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전력(戰力)
 제1선인 경상도 수군이 무너진 후 제2선 방위책임자로 일종의 원군(援軍)으로 참여한 이순신의 전라좌수영과 원균의 경상우수영 연합함대의 기본 전력은 판옥선 26척 규모. 여기에 돌격함인 거북선 2척이 더해 졌다. 여기에 전라우도 수군절도사 이억기(李億祺)가 이끄는 판옥선 25척의 함대가 합류, 조선수군은 현대의 대형 구축함이라 할 수 있는 판옥선 51척의 당당한 규모를 갖추었다. 당시 이순신은 전라우수군과의 만남을 이렇게 기록 하였다.
 “원군이 오는 것을 보고 기뻐서, 펄쩍펄쩍 뛰지 않는 군사가 없었다.”
당 시 전력ㆍ사기로 볼 때 조선수군의 전력은 사상 최고였다. 이에 맞서는 일본군은 총 26척, 그중 대형 아타케부네(小安宅船)는 9척, 중형은 4척, 소형은 13척이었다. 전력 면에서는 조선수군이 유리한 상황이었다. 여기에 그동안 해전에서 연전연승으로 인한 높은 사기가 더해졌다.

 라. 충무공 이순신의 애민정신이 돋보이는 제1차 당항포해전
 전라좌ㆍ우수영, 경상우수영 연합함대의 지휘는 이순신이 맡았다. 품계 상 그를 비롯한 원균, 이억기 모두 정3품 수군절도사 신분이었지만, 전체 함대 규모, 실전지휘 경험 등을 종합할 때 이순신으로 지휘권이 일원화 되는 것은 불가피한 것이었다.
 1592년 6월 5일, 마침내 결전의 날이 밝았다. 항진 도중 마주친 적선 6척을 격멸 한 후, 당항포에 도착한 연합함대는 전장의 지형(地形)에 맞는 진법을 준비 하였다. 장사진(長蛇陣), 말 그대로 뱀처럼 길게 함대를 배치, 적을 공격하는 진법이다. 당목(닭목)이라 할 정도로 입구가 좁고 상대적으로 만이 긴 당항포에 주둔하고 있는 적선을 공격하기 위해서는 최선의 진법 이었다. 여기에 하나 이순신은 당항포 입구 당목 근처에 4척의 판옥선을 매복 시켰다. 이들의 주임무는 적선의 감시와 적 지원선 차단 2가지였다. 장사진으로 약 30리의 당항만을 거슬러 올라 만(灣)에 정박하고 있던 적선을 공격하기 시작 하였다. 당항만에는 붉은 단청을 칠해 흡사 불전 같은 화려한 누각의 아다케 후네를 중심으로 26척의 적함이 정박 중이었다. 이에 이순신은 ‘디귿(ㄷ)’자 모양으로 3면을 포위한 채 서서히 포위망을 좁혀 들기 시작 하였다. 포위망에 갇힌 일본군은 맹렬한 저항을 시작 했다.
조선함대가 연전연승을 거둔 주원인은 크게 2가지. 첫째는 단단하고 아타케에 비해 규모가 큰 판옥선의 우수함이고, 둘째는 조선 총통의 우수함이다. 조선총통은 사거리(射距離), 파괴력, 명중률에서 일본의 조총에 비할 수 없이 우수하였다. 이순신은 판옥선과 총통의 우수함을 조합, 근접전 위주의 해전 패러다임을 ‘포격적’ 위주로 바꿈으로써 연승을 거두고 있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당항포에서 이순신은 조선수군에 ‘방포(放砲)’ 명령을 내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럼에도 실제 내려진 명령은 ‘화살을 쏘라’는 것이었다.
 이제까지의 해전에서 위력을 보여, 일본군에게는 공포의 대상이 된 총통 대신, 근접전 무기이자 화력에서 조총에 비해 ‘비교열위(比較劣位)’에 있던 활로 공격을 명한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유인작전’이다.
 
