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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들 바람
정해룡 시인의 칼럼 '돈자모티'(돌아 앉은 모퉁이)
2011년 07월 14일 (목) 19:28:49 고성미래신문 gofnews@naver.com

   
 
지루한 장마가 연일 계속되고 있다. 올 장마는 유별나다. 6월 들어서부터 시작한 장마가 달을 넘기고도 멈출 줄을 모른다. 지구 온난화 탓일 것이란 막연한 생각을 해보게 된다.

장마라고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모든 것이 우중충하고 습하고 짜증이 난다는 것이다. 이런 장마 속에서 지내게 되어도 사람의 생체리듬은 물 흐르듯 장마에 잘 순응해 가니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장마 탓으로 옥외나 야외행사가 뜸해지고 따라서 저절로 자신만의 공간에 갇혀 지내는 시간이 자연스럽게 많아지게 된다. 그러다 보면 자신을 둘러싼 환경에 잘 길들여 가는 것이 사람의 순명이고 순리인가 보다.

다니던 직장을 은퇴한 후 특별히 하는 일 없이 백수(?)로 지내다보니 속절없이 비 내리는 허공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시간이 많아졌다. 비 내리는 회색빛 허공을 바라보는 시선은 인간이든 마구간에 결박당한 눈망울이 큰 소든 한결 같을 것이란 생각이 문득 든다.

유리창으로 들려오는, 줄기줄기 쏟아지는 빗소리는 아주 음악적이다. 때로는 빠르게, 때로는 느리게, 때로는 보통 빠르기로, 때로는 남미나 쿠바의 광적이고 열정적인 춤사위처럼 폭악적인 빗소리는 음악적인 멜로디와 여운을 안겨 주기도 한다마는 이제는 한 여름날의 그 특유한 쟁글쟁글하고 탱글탱글한 햇살이 몹시도 그리워짐은 어쩔 수 없는 생리적 현상일 것이다.

그 햇살에 노지에서 키우는 잘 익어가는 토마토, 수박, 오이, 참외 등속의 여름과일이 내밀한 숙성을 위해 내뿜는 가쁜 숨소리를 듣고 싶다. 고성바닥 들판에서 자라는 벼의 키 크는 소리도 듣고 싶다. 지금은 그 흔적조차 찾을 수 없지만 원두막에 앉아서 여름하늘에 둥둥 떠가는 흰 구름이 만들어 내는 갖가지 구름 형상이 보고파진다. 뜨겁게 달구어진 모래밭의 해수욕장에서 건강미를 뽐내는 여성의 각선미도 보고 싶고 필자의 어린 시절, 박석거리(대평리에 있는 물웅덩이) 개울에서 미역을 감던 어린아이들의 발가벗은 알몸도 보고 싶다.

사람의 마음은 이렇게 간사한 것이다. 비가 오면 해가 그립고 더우면 서늘한 비를 바라는 것이 마치 ‘만나보면 시들하고 헤어지면 그립웁다’는 유행가 가사의 사랑타령처럼 말이다.

더우기 파아란 호수 같은 바다가 바라보이는 언덕 나무 밑 잔디나 평상에 앉거나 누워서 거기 불어오는 산들바람에 살랑거리는 나무 잎사귀 소리를 듣고 싶다. 고성 남산 팔각정 밑의 정자에서 바라보이는 고성만 바다라면 더욱 좋을 것이다.

산들바람만큼 우리들 마음에 가벼운 흥분과 무지개 빛같은 상큼함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없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또한 언제 불어와도 좋을 바람, 그 산들바람을 우리들 마음속에 간직하고 스스로 그 바람을 자가발전하는 여유로움과 넉넉함을 가져보는 것도 이 지루한 장마 같은 세상을 건너가는 길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바람에는 종류도 많다. 하늬바람, 마파람, 샛바람, 높새바람, 된바람, 높하늬바람, 된마파람, 샛마바람, 태풍, 폭풍, 등 등. 그러나 여인네가 일으키는 치마바람은 불어서도 안 되고 불어와서도 안 된다.

나는 산들바람이 좋아 내 가슴 속에 언제나 산들바람 한줌을 지니고 산다. 경쾌하나 빠르지 않고 바람이긴 하되 넘치거나 모자라지 않은 감미롭고 부드러운  ‘산들바람’을. 이제 그 바람을 분주하고 치열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이 여름날의 긴긴 장마에 지친 사람들에게 불어주고자 한다.

 

바람은, 바람은/ 산들바람은,/ 산들산들 춤추는 산들바람은/ 어저께 그저께 오신다는 님 소식// 바람은, 바람은/ 산들바람은,/ 산들산들 흥이 겨운 산들바람은/ 오전에, 오후에 오신다는 님 소식// 바람은, 바람은/ 산들바람은,/산들산들 간지러운 산들바람은/ 내일 모레 오신다는 님 소식

「필자의 졸시, 산들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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