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달밤을 황홀하도록 매료시킨 남인수 가수님의 감미로운 노래여!
 청초한 코스모스가 피어나는 깊어가는 가을입니다. 이런 가을날이면 나에겐 아련한 추억 하나가 있습니다. 어린 시절 40 여 년 전 중학교 2학년 때의 어느 가을 날 밤이었습니다. 맑은 밤하늘에는 십오야 보름달이 떠있고 어스름한 달빛만 세상을 밝히는 고요한 밤이었습니다. 나는 저녁밥을 일찍 먹은 친구들과 강물 같은 하얀 은하수가 밤하늘을 아름답게 수놓는 고즈넉한 동네를 한 바퀴 걸었습니다. 그 때 어디선가 난생 처음 들어보는 감미로운 노래가 바람결에 들리었습니다. 발길은 나도 몰래 그 노래 소리가 흘러나오는 곳으로 향했습니다. 그 노래는 우리 동네 이장 집 유성기 양판에서 흘러나오는 것이었습니다. 돌담에 기대어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들었습니다. 아! 얼마나 감미로우면서도 박진감 넘치는 음성인지, 그리고 얼마나 애절하면서 서정적인 가사인지, 심금(心琴)을 울리는 것이었습니다. 천상의 음악이 있다면 바로 이것이 아닐까 하고 황홀하게 매료되었습니다. 시골 마을이라 라디오도 귀하여 대중가요를 듣기도 어려웠습니다. 노래와 음악은 학교에서 배우는 동요와 가곡 몇 곡을 풍금 반주로 육성으로 불러보고 듣는 것이 전부였습니다.

 아! 얼마나 듣기 좋고 아름다웠던지. 그 날 황홀하게 매료 시킨 노래는 훗날 알고 보니, 바로 그 시절에 국민의 애창곡이었던 고 남인수 가수님의 ?운다고 옛사랑이 오리요 마는/ 눈물로 달래보는 구슬픈 이 밤/ 고요히 창을 열고 별빛을 보면/ 그 누가 불러주나 휫 -바람소리?의 ‘애수의 소야곡’과 ?(1절)다시 한 번 그 얼굴이 보고 싶어라/ 몸부림을 치며 울며 떠-난 사람아/ 저 달이 밝혀주는 이 창가에서/ 이 밤도 너를 찾는 이 밤도 너-를 찾는 노래 부른다/ (2절) 바람결에 너의 소식 전해 들으며/ 행복을 비는 마음 애달프구나/ 불러도 대답 없는 흘러간 사랑/ 차라리 잊으리라/ 차라리 잊으리라 맹세 섧구나/ (3절) 다시 못 올 옛사랑이 안타까워라/ 못생긴 내 마음만 원망하건만/ 그래도 못 잊어서 이 한밤에도 그 이름 불러보는/ 그 이름 불러보는 서글픈 밤아?의 ‘추억의 소야곡’ 등의 메들리였습니다. 그 날 이후 나는 남인수 가수님을 마음속으로 기리며 그분의 노래를 즐겨 듣고 불렀습니다. 음정과 박자가 맞지 않는 음치라서 듣는 사람들이 괴로워 하지만, 장가갔을 때 첫날밤 부른 노래도 남인수 가수님의 노래였습니다. 이 정도로 남인수 가수님의 노래를 좋아 했습니다.
 
 많은 세월이 흘러갔습니다. 그런 중 우연히 남인수 가수님의 음성보다 한층 박진감 넘치고 아름다운 목소리를 내는 육성 노래를 직접 듣게 되었습니다. 육성 생음악을 듣는 행운이었습니다.
 ‘진주KBS 제39회 남인수 추모 모창대회’에서 금상을 수상한 제2의 남인수라 불리는 박현민 가수님의 노래를 듣게 된 것입니다. 지난 2012년 5월 20일에 고성문화원 대회의실에서 개최된, 제1회 고성문화원 경로위안 잔치 행사장에서 듣게 된 것입니다. 고성문화원 경로위안 잔치 주최는 고성문화원(원장 도충홍), 주관은 고성문화원봉사단(단장 박영숙) 이었습니다.
 대중가요, 한량무, 평시조, 판소리 심청전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으로 진행된, 경로위안 잔치 행사에는 지역 선배님이신 박현민 가수님을 비롯한 강부관, 고기성 가수, 그리고 친구 문점문 가수도 찬조 출연하였습니다. 모두 참석하신 노인들께 기쁨과 즐거움과 행복감을 드리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그 때 맨 처음 무대에 올라선 박현민 가수께서는 고 남인수 가수님의 노래를 연이어 3곡이나 열창하여 분위기를 뜨겁게 달구었습니다.

 박현민 가수께서 열창한 ‘추억의 소야곡’과 ‘애수의 소야곡’ 등은 녹음으로만 들을 수 있는 남인수 가수님의 음색보다는 한층 더 박진감 넘치고 감미롭게 다가왔습니다. 그리고 그 옛날 어린 시절 가을날의 서정적인 향수와 추억을 불러왔고, 잊었던 남인수 가수님을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런 차에 우연히 아내와 함께, 재방영된  ‘남인수 선생 특집가요무대’ 녹화방송을 시청하게 되었습니다. 지난 8월 어느 날 늦은 밤이었습니다. 남인수 가수님의 고향인 진주에서 개최된, KBS 방송국의 ‘남인수 추모 특집 가요무대’ 녹화방송이었습니다. 유명한 김동건 아나운서의 멋진 이야기와 함께 약 2시간 동안 진행된 남인수 추모 특집 가요무대는 매우 인상적이었고 감동으로 다가왔습니다.
 이런 사유로 제2의 남인수로 알려지는, 박현민 선배님을 통해 고 남인수 가수님의 이모저모를 알아보고자 하는 생각이 불현듯 났습니다.

 감흥에 못 이겨 전화로 염치불구하고 만남을 요청했습니다. “박현민 선배님 반갑습니다. 선배님께서는, ‘진주KBS 제39회 남인수 모창대회에서 금상’을 수상하신 후 가수가 되셨다고 알고 있습니다. 축하드립니다.
<다음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