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형갑 고성미래신문 지면평가위원

인물의 고향 고성에서 벌어지는 작금의 형태로 향우들이나 군민들의 걱정이 커지면서 다들 마음이 쓰리다. 잘못 찍은 손가락을 잘라버리고 싶다며 군수를 비롯한 선출직들에 대한 비난과 원망이 줄을 잇는다.
이런 비판은 우물 안 개구리보다 중앙 및 전국에 흩어져 명성을 날리는 고성 출신의 인물들과 현재 고성 선출직들을 비교하게 된다. 결국 쓸 만한 인물들은 전부 고향을 떠났다. 남은 쭉정이끼리 다리 째기 또는 도토리 키 재기하는 것쯤으로 귀결된다.
중앙에 있는 알만한 고성 출신 인물들은 숱하게 많다. 그러나 고성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그런 인물이 낯서 보인다. 군민의 신망과 존경을 받는 정치 지도자가 한 사람만 있어도 군(郡)의 살림살이가 달라질 것이라는 안타까움에 은퇴한 그들을 모시면 어떨까 하는 말까지 생긴다.
물론 알 만한 사람들끼리 부딪치며 살다 보니 도대체 인물이 보이지도 않는다. 더욱이  정보와 민주주의가 발전하면 위대하다고 이름 붙일 만한 정치가를 지자체에서 찾아볼 수 없다고 한다. 이런 고성의 현실에서 민주 지방자치제도는 그저 희한한 정치제도로 보일 뿐이다. 표께나 모을 때는 착했던 사람이 선출직 당선과 동시 표변하여, 공익보다 개인의 꿈과 이상을 위해 발작을 한다. 남보다 쉽게 돈을 만지는 방법을 알아버렸기 때문이다.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이 아니라, 돈이 많고 벼슬이 높아 폼 잡으며 졸병들에게 부스러기를 나눠줄 수 있는 대장을 원한다. 아첨하며 굽실거리고 사는 것을 달갑게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런 생각은 고성 지자체에 드리워진 먹구름이지만, 상식과 순리에 벗어나는 선출직들이 감옥소에 가지 않고 더 잘 먹고 잘 살기 때문일 것이다.
민주주의 지방자치는 평등이 핵심이다. 그르므로 깨어있는 군민들이 평등의 원리를 알아버리면 속된 말로 남이 잘 되는 꼴을 보지 못한다. 너나 나나 똑같은 놈인데 네가 표 좀 받아 당선되었다고 군민들에게 인품까지 인정받은 것은 아닌 것이다. 내가 바빠 잠시 너를 나의 대리인으로 내세운 것뿐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고성 지방자치는 선출직들을 두려워하지 않는 대신 좋아하지도 않는다. 때문에 지역에서 존경받는 정치인이 성장하기란 매우 어렵다. 그러나 어느 날 위기가 닥치면 유권자들은 훌륭한 지도자를 선출하게 된다. 동서고금 상황이 영웅 지도자를 낳는다. 영웅은 남이 키워주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자생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민주 지방자치와 영웅의 희한한 관계는 깊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시대에 따라 영웅적 지도자가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사람은 하루아침에 달라지지 않는다. 예나 지금이나 탐관오리(貪官汚吏)가 있고 별사람이 없다. 미스코리아를 보면 눈길이 가고 돈을 보면 가지고 싶은데 그저 아닌 척, 허울 좋게 조작된 카리스마, 은폐된 진실이 위대한 지도자·영웅을 만들 뿐이다. 민주 지방자치는 이 껍데기를 발가벗겨준다.
지금이라도 장기집권의 무자비한 철권통치로 언론을 길들이고 편애한 여론몰이를 하며, 천문학적인 정치자금으로 분식(粉飾) 할 수 있다면 영웅은 얼마든지 만들어질 수 있다. 민주 지방자치는 이러한 것을 용서하지 않는다.
더 원론적으로 언론이 결코 영웅 놀음을 용서하지 않아야 된다. 언론이 숨죽이던 시절에는 유명 정치인의 이런저런 인간적 윤리·도덕이 감추어지고 때론 미화될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세상이 다르다. 정치인의 행동하나 말 한마디가 거울처럼 비치듯하며 비판의 대상이 된다.
