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고성군은 제반 여건에 있어서 모든 것이 중앙 집중적인 서울이나 수도권에 비해 절대적으로도 그렇고 상대적으로도 열악한 환경에 있다는 것은 새삼 거론한다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다.

그 중에서도 특히 교육과 의료복지, 문화예술부문에 있어서는 그 정도가 심해 자라나는 어린이들이나 젊은이들로 하여금 삶의 터전을 도시로 옮기게 하는 큰 이유 중의 하나로써 문제의 심각성이 크다 할 것이다.

고향을 떠난 사람들이 노령층이 되어 귀농을 하고 싶어도 대부분 망설이는 것도 바로 수도권에서 쉽게 접하고 누리던 교육과 의료복지나 문화예술부분이 다들 열악한 탓이라고 한다.

물론 교육이나 의료복지는 인구가 많은 대도시를 중심으로 그 수혜가 많고 발전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으며 문화예술 또한 비단 우리 고성군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라는 사실도 잘 안다.

그러나 동일 생활권인 인근 거제시나 통영시는 고성군에 비해 재정자립도도 높고 상공이나 문화예술관광산업도 비교적 여건이 훨씬 좋으며 문화예술의 수용시설에 있어서는 비교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월등한 것은 사실이다.

기존 고성군내 이곳저곳에 흩어져 있는 문화예술시설로는 이것도 저것도 제대로 수용할 수 없는 불편 투성이라는 점을 먼저 밝히지 않을 수 없다.

우리 고성군에 지금 필요한 것은 통영의 남망산공원에 있는 시민문화회관이나 거제의 장승포의 문화회관 같은 종합예술을 할 수 있는 전문문화예술의 수용시설이라는 것을 고향에 살면서 실감하게 된다.

가령 질 높은 음악이나 클래식 음악을 향수할 수 있는 객석 2~300여명 규모의 전문음악당이나 연극의 불모지인 이곳 고성에 자생 연극동아리들이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인 연극공연장이 한 곳도 없다.(이것은 음악당과 같이 사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화가들의 개인미술전시회나 문인들이 시화전을 할 때 작품을 전시할 마땅한 공간이 없어 쩔쩔매는 실정이다.

미술작품이나 문인들의 작품을 함께 전시할 수 있는 전문전시공간시설이 절대로 필요하다.

이러한 시설은 따로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한 곳에, 한 건물 안에 있을 때라야 서로서로 접근성이 용이하여 관객이 쉽게 활용할 수 있으며 그 효용도 배가 될 것이다.

전문음악당이 있으면 각급 학교합창단이나 기악, 관현악을 다루는 악단과 심지어는 늘어나는 노령층에서도 각종 실버악단이 만들어질 것이다. 전문연극당이 있으면 초등학교에서 중고등학교까지 제2의 고성의 ‘추송웅’이 되고자 연극반이 만들어지게 될 것이다.

미래의 한국 영화 연극의 주연을 꿈꾸는 연극동아리들이 자생하게 될 것이다. 전시공간이 조성되면 문화예술인들의 작품을 비롯하여 난을 좋아하는 ‘난동우회’, 수석을 좋아하는 ‘수석동우회’, 국화를 사랑하는 ‘국화동우회’, 야생화를 좋아하는 ‘야생화동우회’, 사진작가의 작품뿐만 아니라 시민단체나 실버들의 여가선용 작품도 틈틈이 상용 전시되어 고성인들의 문화에 대한 창작 욕구를 분출할 기회를 제공하여 삶의 질도 향상될 것이다.

이왕 ‘추송웅’이란 인물에 대해서 말이 나왔으니 한마디 하자. 그는 ‘빨간 피터의 고백’ 등으로 열연한 고성이 낳은 당대 최고의 모노드라마 (한 사람의 배우가 모든 배역을 혼자 맡아 하는 연극) 연극배우다.

변변한 연극배우 한사람 배출하지 못한 거창에서도 거창국제연극제를 개최하여 거창을 국내외적으로 널리 알리는데 비해 반대로 우리 고성은 ‘추송웅’이란 연극계의 전무후무한 걸출한 인물을 배출했으면서도 그냥 그대로 사장을 시키는 행정당국의 무신경과 고성예술계의 무감각에 실망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제대로 된 시설 하나가 고성군민들에게 제공될 때 비록 지방에 살아도 서울이나 수도권을 크게 부러워하지도 않을 것이며 미래 고성의 주역들인 청소년들의 로망과 사랑과 이상이 한 여름 소나기를 맞고 무럭무럭 커가는 옥수수처럼 크게 자라나게 될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