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호에 이어>
 지혜와 지식도 중요하지만 실천이 더 중요합니다. 실천 없는 지식과 지혜는 아무가치도 없는 무용지물입니다. 지혜와 지식은 가슴에서 나오는 따뜻한 마음가짐으로 손과 발로 실천에 옮겨져야만 아름다운 꽃을 피우고 충실한 열매를 맺습니다. 보현암을 수태산의 심장과 가슴에 해당하는 이곳 중턱에 건립한 창건주의 심오한 뜻이 높이 평가됩니다. 모든 실천과 행원은 가슴에서 우러나오는 따뜻한 마음으로 해야 한다는 것을 암시하는, 창건주의 탁월한 식견과 안목을 보는 것 같습니다. 그 분의 앞날에 불보살님의 명훈가력이 충만하기를 축원합니다.
 12: 30분입니다. 허기가 느껴집니다. 휴게소 공지에 놓인 석조 의자에 앉아 ‘좋은 데이 소주’를 마시며 점심을 먹습니다. 안주는 아름다운 풍광과 통영김밥입니다. 혼자마시고 먹어도 맛이 기똥차게 좋습니다.

 ▲ 청량산(淸凉山, 일명 무이산 武夷山) 이름에 대하여.....
 14 : 00경에 청량산 문수암에 도착합니다. 문수암은 청량산 머리에 해당하는 절경인 암봉 위에 있는 암자입니다. 마치 처마지붕 끝에 지어진 제비집 같기도 하고, 낙엽 진 고목나무 끝에 매달린 까치집을 연상케 하는 암자입니다. 문수암은 유구한 역사와 전설을 자랑하는 천년고찰입니다. 천년이 넘는 오랜 세월동안 부처님과 대지문수보살의 지혜의 법등을 밝혀 오면서 수 억만 명의 사람들의 귀의처(歸依處)가 되었습니다. 사바세계(裟婆世界), 감인의 세계(堪忍世界: 고통을 참고 견디는 자만이 즐거움과 행복을 맛볼 수 있다는 현 세상)로 일컬어지는, 무명의 바다에서 빛을 찾아 헤매는 뭇 중생을 바르게 인도하는 등불 같은 역할을 하는 문수암입니다.
 천년 고찰 문수암이 있는 청량산은 한국국토지리원에서 제작한 지도상에 산 이름이 무이산으로 표기되었고, 불교에서는 청량산문수암(淸凉山文殊菴)으로 표기하여 이산을 찾는 사람들에게 혼란을 주고 있습니다. 이와 비슷한 산이 또 하나 있습니다. 바로 벽방산입니다. 벽방산은 고성군과 통영시 사이 어간에 놓인 매우 덩치 큰 산입니다. 높이는 해발 670.5m입니다. 고성군, 통영, 거제시의 산 중에서 가장 높은 산으로 알려지고 있는 산입니다. 한국 국토지리원 발행 지도에는 벽방산(碧芳山)으로 되어있지만, 불교에서는 벽발산(碧鉢山)으로 표기합니다. 벽방산 자락에 있는 천년고찰, 안정사 일주문에 달린 황금색으로 쓴 ‘벽발산안정사(碧鉢山安靜寺)’라는 현액이 이를 여실히 보여줍니다.