가용 권력 자원은 예전 같지 않은데 그 실체적 진실은 대중 앞에 모두 벗겨져야 한다. 그러고도 민주주의, 특히 한 다리만 건너면 모두 이웃사촌인 고성 지자체에서 위대한 지도자가 탄생한다면 그는 성인군자일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주인으로서 생각해야 한다. 평등과 언론자유를 선택할 것인가. 가진 자의 졸개로 전략할 것인가. 민주 지방자치를 포기하는 것은 인간 삶을 역행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영웅 지도자 부재의 오늘날 고성에 대해 푸념할 것이 아니다. 민주주의 지방자치를 하자면서 무슨 대단한 지도자를 기대한다는 것은 자가당착이요 자기모순이며 우물에서 슝늉 찾기다. 
공익을 위해 헌신하며 균형감각을 갖춘 열정적 정치가는 이 고성 땅에 없다. 다만 하회탈을 쓰고 뿌린 것보다 곱빼기로 거둬가려는 자들뿐이다. 그러니 오늘날의 고성 지자체 선출직들에게 뭐 그리 대단한 인물을 기대하지 않는다. ‘우리의 주인은 군민’이니 ‘10만 인구 어쩌고’라는 공갈이나, ‘불행한 군민을 만들어 놓고 행복한 군민’이라는 혹세무민의 사술을 부리지 말라는 것이다.
그저 공익에 입각하여 뱉은 양심적인 말을 조금이라도 실천하며, 상식과 순리에 따라 군민들에게 정보를 공개하고, 눈곱 반만큼이라도 좋으니 바라는 것 없이 순수한 마음으로 나눠 먹을 줄 알고 도둑질 적게 해 먹는 정치를 해주기 바랄 뿐이다.
또한 고성 민주 지방자치가 순항만 할 것이라고 바라지도 않는다. 선출직도 인간이 하는 일이라 착한 자는 극소수요, 저들끼리 짝꿍 하는 아주 못된 도둑놈도 득실거려 자치 발전의 속도가 느려질 수도 호전될 수도 있을 것이다.
우리의 풀뿌리 민주주의는 생각보다 연약하여 홀로 생존할 힘이 낮은 제도다. 인권, 정치, 문화, 의식수준, 경제 안정, 등의 미시적 토양에 의존하여 거시적이어야 한다. 이런 뒷받침이 없을 때 민주 지방자치는 다양한 방식으로 재빨리 독재 퇴보한다.
선거에 의한 민주 독재란 반듯이 어떤 극적인 일이나 쿠데타에 의해서 퇴보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 세력의 정경유착 등으로 정치 관행이 굳어질 수 있고, 가진 자들이 정상적인 듯 합법적인 절차를 거쳐 꼴통 세력의 선거 독재가 이루어질 수도 있다.
고성의 지방자치는 벌써 이런 퇴행의 징조를 분명히 보여 주고 있다. 가진 자로서 권력을 쟁취하기 위해 더 많은 돈을 퍼 넣은 자, 권력의 언어만이 추앙받는 정치적 문맹의 돌대가리 지방자치단체, 서로 어울려 의논하며 살아가는 민주 지방자치를 원하는데, 이익 집단 정치가 춤추고 밴댕이 성질을 가진 지도자들의 아니꼽고 더러운 꼬락서니로 통곡할 일이 하나 둘 아니다.
고성군민으로 살아가는 야인의 머릿속에 어둡게 드리워져 있는 먹구름의 원천은, 공정·분배를 표출하는 소수의 정의가 배제된 채, 가식에 가려진 자들에 의한 민주 고성 지방자치의 역진 가능성, 그리고 고성의 오만불손한 권력체제와 소통 공간의 불일치성이다. 하찮은 필부가 헛소리 외친다고 오해 마시라.
고성 지방자치의 냉철한 상황 인식에 기반을 둔 사즉생(死卽生) 군민의 행동만이, 상식과 순리에 벗어나 높은 자리를 꿰차고 다문 얼마라도 더 건져보겠다는 비겁한 정치인을 퇴출 및 감옥소 보낼 수 있고, 궁극적으로 원칙과 평등으로부터의 불안을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길임을 말하고 싶을 뿐이다. 
                                                                      < kabdoll77.blog.me 건강한 고성을 위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