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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톱 밑의 가시
정해룡 시인의 칼럼 '돈자 모티'(돌아 앉은 모퉁이)
2011년 05월 20일 (금) 16:43:44 고성미래신문 gofnews@naver.com

   
 
사람은 누구에게나 각자 닮고 싶은 존경하는 인물이 있을 것이다. 연령과 세대에 따라 존경하는 인물의 스펙트럼도 넓고 다양할 것이다. 어렸을 때의 존경하던 인물과 철이 들고 나이가 들어가면서 존경하는 인물의 변화는 늘 있기 마련이다. 나 역시 이런 변화에 있어 예외가 아니다.

누가 나에게 존경하는 인물이 누구냐고 묻거나 설문지에 기록하라고 종이를 내밀면 주저없이 이순신과 삼국지에 나오는 관우라고 대답하고 쓸 것이다.

시인이 무슨 유명한 예술가이거나 문학가라면 또 모를까 무인들을 숭상하고 존경하느냐고 의아해 할지 모르겠으나 문과 무를 떠나 이 두 분을 존경하는 가장 큰 이유는 무공이 뛰어나다거나 우국충정, 불굴의 정신, 용맹무쌍과는 거리가 먼 지극히 인간적인 면모 때문이다.

이순신은 알다시피 사천 해전(제2차 출동, 사천 신진리 전투)에서 적 함대를 격파하던 중 적의 탄환이 왼편 어깨를 뚫고 등까지 박히는 부상을 입는다. 이순신의 부상은 전투가 끝난 뒤에야 알려지게 된다.

조총의 탄알이 왼편 어깨를 뚫어서 피가 발꿈치까지 흘러내리는 중상을 입었으나 전투가 한창인 때 자신의 부상을 부하들에게 알리지 않고 독전하여 승리한 후 칼끝으로 살을 쪼개어 두 치 깊이(약6cm)에 박힌 철환을 파내는 동안 이순신은 걱정하는 부하들에게 오히려 웃음 띤 얼굴로 부하들을 위로하며 태연했다는 것이다.

관운장(관우)은 더욱 가관이다. 날아오는 화살에 왼쪽 팔을 관통당한 일이 있었는데 날씨가 궂으면 쑤시고 아파 의원에게 보였더니 이르기를, “화살촉에 독이 있어 그것이 뼈 속으로 들어가서 그런 것이니, 팔을 가르고 뼈를 깎아내면 이 고통은 자연히 없어질 것입니다.”란 말에 순순히 팔을 뻗어 가르라고 명한다. 

이 때 관우는 여러 장수들을 초청하여 음식을 먹으며 담소를 나누고 태연히 바둑을 두었다고 한다.

이순신과 관우는 요즈음의 외과 수술처럼 마취제를 맞은 것도 아니고 통증을 완화시키는 어떤 특별한 조치를 취한 상태도 아니다.

두 사람 다 마취제 없이 그냥 맨 살을 가르고 뼈를 깎는 그런 수술 속에서도 얼굴빛 하나 변하지 않았다니 모질고 독하기가 그지없다. 모질고 독했으니 그 이름을 천추만대에 남겼을 법도 하다.

역사의 위대한 인물들이란 인간적인 고통 따위쯤이야 안중에도 없었던 모양이다. 이런 인간적인 고통을 초월한 그 너머에 그들의 위대성이 있었던 것일까.

며칠 전 일이다. 집안에서 키우는 나무가 웃자라 가지치기를 하다가 손톱 밑에 가시가 박혔다. 처음엔 몰랐으나 시간이 갈수록 아려서 바늘로 몇 차례 뽑아 보았지만 여간 고통스럽지 않아 그냥 두었더니 칼럼을 쓰는 이 시간까지 아려서 글을 쓸 수 없을 지경이다. 뽑자니 아프고 안 뽑자니 고통이다.

손톱 밑의 작은 가시 하나가 이렇게 아프고 고통일 줄을 몰랐다.

이순신과 관우의 고통이 이까짓 손톱 밑의 가시에 비하랴 싶어 이겨내려고 눈 지끈 감고 어찌어찌 하다가 드디어 뽑아버렸다.

나는 아무래도 고통과 아픔을 이겨내는 일에 있어서도 이순신과 관우의 발밑에도 못 미친다. 그러니 그들은 나의 존경을 받아도 마땅하다. 참으로 존경하는 위인들이 아닐 수 없다.

손톱 밑의 가시를 뽑으면서 나는 나 자신과 주변을 되돌아보게 된다. 행여 내가 다른 이들에게 그들의 손톱 밑의 가시가 되지는 않았는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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