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혜능이라는 유명한 스님이 있었습니다. 수행으로 깨달음을 근본으로 삼는 선불교에서는 그를 육조 혜능 대사라 합니다. 육조 혜능 대사가 황매산에서 불법을 배워 소주 조후촌이라는 곳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를 알아보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그렇지만 오작 한사람 선비 유지락은 그를 후하게 대접하였습니다.

 유지락의 문하생 중엔 비구니인 무진장이라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는 항상 불경을 열심히 공부하고 외웠습니다.
 육조 혜능 대사는 잠깐 듣고도 그 오묘한 뜻을 깨닫곤 했습니다. 이를 안 무진장 스님이 한 번은 책을 들고 와서 가르침을 청했습니다. 육조 혜능 대사가 대답하였습니다.

“나는 글자를 모르니, 뜻을 물어라.” 무진장이 물었습니다. “글자를 모르는데 뜻을 어찌 아십니까?” 이에 육조 혜능대사가 대답하였습니다. “진리는 문자와는 무관한 것입니다. 마치 하늘의 달과 같소. 그리고 문자는 우리들의 손가락과 같습니다. 손가락은 달이 있는 곳을 가리킬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손가락 자체가 달은 아닙니다. 달을 볼 때 반드시 손가락을 거쳐야하는 건 아니지 않습니까?” 이 말을 들은 무진장은 매우 놀라, “모든 깨달음의 묘한 이치는 문자와 관계없다. 달은 볼 때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을 보지 말고 달만 보아라.”를 되새기며, 알 만한 사람들에게 두루 알렸습니다.

“여기 도가 있는 스님이 계시니, 모두 와서 공양하시오.”
우리가 배우는 말과 글은 단지 진리를 표현할 때 빌려 쓰는 것으로, 깨달음의 경지로 날라주는 배나 자동차의 역할을 하는 것뿐입니다. 문자 자체를 진리라고 생각하는 것은 손가락을 달로 생각하는 것처럼 우스꽝스러운 것은 아닐까요?

 현대사회에서도 높은 학력과 잡다하게 많은 지식이 그렇게 필요하지 아니한데도,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에 해당하는 학력과 지식을 위해 많은 경비와 노력, 그리고 시간과 젊음을 콘크리트 벽 속에서 허비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진리와 이치의 깨달음과 성공은 제도적 공부와 학문을 넘어선 곳에도 존재합니다.

 며칠만 지나면 조상님의 음덕을 기리고 일가친척과 이웃과 즐거움을 함께 나누는 우리 고유의 명절인 중추가절 추석이 됩니다. 우리 모두 감옥 같은 답답한 콘크리트 벽속에서 뛰쳐나와 대자연을 벗삼아 마음을 열고 이웃과 함께 세상을 밝은 빛으로 교교하게 비추는 달을 바라봅시다. 그리고 달을 가리키는 진정한 의미도 한 번쯤 생각해 봅시다. 손가락을 보지 말고 달을 봅시다. 쟁반같이 둥근 보름달이 어둠을 물리치고 세상을 밝고 교교하게 비추는 즐겁고 행복한 풍요로운 추석이 되기를 축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