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상정 논설위원 고성문화원 향토사연구원

부친이 세상을 떠난 지 10여 년이 지났음에도 늘 아버지를 그리워하며 지내다가 아버지의 유품을 정리하던 중 생전에 남겨둔 원고를 모아 유고집을 간행하여 세상에 알리는 일이 있어 요즈음 젊은이가 하기 어려운 효행이라 소개하고자 한다.  
세상에 문사도 인물도 많지만 유고집을 간행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혹 유고가 있다 해도 자식들의 효심이 없으면 누가 과불급을 바로잡아 수식하고 윤색하여 책을 발간할 수 있겠는가?
우리 고을 고 최영수씨는 일찍이 시례의 범절을 익혀 신암 허선생의 문하에서 수학하였으나 가산을 돌보느라 학문에만 전념을 하지 못하고, 주경야독을 하면서도 좋은 풍경을 만나면 풍월을 읊조리기도 하고, 유림이나 서원등지에 출입하면서 글을 짓기도 하였다. 그러나 그 당시 지은 시편들을 일찍이 누구에게 보이고자함이 없었으며 대개 즉흥적으로 서회하고 돌아서면 곧 그 시구 등을 폐기한 때문이다. 그 초자 해룡군이 효자의 불망지심으로 부친의 산고를 수습하고자 동분서주로 수소문하여 조각조각 흩어진 시구를 수집하여 이회서당 문사들에 의탁하여 정리 편집 번역하고 이름 하기를 <중산산고집>이라고 하여 발간하였다.

이  <중산산고집>이 세상에 드러남은 자식인 해룡의 효심으로 이루어졌으니 장차 누구라도 이 산고집을 읽으면 아들이 아버지를 그리워하는 마음이 저절로 일어나리라 생각된다.
선비가 후세에 전할 만한 것은 몸소 실천하는 실상과 기풍의 나타남에 있는 것이고 문사의 말에 있는 것이 아닌 것이다. 진실로 궁행과 풍의를 후세에 전하게 되면 문사의 명성은 무게를 더할 뿐이요 다과와 교졸함으로 우열이 되지 않는 것이다.
편집후기에 해웅군은 “세월이 유수 같아 선고께서 피안으로 가신지가 벌써 8년이나 되었습니다. 생전에 선고께서는 당신의 작품을 후세에 남길 생각을 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어떤 자료도 정리해 두지 않았기 때문에 남아있는 것이라곤 시를 지으실 때 초고상태인 것뿐이었습니다. 부득이 산재하고 있는 자료를 바탕으로 편집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러한 상황임에도 이회서실에서 동학으로 수학했던 허창무 교수님의 배려가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평소 선친에 대한 애정으로 수고로움을 회피하지 않으시고 서울과 이회서당을 오가면서 자료를 정리하고 번역하여 문집이 될 수 있게 해주셨습니다. 이러한 일들은 자식으로서 그동안 자료를 제대로 간수하지 못했다는 자책감에서 죄스러운 마음도 많았고 가슴도 아팠습니다.” 라고 말하고 있었다. 효성이 절절히 묻어나는 말이다.
부모가 남긴 유산을 누가 더 많이 차지하는가 하고 눈을 부릅뜨고 싸우기 일쑤인 요즈음 선친에 대한 지극한 효성으로 유고집을 간행하여 선친의 영전에 올리고 여러 사람들에게 알리는 일이 효도의 전통이 식어가는 즈음에 많은 젊은이들에게 교훈이 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고인과 동문수학 했던 허창무 박사는 유고집 발간을 축하하며 고인을 추모하며 이렇게 노래하고 있다.
 
 탕임금의 반명과 공부자의 계사편에 이른 일신이로다./
 밤이 있기에 낮이 있음이요 옛것이 있기에 새것이 있음이라./
 밤이라 방심하랴 잠잠에도 신독하여 언행을 새롭게/
 옛이라 잊으련가 허물일랑 반성하여 덕을 새롭게 할지라./
 날은 하루만 날이 아닐진대 새롬인들 어찌 한번 새롭고 말손가./
 날이야 날마다 날이 오리요 새롬이야 갈수록 새롭고 새로운 것./ 
 백년을 이렇듯 하루같이 하고 만고를 이렇듯 새롭게 하라./
 쉬임없는 저 공이여 일신에 터전함이로다./
 
 湯銘日新, 孔繫日新/  夜故有日, 舊故有新/
 夜寐必勤, 惟行之新/  舊愆必省, 惟德之新./
 日非一日, 新何一新/ 日復日日, 新加新新./
 百사如日, 萬古如新/ 不息之功, 基於日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