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명수 재단법인 성균관 전 부관장

좌단은 왼쪽 소매를 벗어 어깨를 드러내는 것을 말한다.
현대로 말하면 왼쪽 손을 들어 자기 의사를 표시하는 그런 것이다. 그런데 이 말은  어느 한쪽 의견에 동의하거나  그쪽 편이되는 것을 뜻하게 된다. 그래서 좌단고사(左袒故事)란 말까지 생기게 되었는데 이 좌단의 뜻은 좌단고사에서 온 것이다.
한고조(漢高祖)의 아들 혜제(惠帝)가 즉위한지 7년 만에 죽자 그의 어머니며 고조의 황후였던 여후(呂后)는 소리를 내어 울기는 했으나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았다.
장량(張良)의 아들인 장벽강(張僻疆)은 이때 열다섯 살 어린 나이로 시중(侍中)이란 벼슬에 올라 측근에 모시고 있었다. 그는 좌승상(左丞相)인 진평(陳平)을 보고 태후가 눈물을 흘리지 않는 이유를 아십니까? 하고 물었다. 글쎄 어째서일까. 돌아가신 황제에게 장성한 아들이 없기 때문입니다. 승상을 비롯해 고조의 옛 신하들이 실권을 잡게 된 것이므로 스스로 불안한 생각에서 그런 겁니다. 승상께서 태후에게 친정사람들로 근위(近衛)의 장군을 시키고 궁중의 요직에 임명토록 권하십시오. 그러면 태후도 안심을 하고 중신들도 화를 면하게 될 것입니다.
진평은 벽강의 꾀에 따랐다. 여후는 몹시 기뻐했다. 그제야 눈물을 흘리며 통곡을 했다. 슬픔을 누르고 있던 불안이 가시자 그제서야 눈물이 쏟아져 나온 것이다.
그 뒤로 모든 정치와 명령은 여후 한 사람에 의해 나오게 되었다. 여후는 다시 여씨들을 왕에 봉하려 했다. 왕릉(王陵)은 유씨(劉氏)가 아니면 왕을 봉할 수 없다고 한 고조의 유지에 위배된다고 이를 반대했다.
진평과 주발(周鉢)은 이에 찬성했다. 태후가 기뻐하며 조정을 나가자 왕발은 두 사람을 책망했다. 그러자 두 사람은 대의를 끝까지 주장하는 용기는 우리가 당신을 미칠 수 없지만 나라를 편안히 하고 유씨의 천하를 지키는 데는 당신이 우리만 못할거요 하고 대답했다.
왕발은 곧 물러나고 진평이 우승상으로 승진했다. 진평은 정치에는 관심이 없어 매일 주색에만 빠져있었다. 가장 여후가 두려워하고 있는 진평이 타락하게 된 것은 여후에게는 매우 다행한 일이었다.
고조의 일족인 유씨의 왕들은 차례로 쫓겨나고 혹은 피살되거나 자살을 강요당했다. 그 뒷자리에는 여씨들이 대신 들어가 앉았다. 그러나 여후는 집권 8년만에 병으로 눕게 되었다. 다시 일어나지 못할 것을 짐작한 여후는 조왕(趙王) 여록(呂祿)과 여왕(呂王) 여산(呂産)을 상장군(上將軍)에 임명하여 근위 북군과 남군을 각각 장악하게 한 다음 두사람을 불러 유언을 남겼다.
너희들이 왕이 된 것을 대신들은 못마땅해 하고있다. 내가 죽으면 난을 일으키게 될 것이다. 너희들은 군대를 이끌고 궁중을 지키고 있어야 하며 내 출상때도 허술한 점이 없어야 한다.
여후는 곧 죽었다. 장례식이 끝나자 그 때까지 넋빠진 사람처럼 하고 있던 진평이 갑자기 활동을 개시했다. 그는 대위(大尉)인 주발과 여씨 타도의 계획을 짰다. 먼저 여록과 여산에게서 군권을 빼앗지 않으면 안된다. 진평은 여록과 친하게 지내는 역기(?奇)를 여록에게 보내 이렇게 말했다.
대신들은 당신들이 왕으로 있으면서 봉지<벼슬아치취임장소>로 가지 않고 군권을 쥐고 있기 때문에 무슨 음모라도 꾸미지 않나 하고 불안해 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군권을 대위에게 돌려 주고 봉지로 돌아가십시오. 그러면 대신들도 안심을 하게 되고 당신들도 왕의 지위를 편안히 누리게 될 것입니다.
무능한 여록은 과연 그렇겠다 싶어 상장군의 직인을 반납하고 복군의 군권을 태위인 주발에게 넘기고 말았다. 그러자 주발은 즉시 복군 군문으로 들어가 장병들에게 영을 내렸다.
여씨를 위하는 사람은 오른쪽 소매를 벗고 유씨를 위하는 사람은 왼쪽 소매를 벗어라<爲呂友袒 爲劉氏左袒 (史記) 呂后本記>
장병들은 모두 왼쪽 소매를 벗어 유씨의 편을 드는 의사를 보였다. 이리하여 혁명은 성공을 보게 되었고 여씨들은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모조리 잡혀 죽고 말았다. 여자의 지묘와 계략은 결국 자멸을 가져오는 어리석음과 다를 것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