 이순신이 의도한 대로 포위망을 좁히며, 총통 대신 활로 공격을 하자, 일본군은 조총과 불화살로 응전을 시작 하였다. 화력 면에서 자신이 있었던 것이다. 여기에 이순신이 퇴각 명령을 내리자, 기세가 오른 일본군은 일제히 항진을 시작 하며, 조선수군을 추격하기 시작 하였다.
 일본군을 유인, 함대의 전술운용이 비교적 용이한 큰 바다로 나온 조선군은 일제히 총통을 발사하며 반격에 나섰다. 각종 총통이 불을 뿜을 때마다 선체가 견고하지 못한 아다케 후네는 침몰해 갔고, 일본군은 조총으로 응사 했지만, 판옥선의 견고한 선체와 단단한 방패를 뚫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여기에 사천해전에서 위력을 보여준 거북선이 등장 하였다. 거북선은 이번에도 적함을 뚫고 돌진, 화려한 누각을 자랑하던 대장선을 포격과 당파(撞破)로 침몰 시켜 버렸다.
 노을을 맞으며 초저녁까지 진행된 전투로 일본군은 궤멸적인 피해를 입었다. 26척의 전함 중 남은 전함은 불과 1척, 완전한 승리가 눈앞에 있었다. 이 때 이순신은 돌연 ‘공격중지' 명령을 내린다.
 그가 돌연 공격중지 명령을 내려 1척의 적함을 살려준 이유는 무엇일까? 답은 지장(智將) 이순신의 치밀함과 더불어 덕장(德將)으로서 ‘애민정신’이 담겨 있다. 애초 정박해 있는 일본전함을 공격할 때 총통을 사용하지 않고, 유인작전을 펴 먼 바다로 끌어낸 이유에는 혹여, 해전을 포기한 일본군이 육지로 상륙 조선 민간인들에게 보복할지 모른다는 걱정이 깔려 있었다. 따라서 적을 남김없이 배에 태운 후 바다로 끌어내 수장(水葬) 시키는 전략을 사용한 것이다. 여기에 1척만 더 격침 시키면 완전한 승리를 거두는 상황 속에서 돌연 공격 중지 명령을 내린 이유도 대동소이하다. 1척의 배를 남겨 둠으로 인해 살아남은 적이 육지로 상륙하는 대신, 남은 배에 오르게 함으로써 적이 육지로 상륙하여 살육을 저지르는 것을 원천 봉쇄하기 위함이었다.
 이순신의 심모원려(深謀遠慮)한 전술은 그대로 적중, 일본군은 남은 1척의 배에 몸을 의지, 생명을 부지 하려 하였다. 날이 저문 후 전투는 종료 되고, 그날 밤 일본군은 남은 1척의 배에 탑승, 전장을 빠져 나가려 하였다. 이에 이순신은 이름이 같은 방답첨사(防踏僉使) 이순신(李純信)에게 명령, 남은 적을 소탕하게 하였다. 여기에는 당초 당항만 입구에 매복 시켜 두었던 4척의 판옥선이 동원되었다. 조선군의 포위공격에 걸린 일본군은 저항 끝에 전멸, 조선군은 적장의 목을 베어 전투를 마무리 지었다. 또 한 번의 완벽한 승리였다. 

 마. 얽힌 이야기 : 현기(賢妓) ‘월이’
 입구가 좁은 바다에 대규모 일본군 선단이 정박한 것. 자체가 당항포해전 승리의 결정적 요인이자, 최대의 미스터리로 꼽힌다. 그러면 왜 그랬을까? 이에 대한 해답을 쥐고 있는 것이 기생 ‘월이(月伊)’ 설화 이다. 내용은 다음과 같다.
 고성 무기정(舞妓亭)의 기생이던 그는 임진왜란 직전 승려로 가장한 일본 첩자를 알게 된다. 그를 마음에 들어한 일본 첩자는 다시금 주막을 찾았고, 월이가 권하는 술에 취해 곯아떨어지게 된다. 월이가 첩자의 짐을 풀어 보니 조선을 침범할 전술과 해로의 공략도, 그리고 육지의 도주로가 상세히 그려진 지도가 나왔다. 승려가 일본 첩자임을 확신하게 된 그는 고성 부분 지도를 펼친다. 붓을 꺼내어 든 월이는 지도를 조작, 당항만이 바다로 이어진 것처럼 굵은 수로를 그려 넣고, 고성군 동해면과 통영을 섬으로 만들어 다시 첩자 품에 넣어 두었다. 그리고 이 사실을 알지 못한 채 첩자는 떠나갔고, 임진왜란 발발 후 왜적들은 월이가 조작한 지도를 든 채 당항포에서 이순신이 이끄는 수군과 전투를 벌이게 되었다. 전투에서 조선수군에 밀린 일본군은 서쪽 바다 소소강(召所江)으로 도망쳐 빠져 나가려고 하였지만 육지로 막혀있어 전멸하고 말았다.

