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워하는 자들과 함께 즐거워하고 우는 자들과 함께 울라”
12년간 고성가족상담소를 이끌고 있는 김종분(62) 소장의 모토이다.
김종분 소장은 2003년 고성가정폭력상담소 설립을 시작으로 지금의 (사)백향가정상담센터 고성가족상담소에 이르기까지 고성군의 수많은 위기가정을 지키기 위해 상담은 물론이고 다양한 사업을 통해 사회적 인식을 바꾸는데 크게 기여했다.
급속도로 변하는 사회의 흐름 속에 가정 위기로 인한 각종 사회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가운데, 김종분 소장을 만나 고성가족상담소의 역할과 가정문제의 원인, 앞으로 상담소가 나아갈 방향에 대해 들었다.

# 고성가족상담소를 설립하고 상담사의 길로 들어서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
남편인 최학무 목사와 함께 37여년 전 고성 삼산면으로 와 삼산교회를 건립하고 봉사와 교육 활동을 펼쳤다. 이후 고성 지역사회를 위해 어떤 일을 할 수 있을까 생각하다 전국을 돌며 해온 상담 공부를 바탕으로 상담사 역할을 하기로 했다. 그러던 중 한 가정폭력피해 여성을 만나게 됐고 “다시는 고성에 나 같은 여자가 없도록 해 달라.”는 피해여성의 말에 본격적인 상담소를 운영하고자 결심했다.

# 상담소 운영 초기 어려움이 많았을 것 같은데 어땠는지?
당시에는 사회적으로 ‘가정에 대한 상담’이라는 인식이 없던 시기였다. 주위 분들의 도움으로 시작해 7,8년 간은 예산이 거의 없다시피 했고, 그저 순수한 열정으로 해왔다.
초기에는 사회적 분위기상 상담을 받으러 오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필리핀 여성이 찾아와 다문화 가정에서 겪고 있는 어려움을 상담했고, 이후 입소문을 타 중국, 베트남, 캄보디아 등 가정문제에 대해 말 할 곳 없던 결혼이민자들이 줄지어 찾아왔다. 그러면서 용기를 내 찾아오는 사람들이 늘어나기 시작했고, 가족상담소의 중요성도 인정받기 시작했다.

# 사회가 급변하면서 가정위기로 인한 많은 사회문제가 발생하고 있는데, 무엇이 문제라 생각하나?
이 시대의 엄마는 ‘좋은엄마 콤플렉스’. 아빠는 ‘슈퍼아빠 증후군’이라는 짐을 지고 어렵게 살아가고 있다. 직장, 육아, 교육 등 빠듯한 삶 속에 가족 간 ‘소통’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다보니 쌓인 불만들이 표출되면서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가정폭력, 학교폭력, 성폭력 등 수많은 사회문제는 가정으로부터 시작되는데 가장 중요한 것이 ‘소통’이다.
우리 가족상담소는 그런 위기 가정을 대상으로 상담을 통해 서로가 가진 오해를 풀고 서로에 대해 더 알아가는 ‘소통의 장’을 만들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 고성가족상담소에서 하고 있는 일은 어떤 것이 있나?
기본적인 상담부터 크게 ▲가정폭력예방사업 ▲성매매 여성폭력근절 지원사업 ▲아동성폭력 예방 위한 아동안전지도 만들기 ▲아동여성안전지역연대사업 ▲건강가정활성화사업 ▲한부모 프로그램 ▲가정폭력피해자 치료회복 프로그램 등을 실시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는 실제 가장폭력 신고가 많이 접수되는 경찰서 지구대와 처음으로 간담회를 실시해 가정폭력, 아동학대 등에 대한 대처방법을 교육하는 등 연대를 강화했다.
고성군은 가족상담소를 비롯해 행정, 경찰서, 기타 기관과 연대가 잘되어 어느 시군보다 효율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그로인해 2012년부터 3년간 아동·여성안전 지역연대 운영평가에서 수상을 하기도 했다.
우리 가족상담소가 실제로는 통합상담소의 역할을 하고 있는데, 소장인 나와 팀장 1명, 직원 1명, 총 세명이서 정말 많은 일을 열심히 하고 있다.

# 앞으로의 상담소 운영계획과 바라는 점이 있다면?
우선 고성에 가정폭력 피해자들을 위한 ‘일일긴급피난처’ 시설이 있었으면 좋겠다. 한밤중 가정폭력을 피해 밖으로 나온 피해자들이 머물 곳이 없다. 이근 시군에는 그런 시설이 있지만 안타깝게도 고성군에는 없는 실정이다. ‘일일긴급피난처’를 통해 가정폭력 피해자들을 보호하고 신속히 상담을 통해 문제를 해결 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기 위해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좋겠다.
사회변화에 따라 가정위기와 해체의 비율이 높아지고 있는데, 고성가족상담소는 이에 맞춰 맞춤형 상담을 실시하고, 가정폭력 등을 사전에 방지 할 수 있도록 예방과 홍보를 적극 펼쳐 나가겠다.
고성가족상담소는 상처받은 이들에게 언제나 열려있고, 기다리고 있다.
 
누구에게나 열려있는 고성가족상담소이지만 찾아가면 문은 잠겨있다. 과거 한 지역에서 내담자의 남편이 상담원을 살해한 사례가 있어 이후부터 상담소는 평소에도 문을 잠그고 운영하도록 방침이 정해진 것이다. 이런 불안요소를 안고 있지만 김종분 소장은 “누군가는 꼭 해야 할 역할”이라고 말하며 오늘도 ‘행복한 삶, 건강한 가정’을 만드는데 앞장서고 있다.
고성가족상담소는 고성읍 무지개아파트 내 상가에서 오전 9시부터 6시까지(월~금) 무료로 운영하고 있으며, 전화(673-2911), 이메일(gs-2911@hanmail.net), 편지 등으로도 상담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