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명수 재단법인 성균관 전 부관장

먹는 것은 적고 일만 많은 것이 식소사번(食少事煩)이다.
계속생기는 것도 없이 분주하게 뛰어다녀야만 하는 직업이나 직장생활을 가리켜 가벼운 뜻으로 하는 말이다. 그러나 실상 이 말은 남을 두고 하면 큰 실례가 되고 자신을 가리켜 말하면 불길한 뜻이 되는 말이다. 하지만 말이란 반드시 유래를 알고 하는 것이 아니므로 쓰이는 그대로 알면 그만인 것이다.
서기 234년 중국대륙에 50년의 긴 세월에 걸쳐 삼국전쟁이 끝날 무렵 삼국지에 나오는 사마의(司馬懿)가 제갈량(諸葛亮)을 두고 한 말이다.
제갈량이 두 번째 임금 유선(劉禪)에게 출사표(出師表)를 내고 비장한 각오로 힘겨운 위(魏)나라 공략을 시작했을 때의 이야기다.
제갈량께서는 사마의를 끌어내어 빠른 시일 내에 승패를 결정지으려 했으나 사마의는 교묘한 술수로써 쟁탈전으로 인하여 제갈량이 지칠 때만 손꼽아 기다리고 있었다. 이렇게 서로 대치해 있는 가운데 사자(시신)들은 자주 오고 갔다.
언젠가는 사마의가 제갈량이 보낸 사자(시신)에게 물었다. “공명(제갈량의자)은 하루 식사를 어떻게 먹으며, 그 양은  얼마를 먹는지 알고 져 하며 제반사무와 일처리를 어떻게 하고 있습니까?” 하고 물으니 사자(시신)는 대답하기를 “우리 선생님은 젊을 때도 밥 한 그릇을 다 먹지 못했으며 일은 새벽부터 시작하여 밤12시까지 군 업무처리에 분주하고 있습니다<제갈량은 손수 시계를 제작하여 벽에 걸어놓고 그 시간에 맞추어 업무를 처리하였다고 삼국지에 기록 돼 있다>” 그러자 사마의는 말하기를 “먹는 것은 적고 일은 번거로우니 어떻게 오래도록 지탱할 수 있겠소<食少事煩 安能久手>” 하고 진담 반 농담 반으로 말했다. 사자가 들어오자 제갈량은 사마의가 무슨 말이 없던가 하고 물었다. 사자가 사마의가 말한 그대로 전하자 제갈량도 仲達사마자의 말의 말이 맞다. 나는 아무래도 오래 살 것 같지가 않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결국 그 길로 병이 들어 세상을 떠났으니 식소사번이란 말은 여기서부터 시작되어 우리나라까지 전해져 왔으니 다 좋은 말은 못 되는 것 같다.
제갈량이 임종 시에 대장군 강유에게 말하기로 나죽은 뒤 나의 입에 쌀을 한 주먹 넣어서 입을 봉한 후 죽었다는 말을 하지 말고 비밀리에 시신을 운반하라고 하였다. 강유는 선생의 유언대로 하여 모든 초상준비를 갖추어 성까지 무사히 행하였다.
한편 사마의는 천귀를 살펴보니 제갈량은 죽었는데 입으로는 밥을 먹고 있는지라 감히 접근을 하지 못하였다는 것이다. 이리하여 죽은 공명이 산 중달을 쫓았다는 것은 여기에서 유래된 이야기다.
우리나라에서도 사람이 죽으면 그 입안에 쌀을 넣었다는 것은 제갈량에서 유래된 이야기다. 1960년 이전까지 이를 시행하였는데 그 후 미국의 물질문명이 밀어 닥치는 이후부터는 이와 같은 고유의 의식이 없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