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명수 재단법인 성균관 전 부관장

중오필찰은 여러 사람이 어떤 외롭고 고달프고 보잘것없는 사람을 미워하거나 싫어하면 보통은 미움을 받는 사람이 나쁜 줄로 알기 쉽다. 그러나 그 반대의 경우도 있다.
군자나 학자가 여러 사람들에게 미움을 받는 경우도 간혹 있다. 부지런한 사람이 게으른 사람들에게 따돌림을 당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므로 많은 사람이 다 미워한다고 그 사람이 무조건 나쁜 줄로 알지 말고 반드시 그 내용과 까닭을 살피고 관찰해야 한다. 이것이 중오필찰(衆惡必察)의 교훈이다.
중오필찰(衆惡必察)은 많은 사람이 좋아하더라도 무조건 그 사람의 행동과 예의범절이 휼륭한 것으로만 생각지 말고 그 좋아하는 내용과 이유가 무엇인지를 반드시 살펴야 한다는 말이다. 이 말은 논어(論語) 위령공편(衛靈公篇)에 기록된 공자(孔子)께서 자술(自述)한 말이다. 그 원문은 다음과 같다.
중이오지라도 필찰언(衆惡之必察焉)하며, 중이호지라도 필찰언(衆好之必察焉) 하라고 읽는다.
민주주의(民主主義)를 가르켜 우민주의(愚民主義)라고 하는 사람이 있다. 우리가 선거를 통해서 가끔 느낄 수 있는 득표현상에서 이 교훈의 의미를 찾아볼 수도 있을 것 같다. 사서(四書)중의 하나인 대학제가편(大學濟家篇)에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내가 좋아하면서도 그 사람의 악하고 나쁜 점을 알고 있고(好而知基惡), 내가 미워하면서도 그 사람의 아름답고 좋은 점을 알아보는 사람은(惡而知基美者) 천하에 드물것이다’ 라고 했다. 또 자기 자식의 나쁜 점을 알지 못하고 자기 곡식의 싹이 큰 줄을 모른다. 그런고로 사람들은 눈앞에 부질없는 이익만 추구하고 있다. 이는 오로지 그 몸을 닦고 수양하지 않으면 그 집을 바로 다스릴 수 없느니라.
인간은 누구나 감정과 이해와 물욕에 사로잡히기 쉬운 것이므로 남을 미워하고 좋아하는 것이 일시적인 그릇된 감정이나 비뚤어진 사리사욕 때문이 아닌지를 남앞에 선 지도자는 항상 살피고 그 자신도 반성해 볼 일이다.
휼륭한 사람은 스스로 들어내지 않아도 빛을 발하는 것이요, 휼륭한 정치는 국정원 홍보처의 조악한 확성기를 동원하지 않아도 백성들이 스스로 편안함을 느낄 줄 아느니라.
사람이 살아가는데 지옥처럼 상막 할 때도 있을 것이요 때로는 극락처럼 즐거울 때도 있을 것이다. 물질의 빈곤보다 마음의 가난은 더욱 초라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