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명수 재단법인 성균관 전 부관장

병(兵)은 여러 가지 뜻이 있다.
군대란 뜻도 있고 무기란 뜻도 있고 전쟁이란 뜻도 있다. 여기서는 전쟁이란 뜻이 강하다. 그러나 전부를 합친 것으로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그것이 한자(漢字)의 특색이니까.
즉 군대니 전쟁이니 하는 것은 죽느냐 사느냐 하는 문제가 걸려 있는 곳이란 뜻이다.
이 말은 전국말기 조나라의 명장 조사(趙奢)에게서 나온 말이다. 조사는 원래 세무 관리였다. 그런데 임금의 동생인 평원군(平原君)은 식객(食客)을 3천명이나 거느리고 있으면서 나라에 바치는 세금을 내지 않았다. 세무 관리인 조사가 독촉을 했으나 평원군 밑에서 일보는 책임자들이 평원군의 세도를 믿고 국가에 세금 내는 것을 거부했다. 조사의는 법으로 그들을 다스렸다. 국법을 어기고 국세를 횡렬했다는 죄목으로 아홉 사람을 죽였다.
임금의 친동생이었고 조나라의 정승이였고 재벌가였던 평원군은 조사(趙奢)의 방약무인한 태도에 분노를 참을 수가 없어 당장 조사를 잡아다가 그를 죽이려 했다. 조사는 성난 평원군에게 태연한 모습으로 이렇게 말했다.
조나라의 귀공자이시고 재벌가이신 군께서 만일 나라의 법을 준수하고 시행하지 않는다면 법은 곧 그 권위를 잃게 됩니다. 법이 권위를 잃게 되면 나라는 곧 약해지게 됩니다. 나라가 약해지면 다른 나라들이 곧 침략해 올 터이니 그때 조나라는 없어지게 됩니다. 그리되면 군께서는 오늘의 부귀를 어떻게 누릴 수 있겠습니까?
원래가 도량이 넓기로 유명한 평원군은 곧 잘못을 사과하고 그를 나라의 세금을 맡아 다스리는 장관으로 추천했다. 조사가 장관이 되는 그날로 권문세가의 탈세 행동이 일소되고 가난한 백성들에 대한 세금이 훨씬 가벼워지며 국고 수입은 훨씬 늘게 되었다. 우리나라도 고액의 세금미납자가 22백만 명이란 지상보도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 뒤 진나라가 한나라를 정복시키기 위해 조나라를 알여(閼與)에 침입해 왔다. 조왕은 염파를 비롯한 많은 대장과 대신들을 모아놓고 알여를 구원할 수 없느냐고 물었다. 모두들 길이 너무 멀고 좁고 험난해서 구원하기 어렵다고 대답했다. 그러나 조사만은 이렇게 대답했다. “길이 좁고 험난하다는 것은 비유하면 두 마리 쥐가 구멍 안에서 싸우는 것과 같은 것으로 용맹이 있는 쪽이 이기기 마련입니다.”
이 말을 들은 왕은 조사를 대장으로 임명하여 알여를 구원하게 했다. 조사는 여기에서 강한 진나라 군사를 맞아 크게 승리를 거둠으로써 그 용맹함이 천하를 펼치게 되였고 조정에 돌아와 재상의 서열에 오르게 되었다. 그런데 조사에게는 조괄(趙括)이라는 아들이 있었다. 어릴 때부터 병서를 좋아해서 아버지 조사와 병법을 놓고 토론을 하면 조사가 항상 밀리곤 했다. 그러나 한 번도 아들을 칭찬하는 일이 없었다. 그 부인이 까닭을 묻자 조사는 이렇게 말했다. “전쟁은 죽는 곳이다. 그런데 괄은 그것을 쉽게 말하고 있다. 조나라로 하여금 괄을 대장으로 임명하지 않도록 하면 다행이거니와 만일 기어코 대장으로 임명한다면 조나라 군사를 패하게 만들 사람은 반드시 괄이 될 것이다.” <兵死地也 而活易言之 使趙不將活莭已 善必將之 破趙軍者 必活也 史記 廉頗藺相列傳>
세월의 흐름에 따라 조사도 늙어서 죽으니 진나라가 다시 군사를 동원하여 조나라를 침범 하였을 때 조나라 왕은 조사의 아들 조괄을 그 어머니의 간곡한 반대 호소에도 듣지 않고  대장으로 임명했다. 과연 조괄은 그 아버지 조사의 예언대로 크게 패했다. 조나라 군사 사십만의 대군이 떼죽음을 당하고 조나라는 멸망의 길을 재촉하게 되었다.
서책을 보고 배운 지식을 가지고 아는 체하는 사람치고 실질적인 사업면에 어둡지 않은 사람이 없는 것도 이런 이치에서 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