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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한잔의 의미란?
논설위원 심상정
2013년 01월 25일 (금) 12:34:41 고성미래신문 gofnews@naver.com

   
 
 차를 음미하면서 그 달콤한 향기와 환상적인 감칠맛에 취할 때마다 과연 이 한 잔의 차가 어떻게 해서 내 앞에 오게 되었는가를 생각해 본다. 우리가 다반사(茶飯事)로 무심하게 즐기는 한 잔의 차에는 일 년 내내 차나무를 가꾸고 찻잎을 따서 차를 만들어낸 차인들의 땀과 정성이 녹아들어 있다. 또한 오랜 세월을 두고 다도를 지키고 이어온 다인들의 지혜와 공덕이 쌓여 있었기에 오늘 우리가 마시는 차가 생겨나서 우리는 무상으로 그 혜택을 누리는 것이다.
 우리에게 다도를 개척하여 그 맥을 잇게 해주신 분이 초의(艸衣)선사이다. 초의는 다산과 추사를 벗으로 다도를 즐겼으며 우리나라 차의 시배지로 알려진 하동 쌍계사 칠불선원에서 ˂다신전 茶神傳˃을 펴냄으로써 차나무를 심고 가꾸는 방법에서부터 찻잎을 따는 시기며, 차를 만드는 방법, 끓이고 마시는데 필요한 일체의 예법을 알려주고 있다. 이 때문에 다인들은 초의를 다성(茶聖)으로 추앙하고 있다. ˂다신전˃이 차를 배우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필독서이기는 하지만 한문으로 기록되어 있어 요즈음 젊은이가 읽어내기에는 다소 어려움이 있다.
 녹차가 몸에 배어있는 찌꺼기를 씻어내는 기능이 있을 뿐만 아니라 정신을 맑게 한다고 한다. 그렇지만 한두 번 마셔보고 차의 감칠맛을 음미하기는 어렵다. 아이스크림이나 초콜릿은 단박에 입맛을 유혹하지만 몸에는 해롭다. 커피나 다른 차들도 입맛을 들이기는 훨씬 쉽지만 몸에는 이로움 보다 해로움이 더 크다고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몸과 마음을 맑게 해주는 차를 생활화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꾸준히 마셔보고 참맛을 느낄 때까지 체험으로 터득해야 할 것이다.

 ˂다신전˃에는 찻잎 따기, 차 만들기, 차의 구별, 차의 보관, 불의 조절, 탕의 분별, 물의 구별, 차 끓이기, 차 넣기, 차 마시기, 차의 향, 차의 색, 차의 맛, 찻그릇, 찻잔, 다도의 요체가 자세히 설명되어 있다. 이 중에서 차의 큰 특징을 3가지로 구분하면 차의 향, 차의 색깔, 그리고 차의 맛으로 요약할 수 있을 것이다. 차의 향에는 순향, 청향, 난향, 진향이 있다. 차를 덖을 때 겉과 속이 고루 익은 것을 순향이라고 한고, 덖은 차가 설익지도 않고 너무 익지도 않은 것을 청향이라 하며, 불기운을 고르게 한 것을 난향이라고 한고, 찻잎을 곡우 전에 따서 차를 만들어 성분이 고루 갖추어진 것을 진향이라 한다. 차에는 차만의 향과 색과 맛이 있다. 차를 우린 색깔은 맑은 비취색이 가장 좋다. 쪽빛에 흰 빛깔이 배인 것이 그 다음이고, 청색 흑색 황색이 섞인 것은 모두가 하품이다. 즉 맑은 하늘색이 상이요, 비취색이 중이요, 황색은 하이다. 차의 맛은 달고 부드러운 것이 좋으며, 떫고 쓴맛이 나는 것은 하품이다. 찻물에 소금기가 있거나 차를 만들 때 다른 향기를 첨가하거나 다완에 과즙이 묻거나 하면 모두 차 본래의 향과 색과 맛을 잃게 된다.
 언젠가 초의 선사가 추사를 그리워하며 머물렀다고 전해지는 해남 대흥사 일지암에 머물렀던 적이 있었다. 차를 덖는 과정을 직접 볼 수 있었는데, 섭씨 300도가 훨씬 넘는 쇠솥에 무명 장갑을 여러 겹 끼고도 뜨거운 고통을 견뎌내면서 차를 덖어내는 모습이란 장인들만이  연출해낼 수 있는 예술로 보였다. 이러한 것들이 차에 대한 관심과 애착을 더욱 갖게 된 것이리라. 요즈음은 유난히 차를 좋아하는 동호인들이 많아지고 차를 음미할 기회도 늘어나고 있다. 아울러 우리의 명절인 설과 추석의 가장 큰 행사가 차례(茶禮)를 지내는 일이라면, 차례 때에 차를 올려 헌다(獻茶)로 제주를 대신하는 것이 정성이나 본래의 뜻에 더 바람직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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