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통 수도권이다. 정치권이 ‘수도권 블랙홀’에 빠졌다. 수도권 중심주의가 모든 것을 빨아들이고 있다. 내년 총선 및 대선은 물론이고 한나라당 전당대회도 수도권이 관심사다.

전대 주자 7명 가운데 6명이 수도권 출신이다. 비수도권 후보로는 유승민 의원(대구 동을)이 유일하다. 친박계 단일후보라는 상징성이 없었다면 유 의원은 관심조차 받지 못할 뻔했다.

‘수도권 리그’라는 말도 공공연히 나온다. ‘수도권 대표론’으로 연결되는 단어다.

수도권 언론은 내년 총선에서 전멸의 위기감에 휩싸인 수도권을 살리려는 움직임이라고 분석한다. 부산 출신의 김무성 전 원내대표조차 전대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수도권에서 대표가 나와야 1%라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전대 주자들도 수도권만 의식한다. 지방은 안중에도 없는 모습이다. 지방균형발전을 천명한 주자는 유 의원뿐이다.

한나라당의 실상이 그렇다.

수도권 블랙홀 현상은 시간이 갈수록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수도권 중심주의는 어쩔 수 없는 흐름이기도 하다.

한나라당 의석수에서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지역이 수도권이다.

수도권의 ‘말발’이 셀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TK(대구·경북) 출신의 한 의원도 “한나라당의 주류와 비주류의 개념은 계파에만 존재하는 게 아니다.

수도권과 지방도 있다. 수도권이 주류이고, 지방은 비주류다. 그게 현실이다. 대구와 경북이 한나라당의 대주주라는 말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지방 정치권의 안일한 대응도 수도권 중심주의를 키운 측면이 있다. 국가 전체를 바라보고 던지는 ‘메시지’가 부족하다는 게 대체적인 견해다. 당장 영남권만 해도 그렇다. 영남권출신 의원들의 발언이 전국적으로 반향을 일으킨 경우가 거의 없었다.

보수의 이미지가 너무 강해 시대에 뒤떨어진다는 소리도 많다. 영남권 한 전직의원은 “수도권에도 영남 출신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영남권의원들의 발언에 고개를 끄덕인 수도권 사람을 한 번도 못 봤다” 는 말을 서슴없이 뱉었다. 영남정치권으로선 좀 더 치열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견해다.

수도권 중심주의는 이제 대세가 됐다. 문제는 정치권의 수도권 중심주의가 정책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데 있다. 수도권의 승리를 위해 지방을 희생양으로 삼을 수 있다는 의미다.

수도권규제완화가 대표적이다. 수도권 ‘표심’을 잡기 위해 수도권규제완화를 들고 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가뜩이나 이명박 정부 들어 지방균형발전 차원에서 추진된 대형프로젝트가 폐기처분되면서 지방의 어려움은 가중되고 있다.

동남권신공항은 백지화됐고,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는 수도권과 가까운 충청권으로 갔다. 수도권 중심주의를 깨기 위해선 전략적 사고가 필요하다.

어차피 정치적으로 비주류라면 철저하게 ‘캐스팅보트’ 역할을 해야 한다. 무시를 당하지 않는 방법은 그것밖에 없다. ‘결정권’을 가져야 대우가 달라진다.

충청도와 강원도가 이를 증명한다.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충청도와 강원도는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한나라당을 선택하지 않았다. 전통적인 지지기반이었던 강원도의 ‘반란’에 한나라당은 깜짝 놀랐다.

우리지역도 마찬가지였지만 이렇다 할 변수는 아직 없다. 하지만 강원도 발전을 위한 정책들은 쏟아지기도 했다. ‘못 먹어도 고’를 부르는 우직함으론 수도권 중심주의를 타파하기 어렵다.

뽑아놓고 욕하는 ‘이상한 관행’도 중단해야 한다. 전당대회부터 관심을 갖고 지켜볼 필요가 있다. 우리지역을 향한 정책을 점검하고, 지방균형발전에 대한 의지를 확인해야 한다. 정치권뿐 아니라 유권자들도 고민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