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에는 일가친척 호칭이 복잡하여 상대방에 따라 적절히 부르기도 어렵다.

올 설날에는 코로나 19가 완화되어 일가친척이 모일 기회가 많았는데, 상대방 호칭을 잘하였는지 모르겠다. 

내가 오래간만에 아버지의 외사촌 여동생을 만났기에 어떻게 불러야 하나 고심을 했다. 

어머니의 외사촌이면 ‘이모님’이라 불러도 되어서 아버지의 외사촌이니까 그 예에 비추어 ‘이모님’이라 불러도 될까? 싶어 아내에게 물었다. 

그랬더니 ‘아주머니’ 즉 사투리로 ‘아지매’라고 부르면 된다고 해서 그렇게 불렀더니 다행히 결례를 면했다. 

 

어느 칠순 축하연 자리에서 진행을 맡은 큰아들이 “우리 아버님의 고희연에 함께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인사를 하니 참석자 중 한 사람이 무식하게 자기 아버지를 ‘아버님’이라 부른다며 타박을 주었다. 

무심코 넘길 일이지만 그렇게 따진 것이다. 

독자 중에는 ‘그게 어때서?’라며 의구심을 가지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사실 자기 부모님을 대외적으로 부를 때는 존칭을 쓰지 않고 그냥 아버지· 어머니로 부르는 게 맞다. 

 

방송에서도 자기 아버지를 아버님이라 부르는 경우가 더러 있는데 이것 또한 호칭이 까다롭기 때문이다. 

자신의 아버지를 소개할 때 부친, 가친, 엄친이라고 부르며 아버지로 돌아가셨을 때는 선친이라고 불러야 한다. 

 

요즘 젊은이들이 어찌 때와 장소에 맞춰 적정한 호칭을 부를 수가 있겠는가? 

이런 예의는 유교 사상에 그 바탕을 두고 있다.

‘아버님’이라고 호칭을 할 수 있는 분은 남의 아버지이거나 시아버지 등을 부르는 호칭이다. 

요즘 젊은이들은 자신의 아버지도 아빠 시아버지도 아빠라고 부르는가 하면 시어머니도 엄마 친어머니도 역시 엄마라고 부르는 새댁도 있다. 

 

친근하다면서 그렇게 불러도 좋다고 여기는 시부모도 있는 줄 안다. 

그러나 이것은 잘못된 호칭일 뿐 아니라 예의에도 어긋난다. 

게다가 남편을 부르기도 자기, 오빠, 아빠, 달링 등 다양하게 애칭으로 부르기도 한다. 

이렇듯 모든 상대방을 다 분간해서 바르게 부른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얼마 전에 여성가족부에서 호칭을 정리하겠다고 나섰다. 

특히 그 목적은 여자의 경우 시댁에서는 아버님, 어머님, 도련님. 아가씨 등 높임의 의미가 담긴 호칭으로 하는데 남편은 친정 가족에게 처남, 처제, 장인 장모 등으로 부르는 것이 하대의 의미가 담겼다며 설문 조사를 한 것이다. 

그 결과 어느 정도 정리가 되었지만, 일반화되지는 못하였다.

 

몇 해 전 연말에 건강 검진을 받으러 갔다. 

연말이라 직장인들도 한꺼번에 몰려 번잡했다. 

접수실에서 오후 3시 이후 검진이 가능하다길래 다음에 오겠다며 나오는데 누가 뒤에서 “할아버지!”라며 부른다. 

 

처음에는 나를 부르는 줄 모르고 그냥 갔더니 간호사가 내 앞을 막아서며 “할아버지 가방 가져가세요”라며 내밀었다. 

 

“아! 그 가방 내 것 아닙니다”라며 그냥 왔었지만 나는 그 ‘할아버지’라는 호칭이 영 생소했었다. 

하기야 지금 내 나이나 외모로 보면 영락없는 할아버지인데 지금까지 손자에게서나 그 말을 들었지 일반인에게서는 그런 호칭을 들어보지 못하였다. 

 

이제 나도 엄연히 할아버지이다. 

그러나 그것도 어린아이가 아닌 간호사가 부르는 데는 좀 기분이 언짢았다. 

 

은행이나 여느 사무실에 가면 창구에 앉은 직원이 나더러 ‘아버님’이라 부르는 경우가 많다. 

내가 어째 당신의 아버님이냐? 할 것이로되 그냥 넘어간다. 

 

차라리 ‘할아버지’라고 부르는 것보다는 낫다.

일반적으로 중년 여성을 부를 때 ‘아주머니’라고 부르지만 ‘아주머니’라는 호칭은 여성을 비하하는 호칭이라는 말이 나왔다. 

참으로 헷갈린다.

 

앞으로는 100세 시대이다. 

나이에 따른 호칭을 어떻게 하여야 할까? 할아버지 할머니 아주머니 아저씨 등 기준을 어디에 두어야 할 것인가? 

분명 기준이 변하리라고 본다. 

 

향토 지명사(鄕土地名史)에서 보면 산 이름이나 지명도 시대에 따라 변경된 것을 볼 수 있다.

 

고성(固城)에서도 향토사 연구가 한창이던 때에는 고성의 옛 이름인 ‘소가야’에 대한 학설이 난무했다. 

필자가 보기에는 어설픈 학설이었지만, 저들 나름대로 주장이 그럴듯했다.

 

 우리 고성의 옛 이름을 두고 논쟁도 많았다.

‘소가야’가 그것인데 ‘어느 바보가 자기 이름에 소(小)자를 붙여 이름을 지었겠는가?’라고 했다. 

그러나 대(大)가 있으면 소(小)가 있기 마련이다. 

‘소가야’ 명칭을 ‘쇠(鐵)가야’ 또는 그 전의 이름 ‘고자미동국’이나 ‘고자국’으로 하자라는 의견이 나왔다. 

소가야 한자 표기도 ‘小伽倻. 小伽耶. 小加耶’라고 하자는 각각 주장이 나왔다. 

 

이는 역사서에 표기된 글자가 시대에 따라 여러 가지로 표기되어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문자가 없던 시대에는 한자를 빌러 뜻과 소리로 표기했다. 

그러다 보니 시대에 따라 표기법이 다르고 지역에 따라 달랐다. 

옛 지명의 올바른 표기법은 역사학자들이 정립해야겠지만, 이것 역시 여러 교수에게서 배워온 학파(學派)가 있어 어렵단다. 

 

어떻든 통일된 표기법이 있어야 할 것이다.

산 이름도 바뀌어서 내가 사는 인근의 산도 지금은 벽방산이지만, 벽발산 벽산으로 불리었고, 거류산도 거민산 거유산 등으로 기록되어 있다. 

 

마을 이름도 변한 곳을 더러 볼 수 있다. 

버스 안내판에 보면 고성읍에서 당동으로 가는 버스에 ‘달티’라는 지명이 있다. 

‘달티’라는 지명은 지금은 쓰지 않지만 ‘월치마을’의 옛 이름이다. 

행정단위 지명도 인구 기준에 따라 동(洞)에서 리(里)로 바뀌더니 ‘마을’로 바뀌기도 했다. 

앞으로 도로명 주소가 정착되고, 인구 감소에 따라 지방이 통폐합되면 지명도 변경되지 않겠는가?