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명수 재단법인 성균관 전 부관장

걸(桀)의 개가 요(堯) 임금을 보고 짖는다.
즉 걸견폐요란 말은 후세에 와서 바뀌게 된 것으로 사기(史記) 열전(列傳)에는 도척의 개가 요임금을 보고 짖는다(跖之拘吠堯)로 되어 있다. 결국 개는 주인만을 알고 그 이외의 사람에게는 사정을 두지 않는다는 뜻이다.
열전 회음후(淮陰候) 편에 보면 괴통(蒯通)이란 책사(策士)가 한신에게 이렇게 권유했다.
지금 항우는 남쪽을 차지하고 유방은 서쪽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지금 동쪽인 제나라를 차지하고 있는 대왕이 어느 쪽에 가담하느냐에 따라 천하대세는 좌우되고 맙니다. 한왕이 대왕을 제나라 왕으로 봉한 것은 남쪽으로 초나라 황우를 치기 위한 부득이한 조치로 실은 대왕을 속으로 몹시 꺼리고 있습니다. 항우가 망하게 되는 날 대왕의 신변은 위태롭게 됩니다. 지금 항우가 바라고 있듯이 이 기회에 천하를 셋으로 나누어 동쪽을 대왕이 차지하고 대세를 전망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 길입니다.
한신은 며칠을 두고 고민하던 끝에 결국은 괴통의 현명한 꾀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천하가 통일되자 한고조 유방은 괴통이 말한 대로 한신을 없애려는 생각으로 꽉 차 있었다.
초나라 왕으로 봉해졌던 한신은 역적의 누명을 쓰고 장안으로 잡혀오게 되었고 이렇다 할 증거를 잡을 수 없자 그를 초왕에서 회음후의 작(爵)을 깍았다.
그 뒤 정말 역적으로 몰려 여후(呂后)의 손에 죽게 되자 한신은 자탄하여 말하기를 나는 괴통의 지혜로운 충언을 듣지 않고 안일하게 있다가 한고조 유방의 황후 여후(呂后)의 속임수에 당하게 된 것을 후회한다. 어찌 운명이라 할 수 있겠는가(吳悔 不聽 蒯通之計 乃兒女子所詐 豈非天哉) 하는 말을 남겼다.
한신이 남긴 말은 전해들은 한고조 유방은 곧 괴통을 잡아들이게 했다.
네가 한신에게 반역하라고 시킨 일이 있느냐 하고 강역하게 신문했다. 고조의 신무에 괴통은 네 그렀습니다. 태연히 대답했다. 신이 반역하라고 일러 주었습니다. 그 철부지가 신의 꾀를 쓰지 않았기 때문에 스스로 몸을 망치고 말았습니다. 만일 그 철부지가 신의 계책을 섰던들 폐하께서 어떻게 그를 죽일 수 있었겠습니까.
화가 치민 고조는 괴통을 기름 가마에 삶아 죽이라는 명령을 내렸다. 슬프고 원통하다 내가 삶겨 죽다니. 괴통은 하늘이 원망스럽다는 듯이 부르짖었다. 네가 한신에게 반란을 일으키라고 시켰다면서 무엇이 원통하단 말이냐. 진(秦) 나라가 그 사슴(廘:政權)을 잃은지라 온 천하가 다 함께 이를 쫓았습니다. 그 결과 솜씨가 뛰어나고 발이 빠른 사람이 먼저 얻게 된 것입니다. 도척같은 도적놈의 개도 요임금을 보면 짖습니다. 요임금이 어질지 않아서가 아니라 개는 원래 그 주인이 아니면 짖기 때문입니다.
그 당시 신은 다만 한신을 알고 있을 뿐 폐하는 알지 있지 못했습니다. 또 천하에는 폐하가 한 것과 같은 일을 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 많지만 힘이 모자라기 때문에 못하고 있는 것 뿐입니다. 그들을 또 다 잡아 삶을 작정이십니까.
말 한마디로 천냥 빚을 갚는다는 말처럼 화가 치밀었던 고조도 괴통의 말이 과연 옳다 생각되어 그를 곱게 놓아 보냈다. 말 한마디로 천냥 빚을 갚는다는 이야기는 여기에서 유래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