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명수 재단법인 성균관 전 부관장

노자 제18장에 나오는 말이다. 참으로 위대한 도가 행해지게 되면 착하니 악하니, 옳으니 그르니 하는 말 자체부터 아예 생겨날 수 없다는 말이다.
즉 큰 도가 행해지지 않게 될 때 인<仁>, 의<義>가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 원문을 소개하면 이렇다.
큰 도가 없어지자 인과 의가 있고 지혜가 나오자 큰 거짓이 있고 육친이 불화하므로 효도와 사랑이 있고, 국가가 혼란하므로 충신이 있다.(大道廢而 有仁義 智慧出 有大僞 六親不和 有孝慈 國家昏亂 有忠臣)
사람이 무위자연(無爲自然)의 큰 도를 알지 못하게 되었기 때문에 이것이 어진일이다 이것이 옳은 일이다 하고 강요하게 된 것이다. 무위자연의 큰 도를 저버리고 지혜를 짜내게 됨으로써 인간만이 저지르는 엄청난 거짓을 범하게 된 것이다.
부자와 형제와 부부사이의 자연에서 오는 애정이 제대로 행해지지 않게 사회제도가 이루어져 부모에 대한 효도니 자식에 대한 사랑이니 하는 것이 강조되게 된 것이다. 또 인위적인 계급과 차별을 두어 나라를 어지럽게 만들어 놓았기 때문에 충신이란 것이 생겨나게 된 것이다.
상고시대 노자에 말에 의하면 군자 대도 행이니 지혜총명이니 국난 이후에 유충신이니 하는 말이 생겨나게 되었는데 오늘날 쓰여지고 있는 제도와 습관은 꼭 노자가 말하고 행동에 옮긴 그대로 쓰인 것은 아니고 그 가운데 많은 변화가 일어난 것이다.
예를 들면 사기(史記) 위표팽월열전(魏豹彭越列傳)에 보면 주나라 시어가 말하기를 천하가 혼란해야 충신이 분기하여 우후죽순처럼 나타난다고 했다.
지금 천하 각 나라에서 진(秦) 나라를 배반하고 있으니 그 의리상 반드시 위왕의 뒤를 세워야만 할 것이다(周市曰 天下昏亂 忠臣乃見 今天下共畔秦 基義立魏王後 乃可)라고 했다.
주시를 위왕으로 추대하려고 했을 때 주시가 사양해서 한말이다. 그 후로 전쟁의 소용돌이에 주나라와 진나라도 패망하고 강도와 절도가 생겨 천하 백성이 풍찬노숙(風餐露宿)으로 아비규환(阿鼻叫喚)에 처해 있을 때 공자께서 탄생하여 법질서를 바로잡는 동시 한때 편계(徧界)쳤던 충과 효를 재정비하여 임금은 임금답게 신하는 신하답게 아비는 아비답게 자식은 자식답게 하는 법을 재정공포 하였기 때문에 중원천하를 유지하게 하였으며, 우리나라에서도 충효의 법을 수입하여 시행하여 왔기 때문에 신라 천년, 고려 오백년, 조선조 오백년을 지탱(支撑)하여 왔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충(忠)도 없어지고 효(孝)도 없어지고 광화문 광장에 대모만 왕성하고, 자식이 재산을 노리고 아비를 살해하는 세상이 되고 말았으니 국회나 정치권에서는 어떤 처방으로 이를 바로 잡을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서 속을 태우는 일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