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부터 놀며 자란 친구를 죽마고우니 죽마지우(竹馬之友)니 하고 말한다. 죽마는 대나무로 만든 말이란 뜻이다. 죽마니 대말이니 하는 것은 시대에 따라 각각 달랐던 모양인데 하여간 긴 대나무를 말처럼 머리와 꼬리를 붙이고 앞머리를 손에 잡고 가랑이 밑에 넣어 말 탄 흉내를 내며 끌고 돌아다니는 그런 장난감이 있었던 것이다.

 이 죽마란 말은 후한서(後漢書) 곽급전(郭伋傳)에 나와 있다. 곽급은 후한 광무제(光武帝) 때 병주(幷州) 자사의 벼슬에 있던 사람으로 그가 부임(赴任)하자 수백명 아이들이 저마다 대말을 타고 길가에 나와 절을 하며 병주 자사곽급(刺史郭伋)을 맞이 했다고 한다.

 이 죽마를 어릴 때 친구란 뜻으로 쓴 것은 진(晋)나라 무제(武帝) 사마염(司馬炎)은 삼국지에 그 이름이 높이 뛰어났던 사마의(司馬懿)의 손자이다.

 사마염의 시대에 제갈정이라고 하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삼국시대 때 위나라 고관대작(高官大爵)이였던 그 아버지 제갈탄(諸葛誕)이 진무제의 아버지인 사마소(司馬昭)에게 반기를 들었다가 피살되었기 때문에 그 아들 제갈정을 오(吳)나라에 인질로 보내 버렸다.

 제갈정은 오나라 왕에게 신임이 두터워 대사마(大司馬)란 재상(宰相)의 지위에 올라 있었다. 그 뒤 오나라가 망하고 제갈정은 진(晋)나라로 돌아오게 되자 진나라 무제는 그를 진나라 대사마에 임명했다.

 그러나 그는 불러도 가지 않았다. 아버지를 죽인 원수의 나라에 벼슬을 할 수 없다는 생각에서였다. 그것만이 아니고 그는 진나라 서울 낙양(洛陽)이 있는 쪽을 항상 바라보지도 않고 앉을 때는 등을 대고 앉았다. 무제(武帝)가 그와의 옛정을 못잊어 만나보고 싶어했으나 끝내 만나 주지 않았다.

 그래서 무제는 제갈정의 누님이 되고 자기의 숙모가 되는 낭야왕 사마주(司馬?)의 부인인 제갈비(諸葛妃)에게 부탁해서 그를 부르게 했다.
 무제는 제갈정이 누님을 찾아와 이야기하고 있는 방에 갑자기 나타나 그와 다시 만나게 된 기쁨의 인사를 나누었다.

 그리고 술자리가 베풀어져 술이 얼근했을 때 무제는 정답게 말을 건넸다. “경도 설마 죽마의 옛 정을 잊은 것은 아니겠지(경고부억죽마지호불:卿故復億竹馬之好不)” 그러자 제갈정은 “신은 숯을 머금고 몸에 옻을 칠할 수 없어 오늘 다시 폐하를 뵙게 되었습니다”하고 눈물이 비오듯 했다.
 숯을 머금고 몸에 옻칠을 한다는 것은 춘추전국시대(春秋戰國時代) 지백(智伯)의 신하였던 예양(豫讓)이 옛 주인의 원수를 갚기 위해 했던 일을 가리켜 한 말이다.

 무제는 그의 심정을 이해하는 한편 그런 줄도 모르고 억지로 만나려고 한 자신을 후회하며 방을 나갔다는 것이다.
 이 무제가 말한 죽마지호(竹馬之好)에서 죽마지우니 죽마고우니 하는 말이 생겨났다.

 제갈정의 아버지에 대한 복수심도 놀랍지만 그보다도 천자(天子)로서 옛정을 잊지 못해 그토록 그를 만나고 싶어한 진 무제(晋 武帝)야말로 과연 죽마고우의 옛정을 잊지 못한 전형적인 인물이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