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한시협회 고성군지부(지부장 제명수)는 지난 15일 정기총회가 고성읍 계정서당에서 회원 및 관계자 3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개최됐다.
 이날 총회에서 운수시사회 회장에 정창석 사문이 선출됐다.
 제명수 지부장은 인사말을 통해“ 모두가 문향인 고성의 전통을 계승하고 한학과 한시 발전에 기여하자”고 강조했다.
 운수시사회장으로 선출된 정창석씨는 “젊어서부터 한학에 뜻을 두고 인근의 서당을 찾아다니며 스승을 만나 학문을 익혔다”며 “앞으로 한시가 대중에게 사랑받는 학문으로 거듭났으면 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정창석 운수시사회장은 성균관의 장의 과정을 수료하는 등 한국 정신문화연구원 연구생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이를 바탕으로 전국 규모의 백일장에 장원 등 우수한 성적으로 입선하기를 거의 20여 년이 넘었으며, 타 시군에서 행사하는 한시 백일장의 심사위원으로 초빙되는 등 한학자로서 명성이 높다.
 한편 시사장이란 전통적인 우리 교육의 장으로써 제목이나 운에 맞쳐 시를 짓고 검정을 거친 다음 시를 읊조리고 다듬는 과정에서 한학의 능력을 기르는 과정이다.
 고성군은 10개의 서원과 고을마다 서당이 있어 ‘영남의 문향’ 또는 ‘추로지향’의 명예와 전통을 자랑하는 고장이다. 지금도 전국에서 사무관이 제일 많이 배출된 고장의 영예를 안고 있는 것도 책을 가까이 하고 학구열이 높은 고장의 전통 때문이리라 생각된다.
이날 총회를 마무리하면서 시사회가 열렸는데 백옥 같은 시편들이 쏟아져 나왔는데 그 몇 편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시제―녹음방초승화시(綠陰芳草勝花時)

허창무
鐵城社友友情眞 / 고성에 모인 시객들의 우정이 진실하고,
雲樹會員質又彬 / 운수회원의 자질 또한 빛나더구나.
盖地綠陰方盛夏 / 천지가 녹음으로 뒤덮인 풍성한 하절에,
臨秋白髮却靑春 / 백발성성한 모습 지나가니 청춘인 듯 하다.
得來智慧須溫故 / 지혜를 찾아 얻을 곳은 옛것뿐인데,
善用佳詩必創新 / 좋은 시를 찾아 쓰면 반드시 새로워지네.
適値庚炎寒暑替 / 뜨거운 여름이 가고 서늘한 기운이 감도니,
敍懷積滯倒균伸 / 싸였던 회포를 풀었더니 가슴이 시원하구나.

정창석
江雲渭樹斷金眞 / 강운 위수에서 좋은시를 단금하듯,
八斗才雄浩湯彬 / 빼어난 재주 호방함이 더욱 빛나는구나.
葉滿乾坤期盛夏 / 녹음이 천지를 뒤덮은 성하지절에,
花盈內外是芳春 / 꽃이 가득한 안팎이 바로 청춘이구나.
창望久歲相思遠 / 창망히 오랫동안 그리워했는데,
接見今時舊話新 / 지금에야 만났더니 옛이야기 새롭도다.
總會敍懷頃름裏 / 총회의 서회가 새삼 빛나는 속에,
吟風弄月鐵城伸 / 시사회 음풍농월이 고성 땅에 펼쳐지네.

이재호
雲樹會員友誼眞 / 운수사사 우의가 잔실하여,
鐵城文士後生彬 / 고성 문사 후배들도 함께 빛나는구나.
詩筵對酌和風裏 / 시구를 대작하는 음풍속에서,
合席金蘭發灼春 / 우의로 모인 것이 봄꽃 같구나.
世界異端全染化 / 세상은 이단으로 모두 변하는데,
吾東理學日新新 / 우리의 이학은 날로 발전하는구나.
書堂耽古盡心力 / 서당에서 옛것을 익힘에 힘을 다하여,
繼往開來永遠伸 / 성현의 가르침을 영원히 펼쳐나가세.

심상정
文鄕淸雅譽聞眞筵 / 문향의 맑고 아름다운 명예가 진실하더니,
祝典恐龍盛況彬 / 공룡축제의 성공 또한 빛나더구나.
遠近斯文來到故 / 원근의 사문들이 고향을 찾아와,
瓊詩採集似盛春 / 아름다운 시구를 모았더니 봄꽃같더라.
金蘭雲樹相思遠 / 단단한 우의로 맺은 벗을 사모하다가,
先導後從習得新 / 앞에서 끌어주고 뒤에서 따라가니 새로움을 얻는구나.
芳草綠陰佳時節 / 녹음이 꽃보다 아름다운 계절에,
吟風弄月好詩新 / 시사회 풍월은 좋은 시가 펼쳐지구나.

 이 밖에도 제명수 지부장의 축하시 외에도 부산에서 참석한 허태주 이양구씨의 수준 높은 시편들이 음송되기도 했다.
 한편 관계자는“고성향교나 사단법인 이회서당의 회원들이 중심이 된 운수시사회에서는 고성군민이면 누구라도 찾아와서 함께 공부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으며 일체의 경비는 무료로 제공하고 있으니 한문이나 한시에 뜻이 있는 분들의 많은 참여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번 행사를 계기로 학문에 더 많은 관심과 발전이 기대되며 사라져가는 전통문화를 복원하여 계승시키는데 선도적 역할이 기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