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기초·광역의원들의 해외연수에 대한 관광성 외유 논란이 끊이질 않고 있다.

선진도시 견학을 통해 지방의원들의 안목을 넓히고, 정책대안 제시 능력을 키운다는 당초 취지와 달리, 연수일정의 70~80%가 관광지 견학으로 돼 있는 고질적인 해외연수가 아직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의회가 개원한지 채 1년도 되지 않은 시점에서 전국의 지방의원들이 뚜렷한 주제나 현안도 없이 마치 단체 여행 가듯 우르르 해외로 몰려나간 것이나, 지방의원들이 임기 종료 며칠 전에 해외연수를 다녀온 것도 대표적인 사례이다.

고성군의회도 지난 11일 그리스· 터키· 이태리 등지에 농업, 교육 에 관한 자료수집 등의 목적으로 7박 10일간의 연수길 에 올랐으나 외유성 관광이라는 명목이 짙어 군민들로 빈축을 사고 있다.

물론 선진국을 돌며 여러 가지 자료를 수집하고 벤치마킹하는 것도 중요하고 바람직 하지만 시기적으로 맞지 않다.

더군다나 군 의원 10명이 한꺼번에 해외연수 길에 올랐다는 것 자체가 외유성 관광이라는 의혹을 더욱 짙게 하고 있다.

역대 행정사무감사를 앞두고 실시하는 워크숍 말고는 이러한 동반 연수 사례가 지금까지 없었다는 것도 이를 입증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이번 일정은 군 의원들이 평생에 두 번 다시 가보기가 어려운 곳이기 때문에 다 같이 등반길에 오른 게 아니냐는 여론이 지배적으로 군민들의 질책을 면키 어렵게 된 건 사실이다.

게다가 평소 예산낭비라는 지적과 함께 그들이 주창해온 행정의 해외출장 자제에 대한 권고사항도 이제는 우스운 꼴이 돼 버렸다.

앞서 고성군의 120억 원의 기채 발행을 두고 당시 고성군의회는 군민에게 빚을 안긴다며 매섭게 질타한바 있다.

우리는 당시 의회의 참모습을 보며 열심히 일하고 봉사하는 것에 대해 찬사와 격려를 아낌없이 보냈다.

금 에와 이러한 황당한 일이 벌어져 참으로 유감스럽기 짝이 없다. 약간의 불미스런 사안이 발생하고 돌출될 때는 군민의 눈을 의식해서인지 그들의 역할을 제대로 하는 냥 매섭게 채찍질을 가해대는 그들의 모습이 여간 안쓰럽지 않다.

해외연수 본연의 목적을 벗어난 이런 사례들은 군민의 지탄을 받아 마땅하다. 누군가는 반드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며 군민들에게 한 점 의혹 없이 명백히 밝혀야 한다.

소관 상임위 업무도 파악하지 못한 상태에서, 혹은 임기가 다 끝나가는 시점에 외국에 나가는 것은 지방의회 전체의 위상에 먹칠을 하는 염치없는 행위이다.

더구나 상당수 기초의회의 경우, 지방의원들의 해외연수 프로그램을 여행사가 주도적으로 짜기 때문에 이런 일들이 생긴다고 한다.

하지만 특정 정책이나 시설 등 관심 있는 분야를 공부하고 시찰하기 위해 해외연수를 제대로 하는 사례들도 있다.

인근 한 의회의 경우, 지난해 자전거 정책에 관심 많은 의원 2명이 유럽의 자전거 도시에서 벤치마킹을 하고 왔고, 지역구 지하철 환승센터 건립에 대해 공부를 하던 의원 두 명은 일본을 견학하고 왔다.

이런 식이라면 나무랄 일이 아니라 오히려 권장할 만하다. 기초·광역의원들의 국외여비(해외출장비)는 의장·부의장은 연간 250만원, 평의원은 연간 180만원을 쓰도록 행정안전부가 예산편성 지침을 내려놓았다.

이 돈을 매년 안 쓸 경우 이월되지 않고 불용 처리된다. 그렇다고는 하지만 정부가 이렇게 규정해 놓은 것은 지방의원들이 해외연수를 의정활동에 잘 활용하라는 취지 일 것이다.

지방의원이나 의회 사무국이 연수목적에 맞는 방문지나 방문기관을 미리 선정하고, 사전 공부와 함께 상대 쪽 면담섭외 등의 절차를 거쳐야만 올바른 해외연수가 이뤄질 수 있다.

해외연수 평가 보고서를 전체 지방의원들이 받아, 정보와 노하우를 공유해야 함은 물론이다. 지방의회마다 슬기로운 해외연수 계획을 짜내어 이제는 더 이상 '놀러나가는 지방의회 의원들'이라는 지적이 더 이상 나오지 않아야 한다. 초심으로 돌아가 풀뿌리 민주주의 실현이 뭔지를 곰곰이 되짚어 볼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