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령모개는 아침에 내린 명령이나 법령이 저녁에는 다시 바뀐다는 뜻이다. 현실을 무시하거나 원칙이 서있지 않은 갈팡질팡하는 정치를 말한다. 꼭 정부의 정치에 국한된 것이 아니고 모든 경우의 일관성 없는 지시, 명령 따위를 이와같이 말할 수 있다.

 사기(史記)에 보면 한문제(漢文帝)때 일어난 사건이다.
 흉노(匈奴)가 자주 북방을 침범해 들어와 약탈을 자행하기 때문에 수비하는 군대들이 직접 농사를 짓는 둔병(屯兵)제도를 실시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부족했기 때문에 그 부족량을 충당하기 위한 방법으로 곡식을 나라에 바칠 사람과 그것을 현지까지 운송할 사람을 공모(公募)하여 그 수량과 성적에 따라 벼슬을 주기로 했다라는 기록이 있다.

 이러한 조치를 취하게 된 이유는 문제(文帝)와 경제(景帝)의 양대(兩代)조정에 걸쳐 어사대부(御史大夫)라는 부총리 벼슬까지 올랐던 조조의 술책에 의한 것이다.
 그는 이같은 정책을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한 상소문 가운데서 조령모개(朝令暮改)란 말이 쓰여져 있었다. 이 말이 나오는 대목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지금 다섯 명 가족의 농가에서는 부역에 너무 시달리기 때문에 여기에 메여 사는 사람이 둘 이상에 이르고 밭갈이 할 수 있는 경우에도 백묘(百畝)를 넘지 못하며 백묘의 수확은 10석을 넘지 못한다. 관청을 수리하고 부역에 불려나가는 등 사시사철 쉴 날이 없다. 이렇게 살기 힘든 형편에 다시 홍수와 가뭄의 재난이 밀어닥치고 뜻하지 않는 조세와 부역에 응하지 않으면 안된다. 조세와 부역은 일정한 시기도 없이 아침에 명령이 내려오면 저녁에는 또 다른 명령이 고쳐 내려온다.(朝令暮改)

 전답(田畓) 잡힐 것이 있는 사람은 반 값에 팔아 없애고 그 곳도 없는 사람은 돈을 빌려 원금과 비싼 이자를 물게 된다. 이리하여 논과 밭 그리고 집을 팔고 자식과 손자를 팔아 빚을 갚는 사람이 생겨나게 된다는 것이다.
 즉, 지나친 세금과 부역은 장사꾼과 빚쟁이를 배불리는 결과를 가져오게 되고 농민들은 농토를 잃게 되므로 세금과 부역을 줄이고 힘이 있고 재물이 많은 사람에게 곡식을 바치고 벼슬을 사도록 하라는 내용이다.

 조조는 부국강병책으로 중앙집권을 꾀한 나머지 제후들 중에 조금만 잘못이 있으면 트집을 잡아 땅을 착취하여 착복(着服)하였기 때문에 오초칠국(吳楚七國)의 반란을 불러 일으키게 되고 그 자신도 죄로 인해 죽게 된다.

 황금(黃金)은 무소불위(無所不爲)의 만능(萬能)을 과시하는 폭군과도 같다. 그래서 황금은 우자(愚者)를 현자(賢者)로, 비굴(卑屈)한 자를 용기(勇氣)있는 자로, 또 창녀(娼女)를 숙녀(淑女)로 바꾼다고 했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