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형갑 고성미래신문지면평가위원

오후에 천천히 남산을 산책하며 여기저기에 내걸린 시화(詩話)를 보는데 맞은편에서 젊은 엄마가 어린아이를 앞세우고 내 앞을 지나가고 있었다. 그때 마침 연산홍이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것을 바라보더니 예쁜 여자아이가 ‘엄마 꽃이 나를 보고 웃어’라며 무엇을 아는지 사념에 잠긴 듯 연산홍을 마냥 바라보았다. 그래서 어린소녀의 엄마에게 몇 살인데 저렇게 영특하고 예쁘냐고 했더니 다섯 살이란다. 하도 기가 막힐 정도의 표현이라서 ‘어린 나이에 저 정도의 감성과 표현력으로 보아 어른이 되면 여기에 내걸린 시인들보다 더 훌륭한 시인이 되겠습니다.’라고 한마디 남기고 헤어졌다. 저렇게 영특한 어린 소녀가 자라나서 그렇게 예쁜 감성을 가졌으면 얼마나 좋을까. 세상이 시끄럽고 어수선해서 기대하기 힘들 것 같다. 더욱이 때가 때인지라 시끄럽다고 표현하기보다는 아귀다툼하는 세상이라고 보면 될 것 같다. 예를 들어보면 비신사적인 정치논리와 부익부 빈익빈의 선거전, 무슨 박사라는 사람들의 덜떨어진 행보, 예절과 윤리 도덕은커녕 깨끗한 정면승부가 시들어버리는 세상.
오늘은 군청에 갔더니 무슨 석사몬지 박사 몬지 하는 범박단체라는 사람들이 칠·팔 명 와서는 무슨 선언서랍시고 발표하는데, 제 몸에 묻은 것은 보이지 않고 남의 것만 보이는 듯 군민들의 정서와는 동떨어진 글을 읽는다. 내용인적, 야당을 빗대어 욕하더니 결론은 특정인을 지지하는 발언이었다. 그들이 지지한다는 특정인이 여론의 불안함을 직시하여 사주한 것은 아닐 것인데 군민들의 의혹은 커진다. 지지한다는 그 사람들은 처음부터 그 특정인을 아무 조건 없이 존경하고 사랑했을까? 범박이 사랑하는 사람도 탈당·입당 이력이 있는데 희한하다. 그러나 “진실로 가슴 아픈 일은 범박이라는 단체가 지지했던 경남도지사 후보가 경선에서 범박도 친박도 아닌 쪽박이 되었다는 것이다” 혹여 저것도 특정인을 쪽박 만들기 위해 지지하는 것은 아니리라.
남산에서 만났던 어린 소녀야, 네가 좀 더 자라 아귀다툼하는 세상에서 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얼마나 실망하겠니. 그러니 네가 세상을 알기 전까지 아귀다툼하는 일들이 모두 사라져 너의 아름다운 감성과 표현력이 그대로 이어졌으면 좋겠구나. 그렇게 된다면 네가 어른이 된 후에도 ‘엄마 꽃이 나를 보고 웃어’라고 하게 되고, 더 나아가 ‘엄마 사람들마다 서로를 사랑하며 웃고 살아가’라고 하게 될 테니까.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 모두 처지를 바꾸어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며 오순도순 양보하고 살아야 아귀다툼하는 세상이 사라져야한다. 정말 그렇게 할 수는 없더라고 정도(正道)로 갈 수는 없을까? 그 놈의 욕심이 죄일까. 하루에 10시간은 두 다리를 땅에 닿지 못하고 살아도 밥 먹고 살아가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