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고유의 명절인 추석을 앞둔 대목장인 지난 26일 고성읍 전통재래시장은 추석 음식을 마련하기위해 장을 보러온 주부들의 발길로 분주하다. 올 추석 차례 비용을 조금이라고 절약하기위해 주부들이 전통시장을 찾고 있다. 지역 전통시장의 추석 차례용품 가격이 대형마트보다 평균 25%가량 저렴한 것으로 나타났고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물가로 고통 받는 가계 부담을 덜기 위해서이다.
 특히 올해는 연이은 태풍여파 등으로 물가가 턱없이 올라 물건을 쥐락펴락하고 물건 값을 조금이라도 더 깎아 보려고 하는 모습들이 역력하다.
 하지만 이날 대목장에는 턱없이 오른 물가에 주부들을 한숨짓게 했다.
 특히 야채 값은 지난해에 비해 배 이상이나 올라 생무우 하나에 4-5천 원씩이나 하며, 오이도 지난해에 비해 반 이상이나 오른 2개에 천원 이다. 시장에서 20년째 야채를 팔고 있는 ㅂ(63)씨는 “지금까지 수십 년 야채 가게를 해왔지만 올해처럼 비싼 적은 없었다”며 “야채 값 폭등으로 괜히 파는 우리가 미안할 때도 많아요”라고 말했다.
 과일 가격도 마찬가지다. 사과는 1상자(15kg)에 5만원이던 것이 6-7만원을 호가하고 있다. 배도 마찬가지로 1박스(15kg)에 5-6만원선이다. 추석 때 가장 많이 쓰이는 계란은 1알에 2백 원씩이나 해 30개들이 1판에 6천을 웃돌고 있다.
 
 성수품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차례상을 준비하는 서민들의 주름살이 깊어지고 있고, 상인들도 장사가 안 돼 시름하고 있고 대목장인 26일 오후 한 대형마트의 입장도 마찬가지다. 추석 차례상과 선물을 준비하려는 손님들로 북적였지만, 표정은 그다지 밝아 보이지 않았다. 주부 정 모(47) 씨는 생선 판매대와 과일 판매대 등을 몇 바퀴째 돌면서도 터무니없이 오른 가격에 선뜻 고르지 못한다.
 차례상에 올릴만한 햇배 1개 4천 원, 햇사과 1개는 2천원이 넘어 한숨만 나온다.
 정 씨는 "물가가 많이 올랐다"며 "차례상 차림을 줄여 검소하게 지내려 한다"고 말했다.  주부 장 모(40) 씨도 "애호박 1개가 2~3배 가까이 뛴 것 같다"며 혀를 내둘렀다.
 무우와 배추 등도 한달 새 배이상 폭등한 것이다. 또 다른 대형마트에서는 왕배 세트(9개)가 8만8천 원이었다. 왕배 1개에 거의 1만 원꼴이다.
 2~3만원대 중저가 실속 선물세트를 고르는 고객들이 많았다. 배와 사과, 조기 등 일부 성수품 값이 20~50%가량 올랐다.
 손님 발길은 늘었지만 고물가 직격탄에 씀씀이는 크게 줄어 추석 대목을 기대한 상인들도 시름하고 있다. 한 상인은 "너무 장사가 안돼 죽겠다"며 울상을 지었다.

 하지만 시장에 나온 주부들은 오랜만에 고향을 들리는 아들 ·손자· 며느리와 친지들에게 맛있고 좋은 음식을 만들어 주기 위하여 오른 물가에도 내색하지 않고 그저 좋은 물건만을 고르고 있다.
 한쪽에선 40년간 ‘뻥튀기 할아버지’로 불리는 박씨(서외.75)의 ‘뻥이요 귀 막아요’라는 소리는 언제 들어도 구성지게 들린다.
 거류면에 거주하는 ㄱ(80)할머니는 오는 추석에 손자들에게 용돈이라도 마련하기위해 정성 드려 고사리를 손질해 장에 팔러 나왔다고 한다.
 고성읍에 거주하는 ㅇ(75) 할머니도 마찬가지다. 늦더위에도 불구하고 밭에 고구마 줄기를 손질해 이번 장에 팔러 나왔다고 한다. 이 모두 손자·손녀를 위해서라니 아직도 할머니들의 자식 사랑은 지극하기만 하다.
 ‘더도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는 말이 생각나는 대목장이다. 그래서인지 상인들의 인심도 여느 때보다 후하다. “조금만 더 줘요”, “좀 많이 담아줘요”, “남는 게 하나도 없는데” 라며 가득 담아주는 상인들의 입가에는 훈훈한 미소가 감돌고 있다.

