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명수 재단법인 성균관 전 부관장

지족자부(知足者富)는 만족할 줄 아는 사람이 부자란 뜻이다.
부(富)란 여유가 있다는 뜻이다. 먹고 입고 쓰고 남는 재산이 많이 남아 있다는 그런 사람을 세상에서 부자라고 일컫는다. 그러나 사람은 먹고 입고 쓰는 것이 한이 없다.
한 끼 한 홉 밥으로 만족함이 있는가 하면, 남이 잘 먹어 보지 못한 요리를 먹기 위해 남이 알까 무서운 정도의 엄청난 돈을 들이는 사람도 있다. 한두 벌 옷으로 몸을 가리면 족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유행을 따르다 못해 창조를 해가며 매일 같이 값비싼 새 옷을 만들고 구입하는 연인들도 있다.
돈을 쓰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평생에 버스를 타고 다니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한국에서 좁은 시장 골목에서도 꼭 자가용을 타고 다니며 비싼 휘발유를 낭비해야만 직성이 풀리는 여인들도 있다. 반가운 친구를 만나 맥주 한잔으로 정다운 회포를 푸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고급 요정에 가서 하룻밤에 돈을 휴지 버리듯 흥청망청 하는 사람도 이 세상에 수 없이 많이 살고 있다.
어느 쪽이 더 넉넉한 사람일까? 가지고 있는 물량만으로는 앞에 있는 경우보다는 뒤에 사람이 물론 풍족한 사람일 것이다. 그러나 그들의 생활태도나 마음가짐은 반드시 그러지가 못하다.
아흔 아홉 섬 가진 사람이 한 섬 가진 사람보고 백 섬 채우자고 한다는 말이 있다.
아흔 아홉 섬 가진 사람이 한 섬 가진 사람보다 마음이 가난하기 때문인 것이다. 만일 그가 그 한 섬 가진 사람을 보고 마흔 아홉 섬을  주어 똑같이 오십 섬씩 가졌으면 하는 마음이 생겼다면 그는 천석 가진 부자 이상으로 풍족함을 느끼는 사람일 것이다.
설원(說苑) 담총(談叢)에서 말하기를 ‘부는 만족할 줄 아는데 있고<富在知足>, 귀는 물러가기를 구하는데 있다<貴在求退>’ 고 했다. 과장 자리에 있는 사람이 국장이 되기를 바라면 그는 항상 천한 상태에 있다. 그러나 과장도 너무 과분하여 계장으로 물러앉으면 하는 사람은 마음은 항상 착하고 귀중한 사람이란 뜻이다.
사람에게는 다섯 가지의 행복이 있다. 첫 번째, 오래도록 살아 장수하여야 하고 두 번째, 평생토록 부자로 살아야 하고 세 번째, 병 없이 편안하게 살아야 한다. 네 번째는 남에게 많이 베풀어야 하고 다섯 번째는 병으로 인해 고생하지 않고 조용히 죽어야 한다.
위와 같이 다섯 가지 항목이 인간(人間)의 오복(五福)이다. 그러나 네 번째 항목인 남에게 많이 베풀어야 한다는 것은 제일 어려운 난제이다. 자기 재산을 헐어 가난하고 불우한 사람을 도와주라는 말인데 정말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사람이 부자로써 오래도록 살면서 네 번째 항목을 행하지 않으면 저력지수(樗?之壽)와 같다고 하였다. 저(樗)는 개똥나무<저>, 력(?)은 도토리나무<력>
즉, 개똥나무와 도토리나무는 백년을 키워도 재목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