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2지방선거 당선자 취임이 꼭 1년이 되는 날이다.

초심의 기대 찬 출발에 비해 실망이 적지 않다.

하지만 지난 1년의 가장 큰 성과는 지역주민들의 자치의식고양을 들 수 있다. 풀뿌리 민주주의를 실감할 만큼 주민들의 의견이 적극 개진되고 행정에 반영돼 지방자치제가 뿌리내릴 토양을 마련했다는데 비중을 둬야 한다.

주민들이 지역사정을 알고 자발적인 노력으로 자율적인 지방자치를 실현 해가는 민의행정이야말로 지자제를 정착시키는 밑바탕이 된다는 생각을 주민들이 갖게 된 것은 지난 1년이 가져다준 긍정적인 성과였다고 본다.

물론 긍정적 측면보다는 부정적 측면이 더욱 두드러져 실망을 안겨준 점도 많았다. 단체장이나 군·도의원들의 각종 공약이행과정에서 지역 간 또는 주민간의 갈등노출 이 불가피했고, 지역이기주의를 조정할 제도적 장치가 미흡해 결과적으로 지역발전이 벽에 부딪히고 지역민에게 좌절감마저 안겨주는 사례도 많았다.

지방재정이 취약한 상태에서 무리한 사업계획을 남발하거나 지나친 경제 주도정책으로 일관, 주민편의를 무시한다는 반발을 불러일으킬 소지도 적지 않았다.

이는 중앙정부로부터 또는 광역단체로부터 권한이양을 받지 못해 법적 제도적으로 자치행정을 제약받고 있는 것도 가장 큰이유다.

낮은 재정자립도와 지역이기성 민원에 밀려 소신 있는 행정을 이끌어가지 못한 경우도 많았다.

지방자치제가 실시 된지 꼭 17년이 지난 지금, 그 이전 중앙정부에서 임명했던 시절을 상기해 볼 때 그동안 있었던 5번의 선거와 지방자치의 의미는 실로 크다.

지역민의 참여로 각 지방자치단체는 나름대로 특성이 있는 고유한 발전을 도모할 수 있었고 주민 권익이 반영되는 민주주의가 뿌리를 내릴 수 있다.

물론 지방자치를 실행하는 과정에서 민주적인 생각이 부족하고 시행착오로 말미암은 시간과 재정의 손실도 만만치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특히 선거에서 이기기만 하면 된다는 식으로 각종 공약을 남발하고 임기 중에 안 돼도 그만이라는 생각을 하는 이들이 자치 단체장으로 선출되어 지역 발전의 숙원을 하룻밤 꿈으로 전락케 한 일도 많았다.

우리 지역도 지역민의 바람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지역의 발전을 제대로 이끌 능력도 없는 이들이 오로지 당선만을 위한 당선이 되어 물의를 빚기도 했다.

지역정서가 특정정당에 너무 쏠려있던 것과 선출된 지역 단체장들에 대한 감시와 평가가 미흡했기 때문에 그것을 바로잡는다는 것은 그만큼 어려웠다.

이러한 폐단을 막기 위해 만들어진 게 바로 메니페스토 실천 운동이다.

즉 공약이행사항 등을 제대로 실천 하는지에 대해 검증 평가하는 단체가 출범 한 것이다.

매니페스토실천본부는 도내 자치단체로부터 지난 민선4기단체장들의 공약 이행에 관한 자료를 제출받아 검증·평가한 결과를 발표했다.

그 결과를 보면 지역단체장들의 공약 이행 율은 약 60%였다.

이 중 임기 내 공약 이행 율이 평균 80%로 매우 높게 나타난 반면 중장기 공약 정상 추진 율은 25%로 상대적으로 낮게 나타났다.

지역민과의 약속이행이라는 점에서 이 같은 결과는 결코 긍정적이지 않다.

공약을 이행했다는 자료 중에서도 부풀려진 부분도 없지 않았다. 그나마 이 정도라도 지역민이 자기들이 뽑아준 대표자의 약속 이행 부분을 제대로 지킬수수 있었던 것은 경남 매니페스토본부의 객관적인 노력 덕분이다.

이제 곧 국회의원선거와 대통령 선거가 다가온다.

그동안의 시행착오를 더는 연장하지 않고자 우리 지역 유권자들은 명심해야 한다.

제대로 된 지방자치를 위하여 유권자들은 출마자들의 공약사항을 잘 보고 실천 가능한 인물인지를 가늠해서 한 표를 행사해야 한다.

그리하여 되풀이되고 있는 특정정당의 공천이 곧 당선으로 이어지는 관행에서 벗어나야 한다. 

이 같은 부정적인 측면들은 지자제정착을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할 과제들을 내포 하고 있다.

재정을 확보하고 분쟁을 조정하고 소신 있는 행정을 수행하려면 앞으로 보완해야할 일들이 적지 않다.

가장 중요한 것은 단체장과 선출직 공무원뿐만 아니라 주민들도 먼저 주인의식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난 1년간의 지자제를 평가하며 우리 모두가 내 지역을 위해 스스로 해야 할 일이 무언지를 다시 생각해보는 날이 돼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