 바. 간주(間奏) : 제1차 해전과 제2차 해전 사이
 당항포를 배경으로 펼쳐진 2번의 해전 사이에는 2년이라는 시간 간극이 있다. 제1차 당항포해전 승리 후 이순신은 율포, 한산도, 안골포, 부산, 웅천 등에서 연달아 승리 하면서 제해권을 장악 하였다. 그중 1592년 7월의  한산도대첩(閑山島大捷)은 임진왜란 3대첩 중 하나로 전쟁의 흐름을 바꾸어 놓을 모멘텀이었다. 한산도대첩으로 인해, 일본군의 서해진출(西海進出)과 해상보급에 결정적인 타격을 가했다. 여기에 일종의 대규모 무력시위 성격이었던 안골포 해전, 대담하게 일본군의 본거지를 공격함으로써 ‘최선의 방어는 공격이다’라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 부산해전 등은 조선수군의 위력을 보여주는 빛나는 해전들이었다. 한산대첩~웅천해전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승리 후 이순신은 남해안 제해권 확보에 대해 일종의 ‘굳히기 작전’에 돌입 한다. 견내량(見乃梁) 봉쇄 작전에 돌입한 것이다. 당시 조선 수군은 단 한 번이라도 패하면, 제해권을 놓칠 수 있는 위기 절체절명(絶體絶命)의 위기. 그중 일본군이 서해로 진출하는 주요 길목이자, 좁은 해협과 거센 물길이 존재하는 견내량은 반드시 지켜 내어야 하는 생명선(生命線)이었다. 당시 일본군이 보유한 함선은 총 900여척, 비록 조선의 주력전함 판옥선에 비해 규모가 작고, 견고하지 못 하다는 약점을 지녔어도, 수량 면에서 조선군의 절대 열세였다. 여기에 육지에서도 문제가 생겼다. 서부경남의 요충지 진주가 함락된 것이다. 바다와 육지 양측에서 압도적인 전력을 마주하게 된 이순신은 최일선에서 적을 맞이한다. 그곳이 바로 한산도(閑山島)가 위치한 견내량 일대였다. 본거지를 전라남도 여수에서 한산도로 옮긴 그는 약 100여척의 판옥선을 동원, 견내량 봉쇄작전에 들어간다. 또한 이 시기 그는 조선수군최고사령관인 정2품 삼도수군통제사(三道水軍統制使)로 승급한다.

 사. 일본군 서해진출을 차단시킨 제2차 당항포 해전
 조선의 명운이 걸린 ‘견내량 봉쇄작전’의 일환으로 치러진 제2차 당항포해전은 1594년 3월 4일, 치러졌다. 3월 3일, 당항포에 21척의 일본군 함대가 있다는 보고가 접수 되었다. 조선 연합함대의 봉쇄작전으로 발이 묶인 그들은 고성, 통영, 거제 일대를 분탕질 치며, 약탈을 벌이는 동시. 소규모 도발을 진행하면서 조선군의 반응을 살피는 일종의 ‘신경전’을 수행 하였다. 통상 5-6척의 소규모 함대를 움직이며 탐색전을 벌이던 일본군은 봄이 되자 대규모 함대를 움직이기 시작 한 것. 그 장소는 약 2년 전 치욕을 당한 고성 땅  당항포였다.
 3월 3일 깊은 밤, 삼도수군통제사 이순신은 마침내 출동 명령을 내렸다. 어둠을 틈타, 일본군의 눈을 속여 견내량을 통과한 후 3월 4일 새벽, 이순신은 20척의 판옥선으로 견내량 북단을 봉쇄 하도록 하였다. 당항포 공격 함대는 판옥선 31척이었다. 이렇게 공수(攻守) 편제를 짠 그는 거제도 북단으로 이동, 부산과 진해 일대의 일본군이 당항포의 적을 지원하지 못 하도록 봉쇄 작전을 폈다. 그 다음 노장(老將)이자, 부근 지리, 수로에 밝은 광양현감 어영담(魚泳潭)이 이끄는 공격함대를 출진. 진해(창원시 진동면) 일대의 왜선 8척을 분쇄 후, 주전장인 당항포로 진격. 3월 4일 자정 경 당항포에 주둔하고 있던 왜선 21척을 모두 격침 시켰다. 1982년 발간된『고성향토수호사』에는 당시의 전황에 대해 이렇게 기록하고 있다.
 다음날인 초 5일 새벽에 이순신(李舜臣) 장군과 이억기(李億祺)는 힘을 합쳐 바깥 바다에서 포진하고 밖으로부터 적의 원군이 들어오는 것을 막았으며, 어영담(魚泳潭)은 여러 장수를 거느리고 당항포 포구 안으로 깊숙이 쳐들어갔는데, 그날 오후 2시 경에 도착은 어영담의 급보에는 “왜적들이 모두 도망쳐 버렸고, 왜선 21척에는 기와장과 왕죽(王竹)을 만재한 채, 닻을 내리고 있었으므로 당파분강(撞破焚舡)하였습니다.” 라고 기록되어 있었다.
 위세가 당당하던 왜적들이 감히 싸움을 걸어오지 못 하고 배를 버린 채 밤중에 도망친 뒤로는 고성(固城), 진해(鎭海) 지방이 비교적 잠잠 하였다. 그날 우리 수군은 큰 바다를 메우고 포성이 하늘을 진동하였으므로, 영등포(永登浦), 장문포(場門浦), 제포(薺浦), 웅천(熊川), 안골포(安骨浦), 가덕(加德), 천성(天城) 등지에서 발악하던 적들은 혹시 자신들이 공격을 당할까 겁에 질려 그들의 막사를 스스로 불태워 버리고 굴속으로 숨어들어 갔기 때문에 밖에는 적의 그림자조차도 보이지 않게 되었다.

