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7·4 전당대회는 유승민 의원의 약진과 친이계의 지원을 받은 원희룡 의원의 지도부 턱걸이 진입으로 정리된다.

홍준표 의원이 당 대표가 된 것은 처음부터 어느 정도 예상된 일이었지만, 두 후보의 명암은 이변으로 받아들여진다. 한마디로 한나라당이 걸어온 노선에 대한 당원과 국민들의 준엄한 심판이란 의미다.

이러한 결과를 두고 정치평론가나 언론은 ‘친이계의 몰락’이니, ‘비주류의 당권 장악’이니 하면서 한나라당이 변화와 쇄신의 신호탄을 쏘아올린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한다.

무엇보다 이 정부 출범 이후 진행된 주요 정책에 대한 당내 비판의 목소리가 더욱 거세져, 한나라당의 정책 변화 가능성이 예상된다.

이에 맞춰 새 지도부는 계파 간 갈등의 봉합, 감세와 등록금 반값 등 이견을 보인 현안에 대한 입장 조율을 통해 민심을 되돌리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실로 한나라당 새 지도부가 떠맡은 과제는 막중하다. 그러나 여기에 덧붙여 한나라당 지도부가 간과해선 안 될 가치는 바로 ‘균형발전’이다.

한나라당이 자중지란에 빠지고 민심을 잃은 결정적 원인중의 하나는 대선 공약을 뒤집으면서까지 수도권을 위해 지방을 버렸다는 것이다.

그 점을 한나라당 지도부가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유 의원을 제외하고 최고위원들이 모두 수도권 출신인 데다, 이들이 내년 총선에서 ‘수도권이 위험하다’는 논리로 지도부에 도전했기 때문에 우려되는 바가 없지 않다.

하지만 이번 전대(全大) 결과는 균형발전에 대한 국민적 열망이 그대로 드러났다고 해도 무방하다.

수도권 위기론보다 친이계에 대한 심판으로 귀결된 것은 지방을 외통수로 몰고 간 여당의 수도권 중심 사고 때문이다.

친이계의 지원을 받은 원 의원의 부진과 유승민 의원의 약진은 이런 균형발전의 가치를 지키라는 목소리 일게다.

정치인들은 정권 창출이 정당의 목적이라손 치더라도 지금 우리가 처한 갈등과 대립은 매우 심각하다는 것을 인식해야한다.

이유야 어떻던 지간에 세대별, 계층별, 대·중소기업별, 이익집단별 다툼도 모자라 수도권-지방 사이에 벌어지는 모든 갈등의 책임은 집권당에 있다.

균형발전이 이를 해소하는 유일한 가치란 것을 한나라당 새 지도부가 깊이 성찰해야 한다.

무엇보다 새 지도부가 주력해야 할 부분은 민생과 지역균형발전이다.

물가고와 불황으로 서민들의 생활은 거의 파탄상태에 이르렀고, 정부의 수도권 일극주의 정책으로 지역균형은 오히려 후퇴하고 있는 게 작금의 상황이다.

그럼에도 지금까지는 집권여당 한나라당이 민생 현안 해결이나, 수도권과 지방간 비대칭 구조의 완화에 별다른 역할을 하지 못했다.

이런 연유로 많은 국민들은 이번 전대(全大)에 비상한 관심을 갖고 한나라당 새 지도부의 구성과 향후 정책방향의 귀추(歸趨)를 주목한 것이다.

민생 및 복지에 무게를 싣는 소장파 의원들과 지역균형을 강조하는 유승민 의원의 새 지도부 입성이 예상된 것도 민생과 지역균형발전의 기대감을 높이는 대목이다.

한나라당 새 지도부가 민생에 방점을 찍어야 하는 이유는 우리 경제실상을 조명해보면 더 극명해진다. 무역규모가 연간 1조 달러로 늘어난 상황에서도 수출 급증에 따른 과실(果實)은 대부분 대기업이 챙기고 있고, 내수 부진으로 영세상인 들과 중소기업의 고통은 오히려 커지고 있는 형편이다.

그러니 ‘외화내빈(外華內貧) 경제’라는 비아냥거림까지 흘러나오는 것이다.

거기다 물가는 6개월 연속 4%대의 상승행진으로 근로자들의 실질임금은 마이너스로 쪼그라든 실정이다.

지방의 박탈감 또한 가볍지 않다.

도권에 치우친 정부의 획기적인 정책 전환을 바라고 있는 것이다. 서민과 지방민들의 기대를 담아낸 민생 및 지역균형발전의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는 것은 한나라당 지도부가 반드시 짚어야 할 책임 있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