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명수 재단법인 성균관 전 부관장

‘세치 혀가 백만 명의 군대보다 더 강하다’는 말을 삼촌지설(三寸之舌) 강어백만지사(彊於百萬之師) 라고 한다.
백만군대의 위력으로도 되지 않을 일을 말로써 상대를 설복시켜 뜻을 이루게 되었다는 뜻이다.
전국 말기 조나라가 진나라의 침략을 받아 거의 멸망의 위기를 만나게 되었다. 이때 조나라의 공자이고 재상인 평원군(平原君)이 초나라로 구원병을 청하러 가게 된다. 평원군은 맹상군(孟嘗君)과 함께 식객(食客)을 삼천명이나 거느리고 있는 당대의 의진 공자로 이른바 사군(四君) 중의 한 사람이었다.
그는 초나라를 행하여 떠나기에 앞서 함께 갈사람 20명을 식객 중에서 고르기로 했다. 조건은 문무를 겸한 인물 중에 말하자면 언변과 학문과 담략이 있는 그런 인물을 뽑으려 한 것이다. 그런데 19명까지는 어떻게 뽑았으나 나머지 한 사람을 뽑기가 힘들었다.
이때 모수(毛라遂는) 라는 사람이 자진해 나와 평원군에게 청했다. “나를 그 20명 속에 넣어 주시지 않겠습니까?” 하니 평원군은 그의 얼굴조차 처음 보는 것 같았다. “선생께선 내 집에 와계신지 몇 해나 되셨습니까?”, “삼년쯤 되었습니다.” 하고 대답하니 평원군이 말하기를 “대체로 훌륭한 선비가 세상을 살아가는 것은 송곳이 주머니 속에 들어있는 것과 같아서 반드시 그 끝이 밖으로 나타나기 마련입니다. 그런데 선생은 삼년이나 내 집에 있는 동안 이렇다 할 소문하나 들려준 일이 없으니 특별히 남다른 재주를 갖고 있지 않다는 증거가 아니겠습니까? 선생은 좀 무리일 것 같습니다.” 그러자 모수가 말했다.
“그러니까 저를 오늘 주머니에 넣어 주십사 하는 겁니다. 저를 일찍 주머니 속에 넣어주셨으면 끝은 고사하고 자루까지 밖으로 내밀어 보였을 것입니다.”
여기서 모수자천(毛遂自薦)이란 말이 생겼는데 재주를 품고 있으면서도 남이 추천해주는 사람이 없어 기다리다 못해 스스로 자칭해 나서는 경우를 말하게 된다. 그러나 지금은 다소 염치없이 자기를 내세우는 사람을 비웃어 쓰는 경우가 많다. 이리하여 모수를 20명 속에 넣어 함께 초나라로 가게 되었다. 그러나 평원군의 끈덕진 설득에도 불구하고 초나라 왕은 속으로 진나라가 겁이 나는지라 구원병을 보낼 것을 얼른 결심을 내리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