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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로수’에서의 발견
2011년 08월 26일 (금) 10:08:15 고성미래신문 gofnews@naver.com

   
 
 국도 14호선. 마산에서 고성을 경유하여 통영으로 가는 길에는 특이한 광경을 목도할 수 있다. 별 관심 없는 사람들은 예사로 지나치기 일쑤이나 자연의 환경이 절기마다 변화하는 그 화려한 색채에 매료된 사람이거나 더불어 사는 사람의 그림자까지 유심히 관찰하면서 사는 사람들은 쉽게 발견하게 되는 것이 국도 14호선의 소나무 가로수일 것이다.

 나무에 대해서 알면 얼마나 알겠느냐마는 그래도 ‘우리가 알아야 할 우리나무 100가지’라는 책을 오래전에 구입해 틈틈이 펼쳐 보아왔던 터라 십 수 년 전, 거기 길 따라 두 줄로 나란히 소나무를 심는 현장을 보면서 속으로 ‘왜 하필 소나무로 가로수를 심노? 우리주변에 쎟고 쎄삔기(많고 많은 것이) 소나문데. 그리고 왜 저렇게 다닥다닥 쏘무게(비좁게) 심노?’ 라는 의문을 가졌으나 그 방면의 전문가가 아니라서 그냥 가슴속에 묻어두고 흘려 지나쳐 왔다. 당시 모 경남도지사가 묘목사업을 하는 자신의 친구를 돕기 위해서 소나무로 가로수를 심었다는 그럴싸한 풍문이 돌긴 돌았지만.

 그도 그럴 것이 소나무에 대해서 가지고 있었던 상식적인 지식으로는 대체로 곧게 자라나지 않고 뒤틀리고 가지가 옆으로 퍼져 가지치기를 하지 않으면 관상적으로도 적당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산이란 산에서 흔하디 흔하게 자라는 나무가 소나무이기에 제법 그럴듯한 나무로 가로수로 심어야 제격이지 않을까 하는 것이 당시에 가지고 있었던 느낌이었던 것 같다.

 지금 그 길을 차로 달리다 보면 필자의 이러한 생각이 기우였다는 것을 금새 알 수 있으며 또한 그 생각이 맞다는 것도 동시에 깨달을 수 있다. 필자의 이러한 이율배반적인 그 현장은 고성과 통영의 경계선인 도산면 ‘바다휴게소’를 경계하여 소나무 가로수는 판이하게 그 모습을 달리한다.

 고성 가도의 소나무는 마치 정원사가 자신의 어린 딸의 머릿결을 손질 하듯, 사랑하는 아내의 흑단 머릿결에 동백기름을 발라 곱게 빗질하듯, 농부가 자신의 옥답에 난 잡풀을 속아내듯 나무 한 그루 한 그루마다 온갖 정성을 쏟아 자라나는 쪽쪽 가지치기를 하고 웃자란 것은 크기를 조절하여 그 많고 많은 소나무가지들을 예술작품처럼, 솜사탕처럼 동글동글 조성해 놓았는데 반하여 통영 가도의 소나무들은 주인집의 말을 잘 듣지 않는 뿔머슴의 봉두난발한 머리칼을 연상하게 하는 듯 처음 심겨진 상태에서 한 번도 손질하지 않은 그대로 제 멋대로 자라나 볼썽사납고 나무와 나무 서로간의 영역다툼도 치열하다. 애초에 소나무로 가로수를 심었을 때 가졌던 기우가 현실로 나타나 가로수로서의 그 역할을 의심 받기에 충분하다.

 이처럼 고성 가도와 통영 가도의 가로수의 현상에 대해서 굳이 좋게 해석하자면 두 지자체간의 문화적 차이일 것이라고 이해한다. 즉, 고성은 백두대간의 종점인 지리산의 삼신봉에서 뻗어 내린 낙남정맥이 백두산의 정기를 고성에 흩뿌리고 지나가는 곳으로 옛부터 산자수명하여 농산물이 풍부했고 골골이 인재를 기르는 서원이 산재해 나름대로의 선비문화와 농경문화가 있었다면 통영은 바닷가에 사는 사람들이 고기 잡아 고기배 찔러 먹고 사는 조아하고 거친 해양문화의 차이일 것이라고 말이다.

 농경문화가 지극히 관료적이고 출세지향적이고 보수적이라면 해양문화는 파도 넘실거리는 바다 저 너머에 대한 무한한 동경과 자유와 예술의 정신일 것이다.

 농경문화인 고성예술의 아이콘은 고성오광대나 고성농요에 머물러 있지만 해양문화인 통영은 창조적이고 역동적인 예술의 본질적인 기질을 유감없이 발휘해 문학이면 문학, 음악이면 음악, 미술이면 미술, 조각이면 조각 등등 그 어느 한 분야에 있어서 우리나라 예술의 중심축이 아닌 분야가 없다. 그 실례로 문학의 청마 유치환, 동랑 유치진, 초정 김상옥, 박경리, 김용익, 김성우가 있다면 음악에는 윤이상과 정윤주가 있고 미술에는 전혁림과 이한우와 김형근이 있고 조각에는 심문섭이 있어 이를 증명하기에 충분하고도 남음이 있다. 이들의 예술적 섬세한 감성과 격정적인 성정은 파도처럼 다소 거칠고 야성적이고 진취적인 독특한 해양문화의 산물일 것이다.

 고성의 농경문화와 통영의 해양문화의 그 우월을 논하자는 것은 아니나 국도14호선의 고성 통영의 경계인 ‘바다휴게소’ 근방은 고성의 선비와 농경문화, 통영의 해양문화가 충돌하고 있는 현장인 듯 두 지역 간의 문화를 극명하게 한 눈에 대비해 볼 수 있는 것 같아 소나무 가로수를 볼 때마다 묘한 기분에 사로잡히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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