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1월 13일, 온 산야에 초목들이 단풍이 형형색색으로 물들어가는 아름다운 가을날 오후에 아들과 함께 등산을 하였습니다.

 목적지는 우리고장에 있는 아름다운 산, 금태산(金太山) 이었습니다. 금태산의 모습은 마치 용의 머리를 닮은 형상의 큰 바위를 머리에 인 채 조용히 저 멀리 남해안을 굽어보며 그 위용을 뽐내고 있습니다. 위치는 고성군 영현면 대법리에 있습니다. 금태산은 용머리 바위봉은 어스름한 달밤이나 안개가 바위를 감도는 날이면 살아 움직이는 듯 신령스럽기도 하고 영험한 기운이 압도하기도 합니다.
 이처럼 신령한 기운이 느껴지는 금태산은 아득한 옛 신라 역사의 맥을 잇는 천년고찰 계승사(桂承寺)를 산안(山眼)에 품고 있습니다.
 사적에 의하면 계승사는 신라 문무왕 15년에 의상대사가 창건한 사찰입니다. 창건 당시는 ‘금태사’라 불리어 오다가 임진왜란 때 병화에 의해 소실된 적이 있습니다.
 그 후 1963년에 지금의 주지 법진스님에 의해 재창건 되어 불법의 등불을 밝히고 있습니다.

 유서 깊은 계승사는 금태산의 산세가 수려하고 괴암괴석이 즐비한 곳에 위치하여 많은 신도들의 귀의처입니다. 특히 유명한 것은 용머리바위와 계승사에는 절벽사이에서 솟아나고 있는 석간약수(石間藥水)입니다. 이 석간수는 맑고 깨끗할 뿐만 아니라 난치병을 치유하는 좋은 약수로 유명합니다.
 필자가 약 20년 전에 영현면 봉림리 소재 영현중학교에 근무한 적 있었습니다. 물통을 짊어지고 석간수를 마시고 받아가던 어느 날 계승사에서 병색이 완연한 한 젊은 청년을 만났습니다. 청년은 청운의 꿈을 안고 몇 번인가 사법고시에 응시하였지만 낙방한 결과 절망으로 중병이 들었다고 하였습니다. 병을 치료하고자 여러 병원을 전전하였지만 차도가 없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이곳 석간수가 좋다는 소문을 듣고 찾아 왔다고 했습니다.
 그가 먹는 음식은 시래기를 넣은 된장국과 세끼 밥뿐이고, 약수라 알려지는 바위틈 생수를 하루에 몇 차례 마시는 것이 전부였습니다. 그 후 몇 번 만나보니 점차 얼굴에 화색이 돌아오더니 6개월이 조금 지난 어느 날 보이지 않았습니다. 궁금증에 주지스님께 물어보니 “중병이 완쾌되어 얼마 전에 표연히 떠났습니다. 이곳에 올 때는 2년 정도 있을 것이라고 하였는데 신기하게도 빠른 속도로 쾌유되어 떠나갔습니다. 아마 약수인 석간수가 약효를 발휘한 것이 아니가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간 고마웠다고 인사 전해주면 고맙겠다고 하더군요.” 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용머리바위에서 발원돼 기암괴석과 절벽사이에서 솟아 흐르고 있는 이 석간수에는 전설이 있습니다. 옛날 옛적에는 바위 구멍에서 매일 두 되 서 홉의 공양미가 흘러 나왔다고 합니다. 그런데 어느 날 욕심 많은 행자가 “구멍을 키우면 더 많은 공양미가 쏟아져 나올 거야 매일 조금씩 나오니 귀찮아 죽겠어. 한꺼번에 많이 받아야지”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구명을 크게 키웠습니다. 그런데 그때부터 공양미는 한 톨도 나오지 않았다고 합니다. 이 사실을 안 노승이 지성으로 참회 기도를 드리자 공양미 대신 약수가 흘러나왔다고 합니다. 이 석간 약수가 전하는 전설은 인간의 지나친 욕심은 화근이라는 것을 경책하고 있습니다.

 또 계승사에는 하심석(下心石)이라는 바위가 있습니다. 이 바위는 1977년 9월 18일 03시 45분경에 주지 법진 스님이 새벽 예불 도량석을 할 때 굴러온 바위라고 합니다. 하심석은 원래 법당 위쪽 언덕 소나무 밑에 있던 것이 떨어져 굴러와 법당 바로 위에서 90도 각도로 방향을 꺾어 요사채 공양간 문을 부수고 밥솥과 국솥사이에 멈추어 앉았다고 합니다. 그 때 천지를 진동하는 굉음소리에 법진 스님은 기절을 하였다고 합니다.
 이 하심석이 곧바로 직선으로 굴러왔으면 법당은 무너지고 스님은 무사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합니다. 참으로 신비하고 불가사의한 일이라서 마을 사람들에게 알리고 이 바위를 힘을 모아 지렛대를 이용하는 등 굴러내어 이곳에 보존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처음에는 망치와 정으로 구멍을 내어 깨어 없애 버리려고 시도해보았지만 신기하게도 깨어지지가 않았다고 합니다.
<다음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