 문수암이 있는 무이산(武夷山)이란 이름은, 고대 신라가 고구려와 백제를 통합하여 삼국통일을 이룩합니다. 그 때 삼국통일의 중추적 원동력은 바로 김유신을 비롯한 원술랑, 관창 같은 국선화랑(國仙花郞)들이었습니다. 신라의 화랑들은 산 좋고 경치 좋은 곳을 찾아 함께 모여 현묘한 도인 풍류(風流)를 즐기며, 심신을 단련하며 무술을 연마했습니다. 원광법사의 세속오계(世俗五戒)를 계율로 삼아서. 전설에 의하면 그런 국선 화랑들이 이 산에서 수도와 무술을 연마하였습니다.
 그 때 그들은 이 산을 무이산(武夷山)으로 불렀고, 이 산 아래는 무선(武仙)이라는 것입니다. 지금의 무선리(武仙里) 안에는 선동(仙洞)마을과 무선(武仙)마을이 있습니다. 한자의 무이산의 의미를 알기위해, 무(武)라는 글자를 파자해 보면, 창 과(戈)와 그칠 지(止) 자가 됩니다. 창으로 싸움을 그치고 끝내는 것이 무(武)가 지니는 본래 의미입니다. 이(夷)자를 파자해보면 한 일(一), 활 궁(弓), 사람 인(人)로 나누어집니다. 하나의 큰 활을 잘 쏘는 사람을 뜻하는 한자가 바로 이(夷)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 신선 선(仙)자 뜻은 산에 사는 사람을 나타냅니다. 일반적으로 산에 사는 사람은 스님이거나 도인 그리고 명산대천에서 심신을 수양하며 무술을 연마하는 화랑도 같은 사람일 것입니다.
 이곳에서 무이(武夷)라는 글자는 바로 큰 활을 하나씩 어깨에 메고 다니며 무술을 갈고 닦던 국선화랑(國仙花郞)을 뜻하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반면에 불가 스님들은 무이산을 청량산(淸凉山)이라 합니다. 문수보살은 석가모니 부처님의 제자 가운데 가장 지혜로운 사람이었습니다. 그래서 지혜제일 대지문수보살이라고 합니다. 그러한 문수보살이 입멸하자, 고대 인도사람들은 문살보살이 입멸한 것이 아니라 일만 이천 대중을 거느리고 시원한 기운이 많은 청량(淸凉)한 곳인, 청량산(淸凉山)에 화생 상주하며 중생을 제도한다고 생각한 것입니다. 이런 뜻에서 이 산 문수암에 문수보살이 상주하는 산이라 하여 청량산이라고 합니다. 열대지역인 인도(印度)는 무척 더운 나라이기에 시원한 곳인 서쪽에 청량한 곳에 극락정토가 있다고 생각한 것입니다. 우리 민족의 영산이고, 금강산, 한라산과 함께 삼신산(三神山)으로 불리는, 웅장하기로 유명한 지리산(智異山)있습니다. 지리산이라는 이름의 유래는 고대로부터 대지문수보살이 일만 이천의 성중을 이끌고 이 산에서 설법과 이적(異蹟)을 보이는 산이라고 하여 명명(命名)된 산 이름이라고 합니다. 
 이런 연유로 무이산이 청량산이고 청량산이 무이산 입니다.
 청량산(무이산)과 수태산을 찾는 사람들은 삼국통일 원동력이었던 화랑도의 호국정신과 중생을 이익 되게 하는 대지문수보살의 지혜와, 보현보살의 행원을 한번 생각해 봅시다. 지혜와 실천 이것이야말로 발전과 행복의 원천이라는 것을. 무이산이 청량산이고 청량산이 무이산입니다.
 
 문수암 대웅전에서 부처님께 3배를 올립니다. 전각을 나와 난간대가 둘러진 회랑을 돌아 뒤편 바위굴 속을 경건하게 바라봅니다. 두 발 두 손을 모아 옷깃을 여미고 바라다봅니다. 바위 틈새 왼쪽 벽면에 하얀색을 띤 작은 보살입상이 보입니다. 천여 년 전에 의상대사가 보았던 문수보살입상이 있습니다. 천년이 넘는 길고도 긴 세월동안 변함도 없이 견디어 온 것입니다. 그동안 수억만 명 사람들이 귀의(歸依)하며 그들이 소원을 빌었던 대지문수보살(大智文殊菩薩)입니다. 감개가 무량합니다. 저의 몇십 대조 할아버지 할머님들께서도 문수보살님을 찾아서 바라보고 소원을 빌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무량한 감회에 젖어 문수암 창건 연기설화를 잠시 생각해 봅니다.
<다음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