 아. 당항포해전 이후
 이순신이 이끌던 조선 연합함대는 한산도대첩에서 학익진(鶴翼陣)으로 적의 침공 의지를 꺾은 후, 펼쳐진 견내량 봉쇄작전을 통해 남해의 제해권을 굳건히 지킨다. 이 기간 삼도수군통제사로 명실상부한 조선수군 최고사령관이 된 그는 ‘최전선에서 지킨다’는 각오로, 본영을 한산도로 옮긴 채 온몸으로 일본군의 서해 진출(西海進出)을 막아 낸다. 1593년 ~ 1597년 초 까지 약 4년의 기간 이다. 이순신이 온몸으로 적에 맞서서며 제해권과 곡창 호남지역을 지켜내고 있는 기간 동안 벌어진 가장 대규모의 전투는 바로 제2차 당항포해전. 해전 이후 패배한 일본군은 감히 견내량을 건너 서진할 생각을 하지 못 하고, 전선은 고착 된다. 때문에 한산도대첩이 적의 예봉을 꺾은 승첩(勝捷)이라면, 제2차 당항포해전은 조선군의 제해권을 굳히는 결정적인 전투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이순신이 ‘명령불복종’을 이유로 파직된 후 삼도수군통제사가 된 원균이 휘하 전함대를 이끌고 일본군을 선제공격, 대패하여 제해권을 상실하게 되는 칠천량해전(漆川梁海戰)까지 조선해군이 굳건히 지켜낸 남해 제해권 수호전의 대표적인 전투이다.

 자. 지명에 남은 당항포해전의 흔적들
 임진왜란과 제1ㆍ2차 당항포해전은 배경이 된 고성군 일대에 많은 흔적을 남겼다. 대표적인 것이 지명(地名), 전쟁이 끝난지 수백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여전히 당시의 기억은 땅이름에 남아져, 당시의 기억을 전하고 있다.

 3. 당항포해전의 현대적 의의(意義)
 가. 민관군일체 전투로서 당항포해전
 현대전(現代戰)은 ‘총력전’이다. 여기서 핵심은 민ㆍ관ㆍ군의 공동방위대책 수립. 이점에서 볼 때 1592년의 제1차 당항포해전은 약 420여 년 전 이를 시현한 대표적인 전투라 할 수 있다. 당항포에 적의 대함대가 정박하고 있다는 민간의 첩보를 바탕으로, 지형적 특성과 아군(我軍)의 장점인 우수한 전함과 함포, 기동력과 파괴력을 갖춘 돌격함(거북선)을 십분 활용한 당항포해전은 민과 군의 훌륭한 합동 작전의 전범을 보여 준다 하겠다. 특히 비록 역사적 사실(史實)에 대한 규명이 좀 더 필요한 부분이나, 무기정 기생 월이가 적에게 잘못된 위치정보를 제공(고성군 지역 지도를 조작)함으로써, 적의 정보망을 교란 시키고, 전투의 승패를 결정짓는 핵심요소인 지리정보 교란을 통해 승리를 이끌었다는 점에서는 높게 평가 할만하다.