 한편 중소기업청과 시장경영진흥원은 지난달 22~23일 이틀간 지역의 전통시장과 대형마트에서 판매하는 23개 추석 차례용품을 가격을 조사 결과, 차례용품 구입비용은 전통시장의 경우 평균 19만이었으며, 대형마트는 평균 25만원선으로 나타났다. 전통시장의 차례용품 비용이 대형마트에 비해 6만원가량 싼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 결과는 대형마트가 일반적으로 가격이 저렴하다는 인식을 바꿔놓고 있다.
 전통시장이 조사대상 전체 23개 품목 중에서 조기, 시금치, 밀가루 등 3개를 제외한 나머지 품목에서 가격 우위를 보인 것이다. 이는 상인들이 오랜 시장생활에서 얻은 각종 노하우로 원가를 절감하는 등 거듭된 변화의 노력을 보인 결과다.
 온가족이 참여해 인건비를 줄이고 서비스를 강화하는 한편 중간 유통단계 없이 직거래로 질 좋은 상품을 최대한 값을 낮춰 공급하는 것도 한몫하고 있다.
 지역 전통시장에서 추석 제수용품을 구매할 경우 대형마트에서 같은 품목을 살 때에 비해 평균 6만원 이상 아낄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시장경영진흥원은 최근 전국주부교실중앙회를 통해 전국 전통시장과 인근 대형마트에서 추석 제수용품 23개 품목 가격을 조사한 결과, 4인 기준 상차림 소요 비용은 지역 전통시장이 평균 18만7천734원, 대형마트는 평균 25만298원으로 전통시장이 6만2천564원(25.0%)저렴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전국 전통시장 제수용품 구매 평균 비용은 19만3천18원으로, 지역 재래시장이 더 저렴했지만, 대형마트는 전국이 24만9천950원으로 지역 마트가 오히려 더 비쌌다.
 조사품목 23개 중 밀가루와 유과를 제외한 21개 품목에서 지역 전통재래시장이 대형마트 보다 저렴한 것으로 나타났다. 밀가루는 다단계 유통구조로 인해 대형마트가 8.6%저렴했고, 유과 역시 2.8% 더 쌌다.
 전통시장에서 가격우위를 보이는 품목은 채소·임산물(30.1%), 생육(26.3%), 선어류(26.1%), 과실(25.7%), 약과·두부 등 기타(12.3%) 순으로 조사됐다.
 채소류는 지속적인 일기불순과 태풍의 여파 및 작황 부진으로 생산량이 줄면서 반입량이 감소했지만, 전통시장을 이용하면 대형마트보다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 채소류 중 숙주의 경우, 재래시장의 판매가격이 대형마트의 1/2수준이다.
 과일류는 태풍에 의한 낙과 피해로 인해 공급물량이 감소해, 전통시장 사과(1개 500g·총 5개) 가격은 1만4천70원, 배(1개 700g·총 5개)는 2만4천886원으로 집계됐고, 이는 대형마트의 사과(2만3천682원), 배(2만7천637원) 가격 보다는 각각 40.6%, 10.1% 저렴한 것으로 나타났다.
 축산물은 돼지, 닭고기 등 육류 사육두수와 수입량의 증가로 인해 돼지고기(산적용·일반육·600g) 7천378원, 생닭(1㎏) 5천500원으로 대형마트 대비 각각 8.0%, 33.2% 가격이 낮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