하기를 ‘해가 될 것이 없습니다’ 라고 답하였다. ‘그러면 무엇이 패에 해로운 것인가’ 그러자 관중은 이렇게 말했다. ‘어질고 착한 사람을 쓰지 않는 것이 패를 해치게 합니다. 즉 어진 줄을 알고도 쓰지 않으면 패와 의리를 해치고, 그를 쓰면서도 완전히 전부를 맡기지 않으면 패와 의리를 해치고, 맡겨 놓고 다시 소인배와 같이 간섭하게 되면 패와 정치와 국민을 해치게 됩니다.(不用賢覇 知賢而不用害覇 用而不任害覇 任而以小人 參之害覇)’ 맡겨놓고 다시 소인배들이 그 현명한 사람이 하는 일을 간섭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 임현물이(任賢勿貳)인 것이다.
제환공은 관중의 이 말에 깊은 감명을 받고 또 관중의 마음과 지혜와 정직한 정치력을 다 알고 있었기 때문에 관중으로 하여금 임금의 권한을 대행하도록 만들었다. 마치 내각책임제의 대통령 같은 위치를 스스로 택한 것이다. 물론 관중이 그렇게 하지는 않았지만 그만큼 관중을 완전히 믿고 맡겼던 것이다.
그 뒤로 정치인 좌우 신하들이 관중에게 지나치게 막중한 권한을 준 것에 대해 잡음들을 가끔 넣었지만 그럴 때마다 환공은 ‘너희들은 아직 작은 사람들이라 관중에 대한 정치력을 소상이 잘 모른다’ 하고 비난의 말을 계속하지 못하게 했다.
그 결과 미약하고 후진성을 탈피 못한 제나라를 강대국으로 만들고 천하를 호령하여 나라끼리 침략전쟁을 못하도록 하는 한편 이민족들로 하여금 감히 중국을 넘보지 못하게 하는 태평시대를 이룩했던 것이다. 관중은 중원천하에서 식견(識見)이 높고 도량(度量)이 넓으며 사심(私心)이 없는 우리나라 남이(南怡) 장군과 같은 휼륭한 인물임이 틀림이 없다.
남이장군<1441~1468>은 이시애의 난을 평정하고 병조판서가 되었으나 유자광의 무고(誣告)로 28세의 나이에 주살(誅殺)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