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릉도원이니 도원경(桃源境)이니 하는 말은 평화롭고 조용한 이상향(理想鄕)이란 뜻을 가지고 있다.

 이것은 유명한 도연명(陶淵明, 365-427)의 도화원기(桃花源記)에서 비롯된 말이다. 줄거리만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진(晋)나라 대원(大元376-396)연간의 일이다. 무릉(武陵)의 어느 고기잡는 어부가 시냇물을 따라 무작정 올라가던 중 문득 양쪽 언덕이 온통 봉숭아 숲으로 덮어 있는 곳에 와 닿았다. 막 복숭아꽃이 만발해 있을 때라 어부는 노를 저으며 정신없이 바라보고 있었다. 복숭아 숲은 가도가도 끝이 없었다. 꽃잎은 푸른 잔디 위로 펄펄 날아 내리고 있다. 대체 여기가 어디란 말인가? 이 숲은 어디까지 계속되는 것일까? 이렇게 생각하며 노를 저어 가는 동안 마침내 시냇물 근원까지 오자 숲도 함께 끝나 있었다. 앞은 산이 가로막혀 있고 산 밑으로 조그마한 바위굴이 하나 있었다.

그 굴 속에서 뭔가가 빛나고 있는 것 같았다.
다가가서 보니 겨우 사람이 통과할 수 있게 뚫린 굴이었다. 고기잡이 어부는 배를 버려둔 채 굴을 더듬어 안으로 들어갔다. 이윽고 앞이 탁 트인 평야(平野)가 나타나 보였다. 보기 좋게 줄을 지어 서 있는 주택(住宅)등 잘 가꾸어진 기름진 논밭 많은 남녀들이 즐거운 표정으로 농사일에 바빴다.

 이 곳을 찾게 된 어부도 그를 맞는 사람들도 서로 함께 놀라며 경악(驚愕)을 금치 못하였다. 어부는 어찌된 영문인지 까닭을 물었다. 마을 사람들은 옛날 진(秦)나라의 학정을 피해 처자를 데리고 이 속세와 멀리 떨어진 곳으로 도망쳐 온 사람의 후손들이었다. 그들은 조상들이 이곳으로 찾아온 뒤로 밖에 나가 본 일이 없이 완전히 외부 세계와는 교섭이 중단되어 있었다. 지금은 도대체 세상이 어떻게 되어 있느냐고 마을 사람들은 어부에게 묻고 또 물었다.

 마을 사람들의 환대를 받으며 며칠을 묵고 난 어부는 처음 왔던 길의 목표물을 기억해 가며 집으로 돌아오자 곧 이 사실을 태수에게 알렸다. 고을태수는 보고를 맏고 사람을 보내 보았으나 어부가 말한 그런 곳을 발견할 수가 없었다. 유자기(劉子器)이란 고사(高士)가 이 소식을 듣고 찾아 나섰으나 뜻을 이루지 못하고 도중(道中)에서 병으로 죽고 말았다.

 그 뒤로 많은 사람들이 복숭아 꽃 필 때를 기다려 찾아가 보았으나 무릉도원 사람들이 속세의 사람들이 찾아오는 것을 막기 위해 다른 골짜기에까지 많은 복숭아나무를 심어 두었기 때문에 끝내 찾을 수가 없었다 한다. 무릉도원은 정부의 간섭은 물론 세금도 부과하지 않고 부역 인력도 동원하지 않는 별천지였다.

 그래서 속세와 떨어져 있는 별천지란 뜻으로 무릉도원이란 말을 쓰게 되었고 또, 이 무릉도원에는 주(朱)씨와 진(陳)씨 두 성이 서로 사돈을 하며 내려왔다 해서 서로 사돈이 되는 것을 주진지의(朱陳之誼)를 맺는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