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생각만 해도 끔찍해. 두 번 다시 민족끼리 총을 겨누고 내가 살기 위해 동족을 죽여야 하는 전쟁은 일어나서는 안 되는 거야”

조정용(84. 동해면 내산리)씨는 1949년 7월 1일, 군인 모자가 멋있어 보이고 가정 형편이 어려워 학교도 진학할 수 없어 18세 어린 나이에 군 입대를 결심했다.
전쟁이 일어날 것이라는 생각은 추오도 하지 않았기에 군 입대가 마냥 신기하고 기뻤다.
당시 고성초등학교에서 지원자 60여명과 함께 기본 시험을 거쳐 14명이 최종 선발 돼 3사단 병기중대(대구)에 기술병으로 배치 받았다.
이후 1950년 6월 부평 병기학교 하사관(분대장) 교육을 받았고, 교육 도중 주말 외박으로 여인숙에서 잠을 자던 중 헌병대가 찾아와 전쟁 발생을 알리며 귀대를 종용 했다.

이날이 바로 6.25 전쟁의 비극이 시작된 1950년 6월 25일 새벽이다. 11개월 남짓한 군 생활에 전쟁을 치러야 하는 조 씨는 믿기지도 상상하기 힘들었지만 속히 귀대 하라는 명령을 받고 3사단으로 복귀했다.
북한군이 5일 만에 포항까지 밀고 내려와 기술병인 조 씨도 전투병에 편성돼 맹호부대원으로 ‘수도고지' '백마고지’ 등의 전투에 참가했다.
포탄이 머리위로 날아다니며 바로 옆에 있는 전우가 죽어가는 모습을 지켜보아야만 했던 조 씨는 오로지 살기위해 소총을 발사하던 전투를 고스란히 기억했다.
하루가 다르게 태극기와 인공기가 번갈아 가며 꽂히던 백마고지 전투에서 수많은 전우들이 전사했고 북한군 시체 역시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쌓였다고 한다.

“고지에서 내려다보니 개미떼처럼 보이는 것이 북한군과 중공군이더라. 아군 병력이 얼마 되지 않아 수류탄을 던지고 또 던지며 고지를 사수하기 위해 죽기를 각오하고 싸웠지”
유엔군과 함께 북진 하면서 함흥 시가전을 약 열흘간 치열하게 치렀고, ‘삼수갑산’까지 북진하여 압록강에서 추운 줄도 모르고 목욕하던 회상도 했다.

조 씨는 "당시에 전투병이 부족해 피난민 중 젊은 사람을 차출해 일주일 정도 간단한 총기 사용법을 교육한 뒤 전쟁에 투입 됐다. 그렇지만 그런 사람들이 제대로 전투를 할 수 있겠나. 대부분 총알받이처럼 전사했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그러면서 조 씨는 “요즘 일부 젊은이들이 6.25전쟁을 남한에서 먼저 일어 켰다고 하는데, 이런 소리를 들으면 잠이 제대로 오지 않는다. 수많은 사람들의 희생으로 지켜낸 대한민국인데 본질을 왜곡하는 것을 보면 전사한 동료들이나 용사들에게 미안할 따름이다”고 강조했다.

6.25전쟁 동안 생사를 넘나드는 전투를 치르고 1954년 8월 1일 이등상사(현 중사)로 전역한 조 씨는 고향 동해면 내산리로 돌아와 지금의 부인을 만나 슬하에 6남매를 두고 있다.
지난 2002년 정부로부터 전공을 인정받아 금성무궁화화랑훈장을 뒤늦게 수여 받았지만 마음은 편치않다.
보상을 기대한 것은 아니지만 목숨을 담보로 한 훈장의 댓가가 월 25만원인 것에 씁쓸하다고 했다.
차라리 돈 보다 참전용사를 보다 예우하는 사회보장제도가 제대로 이루어졌으면 하는 바램이다고 전했다.조 씨는 현재 고성군무공수훈자 회장으로 활동 하면서 참전용사들의 권익보호에 앞장서고 있다.
지난 25일 6.25기념식에 참석하여 ‘대한민국 만세’를 힘차게 외치는 그의 모습을 보며 그가 있었기에 오늘의 자유 대한민국이 존재한다는 사실에 새삼 고개가 숙여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