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상정 고성미래신문 논설위원

12월이다. 어느 새 겨울이 저만큼 와 있다. 송구영신이라 하여 해를 보내고 맞는 자세를 돌아보자는 말이다. 새해는 언제부터 시작되는 것일까. 태양력에 의하면 1월 1일이 새해다. 자연의 이치로 보면 연중 낮의 길이가 가장 짧은 동지가 세모요, 이튿날부터 해가 길어지니 새해의 의미를 가진다. 실지로 옛날에는 동지를 기준으로 한 살 더 먹었고, 일부지방이나 사찰에서는 지금도 동지를 작은설로 기리는 풍습이 남아있기도 하다. 지난 한해를 되돌아보면 어물거리다가 벌써 새해를 맞아야 할 시간이 돌아 왔다. 
젊은이들에게 책읽기를 강조하려고 가을을 독서의 계절이라고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가을은 결실이다. 직접 거둘 것이 없다 해도 마음은 무엇인가 정리하고 거두어들이기로 분주하다. 인생에 여러 즐거움이 있지만 거둠만큼 큰 기쁨도 드물다. “해냈다” “깨달았다”로 표현되는 성취감은 양이나 크기가 문제되지 않는다.  그렇게 분주해서 가을은 독서할 분위기가 못 된다. 통계자료에 의하면 실제로 책이 가장 안 팔리는 계절이 가을이기도 하단다.
가을이 지나면 자연은 휴면을 준비한다. 4계절이 뚜렷한 겨울은 재충전의 시기다. 율력지에도 겨울은 마지막을 뜻하고 한 해를 마친다고 풀이하고 있다. 자연의 이치로도 겨울은 동면과 어둠의 상태이다. 동면과 어둠은 또 새로운 시작을 의미하니 독서의 계절을 꼽자면 겨울이어야 한다. 
새로운 출발을 위해 가장 훌륭한 충전의 수단이 독서이기 때문이다. 사회가 혼탁해도 시공을 초월하는 근본에 접하고, 가르침과 감화로 위안을 얻을 수 있으며, 도덕성도 함양하고 품격도 향상시켜 윤기 있는 사회를 만드는 데 기여하기 때문이다. 역사든 미래든, 책은 미지의 세계로 안내하여 풍부한 지식과 교양을 주고, 공존의 진리를 깨닫게 한다. 책에서 얻은 공존의식은 질서로 나타난다. 많이 안다는 것은 바위가 무겁게 앉아 있거나 거목이 뿌리를 든든하게 내리고 서 있는 것과 같다. 가볍게 움직이는 일 없이 매사에 신중하게 대응한다. 아는 것이 힘이라는 말은 독서로써 얻어지는 지성의 힘일 때 진정한 힘을 지닌다.     
그러나 우리나라 젊은이들은 독서에 인색하다. 나이를 먹을수록 책을 가까이하는 사람을 보기 힘들어 진다. 하루 종일 일에 시달린 젊은이들은 선술집에 앉아 대포는 마실지언정 책 읽을 시간은 없고, 가진 사람들은 스키다 골프다 하여 소비를 과시하는 물질적 안락에 취해 놀러 다니기 바쁘다. 버스나 지하철에서 보는 것은 신문 잡지가 대부분이니 일반적으로 하는 독서와는 거리가 멀다. 집에서는 어른 아이 없이 스마트폰을 쳐다보며 지낸다. 모두 바쁘면서 외롭다. 모두 하고 싶은 일을 잔뜩 가지고 있어 남과 놀아줄 사람이 없다. 제대로 된 휴식도 취하지 못한다. 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우리 사회가 책을 읽지 않아도 되는데 있는지 모른다. 젊은이들이 휴식과 여행 독서로 보냈으면 하는 겨울을 나라가 제도적으로 소란하게 만든 것도 책을 멀리하게 한 요인의 하나임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대입 시험은 물론 진학시험이 모두 겨울에 몰려있다. 취직시험도 덩달아 겨울에 치러진다. 왜 그렇게 되었는지 알 수 없다. 왜 충분한 휴식이 필요한 계절을 더 분주하고 더 긴장하며 지내도록 만든 것일까.
세상이 아무리 혼란하고 각박하더라도 내일이 있는 젊은이라면 물질적인 저축뿐 아니라 정신적 소양도 많이 채워야 넉넉한 삶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학창시절에 만화책이라도 많이 읽은 사람이라면 적어도 실패한 인생으로 살지는 않는 게 현실이다. 머릿속이 지혜로 채워진 재산은 언젠가 자신을 돕고 이웃에게도 크나큰 혜택을 베풀 수 있는 날이 오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