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이 행정구역 통합을 둘러싼 논란으로 시끄럽다. 행정안전부가 자율통합 대상 시ㆍ군 선정을 위해 실시한 여론조사가 민의를 왜곡했다는 주장이 난무하고, 지방의회의 동의보다는 반드시 주민투표로 결정해야 한다며 현재 추진절차를 문제 삼는 목소리도 거세다. 통합대상에서 돌연 제외된 시ㆍ군에서는 ‘오락가락’ 행정에 대한 질타와 “정부를 믿을 수 없다”는 성토가 이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 14일 행개위의 고성통영 통합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 발표는 고성군민들을 분개하게 만들었다.
 거제 고성 통영을 한데 묶어 통합시로 만들겠다는 당초의 의지와는 달리 거제시가 반대한다는 이유만으로 돌연 거제시를 제외하고 고성통영만을 통합하겠다는 여론조사 발표 때문이다.
 급기야 화난 군중 1천여명은 고성통영 통합은 절대 안된다는 입장을 표명하며 지난 21일 대규모 집회를 가졌다.
 앞으로 통합 추진 과정에서 일찌감치 격렬한 갈등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정부가 자율통합 대상 4개 지역에 대해 지역숙원사업 해결 및 2000억대의 인센티브 지원 등 파격적 조건을 내걸고 있지만 논란은 잦아들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

 또 고성통영을 합한 인구수가 20만이 채 되질 않아 정부가 내세우고 있는 통합에 대한 인센티브도 고려해야할 부분이다. 다른 통합시군에 비해 인구수가 현저히 낮기 때문이다. 고성통영 행정구역 통합에 반대하는 ‘반대대책위원회’는 “왜곡된 민의에 의한 통합추진을 당장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행안부의 당시 고성ㆍ거제ㆍ통영의 통합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고성 찬성률은 52%로 발표됐으나, ‘모름ㆍ무응답’을 유효응답자로 포함할 경우 찬성률은 48%에 그친다.
 이에 대책위는 ‘신종 반올림’이자 명백한 여론조작이라며 정부의 여론조사를 믿지 못하겠다며 반발하고 있다. 게다가 500~1000명 대상 여론조사로 통합을 밀어붙이는 것은 ‘행정편의주의적 발상’이라는 인식도 만만찮다. 따라서 여론조사만으로 통합을 결정하는 것은 무리이며 시ㆍ군의회가 동의하더라도 반드시 주민투표를 통해야 한다는 주장이 갈수록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학렬 군수는 통합 대상지역 발표직후 “행정구역 통합은 지역화합 및 안정을 위해 반드시 주민투표를 실시해 결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곧이어 고성군의회도 지난 22일 ‘통합은 절대반대’라는 입장으로 성명서를 발표하며“행정구역 통합은 지방자치단체 구성범위를 정하는 것으로 반드시 주민투표로 결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천명하고 나섰다.

 따라서 ‘시ㆍ군 통합은 지방자치의 주체이자 이해당사자인 지역주민 스스로 결정하도록 해야한다’는 논리다. 행안부는 주민투표를 할 경우 지역당 최고 50억원씩 총 200억원의 비용이 소요되고 한 달여에 걸친 준비기간에 행정수요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며 우려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비용이 들어간다고 덜컥 통합부터 추진했다가 중도에 무산된다면 더 큰 낭비다. 행정에는 효율성만 추구해서는 안되는 부분이 있는 만큼 신중해서 나쁠 건 없다. 지방자치법에 나와 있는 데로 주민투표를 실시하는 것이다.
 그래야 명분과 공감을 얻을 수 있고 반대주민을 설득할 수 있다. 달랑 500~1000명에 대한 여론 조사한 결과만으로는 부족하다. 주민투표는 둘러가는 길 같지만 모든 논란을 잠재울 확실한 방법이다. 이번은 이달곤 장관이 누누히 강조한 행정구역 통합의 모델’을 만드는 것으로 족하다. 그렇지 않고 계속 밀어붙인다면 해당 지역주민들의 저항으로 더 큰 혼란에 직면할 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