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명수 재단법인 성균관 전 부관장

절차탁마(切磋琢磨)는 손톱으로 자르고 줄로 쓸고 끌로 쪼개며, 숫돌에 간다는 뜻이다.
뼈나 상아나 옥돌로 물건을 만들 때 순서와 선·후를 밟아 다듬고 또 다듬어 완전무결한 빛나고 아름다운 물건으로 만들어 내는 것을 절차탁마라고 한다.
학문을 배우고 외우고 닦고 수양을 쌓는데도 이와 같은 순서와 과정을 거쳐야만 비로소 한 물체를 완성할 수 있으며, 미성한 사람도 성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비유한 이 절차탁마란 말을 쓰게 된다. 굳이 학문이나 수양에 국한된 것이 아니고 모든 기술이나 사업이나 가정을 운영하는데도 이 말이 인용될 수 있다.
이 말은(시경) 위풍(衛風) 기옥편(淇燠篇)에 있는 말이다. 이 시는 학문과 덕을 쌓은 군자와 선비를 찬양해서 말한 것인데 대학에는 이 시의 제1장을 그대로 다 인용한 다음 설명까지 붙이고 있다. 절차탁마에 대한 것만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시(詩)에 이르기를 ‘찬란하고 빛나는 군자여 칼로 자르듯 하고 줄로 슨듯하며 끌로 조은 듯하고 숫돌로 간 듯 하도다’라고 했다. 자른듯하고 슨듯하다는 것은 학문의 높이와 깊이를 말한 것이고, 쪼은 듯하고 간듯하다는 것은 학문을 얼마나 연구하여 후생들에게 전수하였느냐를 말한 것이고, 또 스스로 닦고 연구하고 개발한다는 뜻이다.
“詩云 有斐君子如 切如磋 如琢如磨 如切如磋者 道學也 如琢如磨者 自修也” 라고 했다.
이 해석대로 하면 절차는 학문과 그 문장력을 뜻하고 탁마는 수양과 행동을 말 한 것이다.
이 절차탁마는 논어 학이편(學而篇)에도 나온다. 자공(子貢)이 공자에게 물었다.
가난해도 아첨하는 사람이 없고 부자로써 높은 벼슬자리에 있는 사람이 교만(驕慢)하고 교활(狡猾)하는 일이 없으면 어떻습니까(貧而無諂 富而無驕 何如).
공자 대답하기를 “옳은 일이긴 하나 가난해도 도를 즐기고, 부자에 높은 벼슬자리에 있어도 예(禮)를 좋아하는 것만 같지 못하다(可也 未若貧而樂 富而好禮者也). 시에 으르기를 여절여차 여탁여마(如切如磋 如琢如磨) 라고 했는데 바로 이런 것을 두고 한 말이군요.” 그러자 공자는 자못 흐뭇한 표정으로 “너야말로  참으로 함께 시를 말할 수 있다. 이미 들은 것으로 장차 있을 일까지 아니 말이다(告藷往而知來者).” 하고 칭찬했다.
이 두말은 모두 수양의 뜻으로 쓰인 예가 되겠다. 즉 아첨이 없는 것에서 도를 즐기기에 이르고, 교만하지 않은 곳에서 예(禮)를 좋아하기에 이르는 것은 처음은 대충 형체만을 만들고 그다음 아름답게 만드는 것과 같다는 뜻이다.
이 ‘여절여차 여탁여마’ 의 여덟 글자에서 여(如)란 글자를 빼고 동사만을 합친 것이 (절차탁마)이다. 꾸준히 노력을 하되 순서 있게 하는 것이 절차탁마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