 나. 이순신의 애민전신(愛民精神)으로 민간 피해를 최소화
 전쟁에서 가장 큰 피해를 입는 것은 비(非)무장 민간인. 임진왜란도 예외는 아니었다. 일본군은 다수 민간인을 무차별 학살 하거나, 각종 노략질을 일삼아 민간인 피해는 극심하였다. 이때, 이순신이 제1차 당항포해전에서 구사한 전술은 ‘애민정신(愛民精神)’이 극대화 되었다. 그는 우선 당항만에 정박해 있는 적함에 일본군을 승선 시켜, 큰 바다로 유인하여 격침시키는 전략을 구사하였다. 이는 혹여 앞선 일련의 전투에서 조선 수군의 위력을 경험한 일본군이 해상전투를 포기, 육지로 상륙하여 민간에 피해를 끼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구사한 전술이다. 이는 적중하여 일본군은 조선군의 유인작전에 말려들어 바다로 나왔고, 포위공격 끝에 전멸 하였다. 여기서 또 한 번 이순신의 사려 깊음과 백성 사랑 정신이 드러나는 것은 1척의 적함을 남겨 두었던 것. 이 또한 적효(適效)하여 남은 1척의 배에 살아남은 일본군이 승선하였고, 조선군은 이를 마저 격파하였다. 이를 통해 만에 하나 있을지 모르는 민간인 피해를 원천봉쇄하면서 완벽한 승리를 거두었다.
 이에 대해 한국방송공사(KBS) 드라마 『불멸의 이순신』대본 작업에도 참여하였던 작가 윤영수는 자신의 책에서 이렇게 평가한다.
 당시 이런 패잔병들의 만행을 저지할 만한 조선 육군은 없었다. 산발적인 의병 활동이 있었으나 민간인들을 보호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전투가 계속 되면서 이순신도 이런 소식을 들었을 것이다. 일본군 패잔병들이 죄 없는 백성들을 유린하는 것을 보고 있을 수는 없었다. 그래서 당항포해전에서는 적을 바다에 모조리 수장시키려 한 것이다. 1척을 남겨 퇴로를 열어 주었고 그 퇴로를 막고 있다가 적을 전멸 시켰다. 적어도 당항포에서는 일본군 패잔병에 의한 피해는 없었을 것이다. 눈앞의 전투가 급한 대도 이순신의 생각은 여기까지 미쳤던 것이다.

 인류 역사에 전쟁이 기록되기 시작한 지 3,000여년, 어떤 형태의 전쟁이든 전쟁의 가장 큰 피해자는 비무장 민간인이었다. 적의 노략질에, 혹은 아군의 작전에 힘없는 민간인들은 속수무책으로 전쟁의 광풍에 휘말렸다. 아무리 세계 전쟁사를 들추어 보아도 민간인을 보호하기 위해 자신을 희생한 지휘관은 찾아보기 어렵다. 지휘관과 장교들은 오로지 승리만을 생각했다. 그럴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전쟁의 인도주의란 더 큰 희생을 막기 위해 무조건 승리하는 것이 아닌가. 이기는 것 외에 전쟁을 종식 시키는 다른 방법이 없을 것이요, 승리야 말로 최고의 가치가 아니던가.
 결론적으로, 민ㆍ관ㆍ군의 총력전으로 수행된 우리고장 당항포 해전은 420여 년 전에 민ㆍ관ㆍ군이 일치단결 하여 외적의 침입에 맞선 훌륭한 전쟁 교범(敎範)이라 할 수 있다. 여기에 더하여 민간인 피해를 최소화 하면서, 적에게 최대한의 타격을 입힌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전술은 420년의 간극을 뛰어 넘어 오늘날 총력적 현대전 지휘관에게 많은 것을 보여준다고 하겠다.
 현대전 지휘관은 충무공 이순신이 당항포해전에서 보여준 애민정신을 교훈 삼아 민간인 피해를 최소화하며 적에게 큰 타격을 주는 전략과 전술 펼쳐야 할 것이다. 오늘날 당항포 관광지를 찾는 우리는 현기(賢妓) ‘월이’의 애국심과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애민정신을 높이 기리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