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군 구만면 효락리 이회서당에서 근래 보기 드문 이색적인 행사가 재현됐다.
 지난달 27일 한학을 배우는 허한중 군의 대학(사서삼경) 책걸이 행사가 열렸기 때문이다.
 이날 행사에는 관내 전교를 비롯한 유도회  유림들을 비롯한 서울 부산 등 출향 유림들과 이회서당에서 경서를 공부하는 유생 30여 명이 참석하여 책걸이를 하는 허한중 군을 격려하고 칭찬해주는 뜻 깊은 행사를 가졌다.
 예부터 전해 내려오던 책걸이 행사가 현대교육으로 바뀌면서 그 명맥이 끊어진지 오래되었다.
 책걸이란 세책례(洗冊), 속각례(束閣)라고도 하며, 향교와 서원이나 서당 등에서 교육을 받는 학동이 자신이 배우는 과목을 수료했을 때 스승과 또 다른 강주를 모시고 배운 내용을 외우고 질의에 명확한 답을 함으로써 학습의 수료함을 공인하는 절차이며, 현대의 학년 진급이나 수료식에 해당되는 행사이다.
 허 군은 대학에 입학하기까지의 두 달여 시간을 고전 탐독에 뜻을 세워 지난 1월 3일부터 정창석 선생 문하에 들어와 밤낮으로 글을 익히더니 보름 만에 대학장구 10장을 암송하는 기염을 토해냈다.

 이에 관내 이회서당에서 경서를 강독하는 날을 잡아 여러 유림이 지켜보는 가운데 대학경구를 다 외우고 질의에 대답하는 절차를 거쳐 통과의례를 마쳤다.
 이날 질의를 맡은 강주는 서당이 존재하던 시절에 서당에서 책걸이 절차를 경험했던 이재호 이옥진 이인성 김문수 씨 등이 강주로써 삼강 팔조목, 명덕, 본말의 의미, 대학의 출전 등에 관한 내용을 질의하였으며 대답 또한 현대적 의미를 덧붙여 답함을써 서당교육의 진면목을 볼 수 있었다.
 허군을 직접 지도한 정창석 선생은 축시를 지어 모인 유림들이 함께 “허군처럼 뛰어난 영재가 우리고장에서 태어나, 경서의 책걸이로 고풍을 진작시키는구나. 더욱 갈고닦아 모든 것을 익힌 후에, 넓고 넓은 학문의 세계에 끝없이 펼쳐라” 고 낭독했다. (許君俊逸出吾東 束閣經書振古風 託後潛心吟味玩 洋洋學海泳無窮)
 강주들의 질의응답이 끝나고 난 뒤 준비한 떡과 술로 연회를 베풀며 기쁨을 함께 나누었다. 근래 보기 드문 ‘책걸이’ 행사로 고성이 유림의 고장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실감나게 하는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